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500명 어촌 축구단, 스웨덴 챔피언 눈앞…작은 마을이 쓰는 큰 기적

2025-10-19

스웨덴 축구가 국가대표팀의 부진으로 암흑기를 보내는 사이 남쪽 끝 작은 어촌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쓰이고 있다.

인구가 1500명 남짓한 할레비크 마을을 연고로 하는 ‘미야비 AIF’는 스웨덴 1부리그 알스벤스칸 선두에 올라 있다. 한경기를 더 치른 2위와 승점 차는 8. 리그 4경기만 남은 상황에서 미야비의 우승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19일 “불과 9년 전만 해도 미야비는 3부에 있었다”며 “유럽 축구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반전은 2015~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한 레스터시티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북유럽 축구는 최근 몇 년 사이 ‘작은 구단의 성공 신화’를 여러번 써왔다. 덴마크 미트윌란, 노르웨이의 보되/글림트가 주인공이었다. 그 바통을 작은 어촌 클럽 미야비가 이어받았다.

스웨덴 리그는 ‘팬 소유 51% 룰’을 자랑하며, 2000년대 들어 유럽 어느 나라보다 다양한 우승팀을 배출한 리그였다. 하지만 최근 10여년 동안 말뫼가 8차례나 챔피언에 오르며 ‘예상 가능한 리그’로 변했다. 그 흐름을 깨뜨린 게 미야비다. 디애슬레틱은 “미야비 출현 그 자체로 하나의 해방감”이라며 “이들은 말뫼 예산의 15% 수준으로 운영된다. ‘돈보다 정신력으로 버틴 팀’”이라고 소개했다.

59세 안데르스 토르스텐손 감독은 지난 20년간 세 번이나 팀을 맡으며, ‘마을 사람 같은 감독’으로 불린다. 그의 옆에는 전술 분석 전문가이자 ‘축구에서 시각 인지’로 박사학위를 받은 칼 마리우스 악숨이 있다. 그들은 “팀 정체성을 세우고, 분위기를 만들고, 경기에 철저히 대비하는 등 돈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야비 선수단은 화려하지 않다. 데이터 기반 스카우팅으로 찾아낸 숨은 보석들이 빛을 낼 뿐이다. 감비아 출신 공격수 압둘리에 만네는상징적인 성공 사례다. 유망주를 비싸게 팔 수 있다면, 미련 없이 이적시킨다. ‘팔아서 돈을 버는 구단’이 아니라, ‘팔아서 버텨내는 구단’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미야비가 선두를 달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기대득점(xG)에서 미야비는 리그 공동 7위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미야비는 경기당 평균 2.42골을 넣어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기대 이상 성과다. 공격에서 미야비는 기대 득점보다 무려 6.6골을 더 넣었다. 최근엔 세트피스에서 강점을 보이며, 9골 중 6골을 뽑았다.

미야비의 기본 형태는 3-2-4-1이다. 중앙에는 박스형 미드필드, 양쪽 윙백은 공격 가담이 빠르고, 컷백과 세컨드볼에서 득점이 많다. 왼쪽 사이드 엘리엇 스트라우드는 다양한 각도에서 강력한 슛을 터뜨린다. 이들은 전방 압박으로 상대 빌드업을 끊고 빠른 역습으로 ‘수비 전환이 안 된 순간’을 노린다. 결과적으로 슈팅은 대부분 ‘상대 수비가 어정쩡한’ 때 나온다.

진짜 기적은 수비에 있다. 미야비는 통계상 35골 정도를 허용했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17골밖에 내주지 않았다. 리그 26경기 중 17경기에서 실점이 기대 실점보다 적었다. 비결은 ‘압축’이다. 공을 잃는 순간 미드필드 라인이 즉각 후퇴한다. 상대 슈팅은 여러명의 압박 속에서 나오기 때문에 실점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적다. 23세 골키퍼 노엘 톤크비스트는 키가 198㎝로 장신이다. 그는 빌드업 능력뿐 아니라 1대1 상황에서 빠르게 볼을 차단해 찬사를 받고 있다. 최근엔 스웨덴 대표팀에도 소집됐고, 이탈리아 세리에A 코모가 그를 영입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그는 미야비 출신 첫 ‘세리에A 수출 선수’가 된다.

미야비는 26경기 중 21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었다. 상대가 항상 따라잡기 위해 공격수를 늘리면, 미야비는 수비 라인을 더 촘촘히 세워 실점을 막고, 역습으로 추가골을 넣는다. 리그 2위 하마르비 사령탑 김 헬베리 감독은 “미야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효율적인 팀”이라며 “그들이 만들어낸 찬스보다 훨씬 많은 결과를 얻어낸 게 정말 놀랍다”고 극찬했다.

미야비는 우승을 넘어 대기록을 노린다. 앞으로 5점을 더 따내면 스웨덴 리그 역대 최다 승점 기록을 다시 쓰게 된다. 디애슬레틱은 “작은 마을, 적은 예산, 무명의 선수들이 이뤄낸 결과는 수학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며 “그것이 바로 축구의 본질일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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