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씹는 시간을 줄이려고 한다. 식사 시간을 짧게 가지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씹는 시간이 많이 줄이는 경우가 많다. 국에 밥을 말아 먹는다든지 연한 음식을 통해 적게 씹고 빨리 넘기려고 한다. 이는 나이가 많을수록 더 씹지 않고 넘기려고 한다.
이렇듯 꼭꼭 씹지 않고 식사를 빨리하는 사람들을 보면 건강에서 두 가지 부분에서 큰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첫째는 소화기 건강에 관한 문제고 둘째는 치아 건강에 관한 문제다.
음식을 꼭꼭 천천히 씹게 되면 음식물에 침이 충분히 분비돼 섞이게 된다. 침 속에는 다양한 소화효소가 나오게 되고 입안에서 씹어서 잘게 부서진 음식물이 잘 분해돼 소화기에서 소화하기 쉽도록 이미 작업이 이뤄진 상태가 된다.
이 과정이 덜 이뤄진 음식물의 경우 소화에 부담을 줘 충분히 흡수되지 않거나 내 몸에 노폐물이 쌓이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담음(痰飮)이라고 불리며 체내에 누적돼 신진대사를 방해한다.
게다가 빠르게 음식물을 삼킬수록 과식하게 될 위험성이 많아진다. 우리가 포만감을 느끼기 위해 분비되는 호르몬은 CCK(콜레시스토키닌)라는 호르몬으로 체내에 음식물이 섭취된 지 20분이 지나야 분비된다.
천천히 씹어서 음식물을 삼키면 씹는 동안 배부름을 느껴서 적당량을 섭취할 수 있으나 20분 이내에 식사한다면 배부름을 느끼기 전에 필요 없는 양까지 과식할 수 있다.
치아 건강을 위해서도 치아에 씹을 때 가해지는 적절한 자극이 치아를 더 튼튼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거기에 씹으면서 나오는 침이 입안을 충분히 소독해준다.
한의학적으로도 치아의 윗니는 위와 연관된 경락에 이어져 있고 아랫니는 대장과 관련된 경락과 연관이 돼 있다. 즉 치아 건강이 소화기의 건강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을 선조들도 잘 알고 있었음을 증명한다.
동의보감에서도 장수를 위한 방법으로 연진법과 고치법을 소개하고 있다. 연진법은 혀끝을 위쪽 잇몸에다 대고 좌우로 움직여 잇몸 전체를 마사지해 주는 것이다. 이러면 침이 많이 분비되는데 이를 꼭 삼켜줘야 한다.
고치법은 치아를 부딪치는 법이라는 것으로 입을 가볍게 다물고 윗니와 아랫니를 36번 정도 가볍게 부딪히는 것이다. 부딪힐 때는 적당히 자극될 정도만 부딪힌다. 소리가 크게 날 정도로 세게 부딪히면 오히려 치아 건강을 상할 수 있으니 주의한다.
위 두 가지는 생각날 때마다 편하게 해준다면 치아 건강을 지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그리고 일상에서 껌을 씹는 것도 효과적인 고치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면 노래를 가볍게 흥얼거리는 것도 입안에서 혀의 움직임을 통해 침을 분비하는 연진법의 일종이 될 수 있다.
여유 있는 식사 시간을 통해 오랜 시간 음식을 씹는 것도 일상생활에서 내 치아 건강, 더 나아가 온몸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소중한 방법이다.
글/ 이한별 한의사·고은경희한의원 대표원장(lhb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