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35세 자식은 부모에 얹혀산다"...10명 중 4명이 이렇다

2025-04-13

#34세 남모씨는 최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직장에선 더 이상 발전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당장 벌이가 없지만 부모님과 함께 생활 중이라 큰 문제는 없다. 직장이 없으면 소개팅에 나가기 힘들어 결혼은 대학원 졸업 이후로 생각하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살며 임용 시험을 준비하는 30세 김모씨는 부모님이 학원비는 물론 용돈과 생활비를 준다. 그는 "학원이나 독서실 알바라도 하려하면 부모님이 '그 시간에 공부하라'고 말린다"고 말했다. 미안한 마음이 앞서지만 나이가 들어 취업은 힘들어 지금 하는 공부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이른바 '캥거루족' 청년들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13일 서울연구원의 '서울시민 생애과정 변화와 빈곤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35세 시점에 청년이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이 서울 기준 1971~75년 생 때는 20%였는데, 1981~86년생에서는 41.1%로 두 배 증가했다. 전국 기준으로 봐도 18.6%(1971~75년생)에서 32.1%(1981~86년생)로 1.7배 가량 늘었다. 35세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이 10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다는 의미다.

'취업'을 통한 경제 독립과 '결혼'을 통한 가구 독립이 늦어지는 현상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성인기로의 전환점인 ▶학교 졸업 ▶취업 ▶결혼 ▶분가 4개 지표 모두 1986년에서 2021년까지 느려지는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변금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으로 올수록 4개 지표 생애 첫 전환 연령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는데, 성인으로의 이행 지연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얼마나 늦어졌을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대학을 졸업해서 취업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반년 이상 길어졌다. 2024년 대학을 졸업하는 데 청년들이 걸린 기간은 51.8개월로 역대 최장이다. 2007년(통계집계시작)에는 46.3개월이었는데 한학기 넘게 대학을 더 다니고 있는 셈이다.

졸업도 늦어지지만 졸업 후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도 길어졌다. 2024년 기준 졸업 후 취업까지 걸린 시간은 11.5개월인데, 2004년에는 9.5개월로 2개월 짧았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할 수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쉬었음 청년'의 경우 취업이 더 늦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올해 3월에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기 쉬었음 청년' 3189명이 취업하려는 별도의 노력 없이 쉬는 기간은 평균 22.7개월로 2년 가까이 됐다. 이 중 4년 이상 쉬는 장기쉬었음 청년도 약 11%나 됐다.

경제적 독립은 물론 결혼을 통한 '가구독립'은 더 늦어지는 모습이다. 초혼 연령은 20년 사이 20대에서 30대로 껑충 뛰었다. 2000년에는 남자 초혼연령은 29.3세, 여자는 26.5세였으나 2024년 남자 초혼 연령은 33.9세로 여자는 31.6세다. 남녀 모두 4~5년 가까이 늦어졌다. 아이를 낳는 연령도 따라 밀렸다. 엄마가 첫아이를 낳는 나이는 2000년 27.69세에서 2023년 기준 32.96세로 5년 이상 늦어졌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청년들의 독립이 늦어지는 주원인으로 꼽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결국 취업이 안 돼 돈을 벌지 못하는데 집값은 비싸니 부모와의 동거라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집중과 경력직 선호 현상도 청년독립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강동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이 경력직을 선호하다 보니 여러 경험과 스펙을 만드느라 전반적으로 졸업과 취업이 늦어지고 이어 결혼과 출산도 늦어진다"며 "또 좋은 일자리가 주로 수도권에 있는데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집값이다 보니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이 특히 서울에서 높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결국 "청년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이를 토대로 청년 스스로 자신의 소득·인생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목소리다.

캥거루족 현상을 방치할 경우 '빈곤의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변금선 연구위원은 "다른 국가와 달리 한국에서는 이런 자식과 부모 동거가 빈곤 위험을 높이는 양상으로 나타난다"며 "한국에서는 부모가 다 큰 자식을 부양하는 모습인데 고소득층이 아니면 이는 노후 준비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동우 연구위윈은 "현 부모 세대는 상대적으로 자산이 있어 자녀를 지원할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현금흐름이 부족한 만큼 질병 등 삶의 충격에 취약한 측면이 있다"며 "청년 이행기가 계속 지연된다면 자녀와 부모 삶의 질이 동반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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