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비뚤어진 페미니즘과 싸우는 권윤지 고백록... '이 모두가…'

2025-08-07

안희정 사건 옆에서 경험, 본인도 성폭력 희생자

성폭력 피해 고백하며 '페미니즘 카르텔'과 싸워

화가이자 인권운동가, 소나무당 비례대표 출신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성폭력 피해자면서도 안티페미니스트에 앞장서 온 권윤지가 자기 고백적 에세이집 '이 모든 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다면'(미디어샘)을 내놨다. 화가이자 인권운동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그녀가 겪은 성폭력 사건과 그 이후 법정 증언, 가족과 정치, 여성과 권력, 윤리와 신념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경험들을 풀어냈다. 한 개인의 피해 고백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가 잘못된 '페미니즘 운동'으로 뒤틀려 가는 현실을 통렬하게 고발하고 있다.

▲ 박정희 유신 독재 체제, 고위 법관이었던 조부

저자 권윤지는 유신 독재 체제에서 번영한 가족의 후예다. 할아버지는 '문세광 사건'의 주심 판사였고, '인혁당 사건'과 '민청학련 재판'에 관여한 고위 법관이었다. 그런 가문에서 태어나 특권의 테두리 안에서 성장한 어린 시절은 겉보기에 평온했다. 그러나 저자는 그 평온함이 누군가의 고통과 죽음 위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삶의 방향을 바꾸게 된다. 저자는 가문의 몰락 이후 찾아온 가난조차 "그들에게 전하지 못한 사죄가 되기를 바란다"고 고백할 만큼 집안의 부채 의식은 윤리의 감각으로 변해 삶 전반에 영향을 주었다.

▲ 안희정 캠프에서 겪은 미투 사건의 민낯

2017년, 이화여대 휴학 중이던 그녀가 진보 진영의 안희정 경선 캠프의 사무원으로 근무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2018년, 그녀는 자신이 몸담았던 캠프의 안희정 지사 미투 사건을 목도하게 된다. 저자는 그 사건의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 "진술만으로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진술의 윤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게 된다.

그 후 저자는 구호나 정파에 휘둘리지 않고 진실을 찾아 나선다. 그로부터 1년 뒤에 저자는 불운하게도 한 대학교수로부터 3년간 성폭력 피해를 당하게 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한 법조인이 그녀의 무료 변론을 맡아 증언을 확보하고 고소를 추진했다. 그러나 저자는 증거 재판주의를 강조하며 '안희정 사건'의 번복을 원치 않는다면서 가해자를 고소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당시 페미니즘 광풍 속에서 희생된 다른 무고 피해자를 돕겠다고 나선다. 그녀는 책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 미투 사건, '진술의 윤리' 공개적으로 비판

"그는 명백한 가해자다. 하지만 나는 내가 세운 원칙과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 만약 나의 사례가 하나의 판례가 된다면, 일관된 진술이 아닌 허위 진술조차 성폭력 사례로 인정받는 무고의 문까지 열릴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수사와 처벌의 기준은 더욱 무질서해질 것이고, 되돌릴 수 없는 아노미 상태로 빠질 수도 있다. 나는 안희정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다. 동시대 페미니즘의 발현 양상과 정치인의 성비위 고발, 일반인의 성범죄 고소 사건에 대해 여러 언론 등을 통해 비판해왔다. 그런 내가 단지 진술만으로 성범죄가 성립된 사례를 만든다면, 이 땅의 모든 생물학적 여성에게는 실로 '전가의 보도'가 주어지는 셈이 된다. 그래서 나는 끝까지 버텼다."-142p.

이 책은 단지 개인의 고백을 넘어, 한국 사회가 '법과 정의' '고통과 증명' 사이에서 수많은 피해자에게 던져왔던 질문을 스스로에게 되물으며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야 했던 고통의 기록이기도 하다.

▲ '진보 반페미'로 낙인 찍혔지만 싸울 것

저자 권윤지는 이른바 '진보 반페미'라는, 진보와 보수 양쪽 모두에게 결코 환영받을 수 없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줄곧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문제에 질문을 던져왔다. 이 책에서도 페미니즘을 진보나 보수 어느 진영의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이어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다면'은 이념과 해석을 내려놓고 인권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 자신의 삶의 고통을 담담하게 마주하며 단단한 언어로 써내려간 용기 있는 고백이다.

출판평론가 김성신은 추천의 글에서 "이 책은 어떤 각오일 수도 있고, 선언일 수도 있다. 자신의 생 자체를 재료로 쓴 것이다. 피를 물감으로 쓰듯. 이 책이 그렇다. 묘하고 통증이 있다"고 평했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도 "권윤지는 어느 날 자신이 '폭력의 유산'을 상속받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건 세상을 지금까지처럼 누려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닫는 뼈저림이었다. 이 책은 그런 쟁투의 일기다"라고 평했다.

저자 권윤지는 1996년 신림동 고시촌에서 법조 집안의 손녀로 태어났다. 그림을 사랑해서 예원학교 미술부, 서울예고 동양화부,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학부를 졸업했다. 안희정 사건을 회고한 책 '파괴할 수 없는 것'을 출간하기도 했다. 22대 총선에서 소나무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해 '페미니즘 카르텔'을 고발하는데 앞장섰다.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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