중국 톈진에서 전기 스쿠터를 만드는 아이마(愛瑪) 그룹의 장젠(張劍) 회장은 지난해 10월 허베이성 청더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구금 소식에 기업의 주가는 하루 만에 6.9%포인트 폭락했다. 포브스 추산 36억 달러(5조2337억원)대 자산가인 장 회장은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아직 구금 상태다.
아프리카의 휴대폰 시장 점유율 1위인 광둥성 선전의 저가폰 제조사 트랜션의 샤오융후이(肖永輝)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난해 9월 랴오닝성 단둥에서 구금됐다. 다행히 2주 만에 풀려나긴 했지만 말이다.
지난 한 해 타지에서 체포된 중국 상장사의 고위 임원이 82명에 이른다고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기업 공시자료를 뒤져 탐사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4월 광둥성 당 선전부 산하 조사기관의 내부보고서에도 유사한 내용이 담겼다. 2023년 허난성 자오쭤(焦作)·상추(商丘) 두 곳이 공안경찰 1600명을 광저우에 파견, 광저우시 소재 1만여 개 기업이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잇따른 피해에 ‘원양어업’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한자 사로잡을 포(捕), 채취할 노(撈)를 합친 ‘원양포로(遠洋捕撈)’라는 중국식 표현이다. 세금 걷을 곳이 마땅찮은 지방 정부가 부유한 지역 기업인에게 법 집행을 내세워 돈을 걷는 행위다. 관할지역 연안낚시(近海釣魚)에서 발전했다. 벌금 등 형벌로 정부 빚을 갚는다는 ‘이형화채(以刑化債)’라는 말도 나왔다.
규모도 크다. 지난해 1~11월 세금 외 수입이 3조7000억 위안(733조원)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10~11월 두 달 증가율이 40%라는 보도가 나왔다.
기업의 기를 살려 내수를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중앙정부가 급해졌다. 총리가 지난달 집단학습 주제로 원양어업을 다뤘다. “벌금과 몰수 수입의 비정상적인 증가, 다른 지역에서 법 집행, 거액의 벌금 부과 행위를 시정하라”며 다그쳤다. 지난 3일 국무원은 기업 단속 시행령을 손질했다. 영리 목적의 단속과 자의적 검사를 막았다. 7일에는 “행정과 형사 수단을 이용해 기업인 재산을 조사·압류·동결할 수 없다”는 이른바 ‘전국 통일대시장 건설’ 지침도 내놨다.
쏟아지는 대책에도 기업은 불안하다. 지방 정부의 재정난을 해소할 방책도, 지방 정부가 원양어업을 한들 처벌할 대책도 없어서다. 이웃 나라 원양어업 현상은 구멍 난 정부 재정의 폐해를 보여주는 생생한 교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