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김병주 탐구]② 운명의 순간..."인터뷰 기회 달라" 골드만삭스 회장에 편지

2025-04-10

HBS 동문인 골드만삭스 회장에 인터뷰 요청 편지 보내

월스트리트 진출 "연봉 2만8500달러, 복권 당첨된 기분"

초기에도 금융산업이 사회에 가치 제공하는지 확신 없어

월스트리트가 세상 질서 결정한다고 결론, 금융인 선택

[서울=뉴스핌] 한기진 금융증권부장·부국장 = 마이클 병주 김(Michael ByungJu Kim)은 하버포드 칼리지를 졸업하고 하버드 비즈니스스쿨(HBS, 1990) MBA과정을 밟으면서도 소설가를 꿈꿨다. 2학년때 『Heaven in Hell』이라는 초기 원고를 완성했고, 유명 문학 에이전트에게 보냈다. "나는 내가 차세대 위대한 미국 소설을 썼다고 확신했어요. 그 에이전트가 그 작품을 세상에 내보낼 사람이라고 믿었죠."

[MBK 김병주 탐구] 글싣는 순서

1. 이민자 소년, 亞 금융 대부로…"난 한국계 미국인"

2. 운명의 순간..."인터뷰 기회 달라" 골드만삭스 회장에 편지

3. MBK 펀딩 비법...조단위 플래그십 펀드 만들고 IRR로 투자자 현혹

4. 한국의 질서는 월스트리트가 결정한다

그러나 돌아온 답장은 원고의 강점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다수의 약점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에이전트의 조언은 이랬다. "이 원고는 서랍에 넣고, 할 말이 더 생기면 새로 시작하세요." 결국 그 에이전트의 말을 받아들이고, 조언을 따랐다. "돌이켜보면 그 에이전트 말이 맞았어요. 얼마 전 그 원고를 다시 읽어보니, 세상의 부조리에 대한 분노와 에너지가 느껴졌고, 그 점은 아직도 존경스럽더라고요. 작년(2023년)에 (내가) 60세가 됐는데, 그 열정을 다시 갖긴 어렵겠죠."

◆ "월스트리트 저널을 학술지로 착각, 분기별로 읽는다"고 허세에도 합격

마이클의 진로는 학부와 MBA 동기생들의 흐름으로 쓸렸다. 1980년대 중반은 금융산업 호황기였고 많은 동문들이 투자은행(IB) 면접을 봤다. "하버포드에서 번뜩이는 친구들은 모두 모건스탠리, 퍼스트보스턴, 골드만삭스로 지원하고 있었어요." 마이클은 HBS 동문으로 골드만삭스 공동 회장이었던 존 화이트헤드(MBA, 1947)에게 편지를 보내 인터뷰 기회를 얻었다.

"면접관이 '월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주제들만 자꾸 물어보더라고요." 당시 마이클은 '저널'을 학술지로 착각했고 "매 분기마다 읽는다"고 허세를 부렸다. 일간지를 매분기마다 읽는다고? 어리석은 답변이었다. 면접관이 쳐다보자 "매달 읽어요"라고 고쳤고, 면접관은 웃었다. 그는 다른 질문에는 잘 대답했는지 다음 라운드에 초대됐다.

운이 좋게도 골드만삭스 뉴욕 지사에서 배치됐다. 연봉 2만8500달러를 받았다. "세상의 전부 같았다.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근무 초기부터 마이클은 고민이 있었다. 금융산업이 사회에 본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지 확신이 없었고, 자신이 훌륭한 은행가가 될 운명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내가 가진 능력을 사회가 가치있게 본다면, 이 능력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가장 빠른 방법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 경제가 세상 질서 정립, 월 스트리트가 중심점

그가 생각하는 사회적 가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그의 자전적 소설 『OFFERINGS』에 독백과 같은 이야기로 담겨있다. 뉴욕 월 스트리트로 나아가는 출사표이다.

"졸업반, 불만의 겨울. 학부 4년 동안 기호학, 인식론, 엔텔레키(잠재성에 대한 철학), 종말론을 샅샅이 뒤지며 보냈다. 지금은 마치 고름이 맺힌 학문적인 된장(dwenjang)처럼 느껴진다. 마르크스주의에 칸트와 헤겔 중 누가 더 큰 영향을 미쳤는지, 누가 우리 시대의 정신을 더 잘 포착하는지에 대한 밤샘 잡초 논쟁들 말이다. 중요한 사건들이 캠퍼스 밖,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인생을 바꿀 만큼,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역사적인 사건들! 인류 역사의 조류가 변하고 있다. 바깥 세상이 손짓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냉전 종식, 레이건의 악에 대한 승리. 이를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이라고 부른다. 미국 자유 민주주주의가 인류 이념 진화의 종착점이자, 최후의 정부 형태다. 군주제, 파시즘, 사회주의, 볼셰비즘이 모두 시도하다가 실패했다. 아시아계 학자가 미국 중심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아이러니하다. 사람들은 불과 몇 달 전 천안문 사태를 잊었나? 수천명의 민주화 시위대와 학생들이 중국군에 살해당했다. 덩샤오핑 총리는 흑묘백묘(고양이가 검든 희든 쥐만 잡으면 된다)라고 말하고 다닌다. 광주 학살로 수백명이 한국군에 살해당했다. 역사는 분명 운율(rhyme)이 있다.

아시아 지도자들은 자유 민주주의가 전부라는 점에 대해 할말이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그리고 아시아에게, 그들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역사의 진자가 서양에서 동양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는 천년 전 패권을 장악했다. 이제 인구 통계학적 특징, 새롭게 부상한 경제력, 그리고 통일된 (비종교적인) 유교 윤리에 힘입어 아시아가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

이제 충돌은 군사적이고 물리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무역분쟁과 경제전쟁 형태로 일어날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발생한 중요한 변화는 전부 경제로 인한 것이다. OPEC과 EU(유럽연합)의 등장, 베를린 장벽과 소비에트 연방 붕괴, 유라시아의 공산주의 확산, 박정희…. 경제가 역사의 새로운 엔진이다.

현대 질서속에서 미국이 지배적인 리더십을 발휘한다. 팍스 아메리카는 다차원적으로 구성된다. 압도적 경제력, 군사력, 과학, 기술, 예술, 문화, 스포츠, 도덕, 교육까지. 그 요소 중 가장 중요하고 지속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교육이다. 세계 우수 인력이 미국에서 교육을 받는다. 그들은 자국에 돌아가 미국의 사고방식을 전파한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의 힘이다.

따라서 나는 결정한다. 첫째, 경제가 세상의 질서를 결정한다면, 월 스트리트가 중심점이다. 내가 플레이해야 하는 장소다. 둘째, 나는 금융을 미국·서구와 아시아·동양 사이의 오래된 단절을 이어주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 내 분명한 운명이 결정화되고 있다."

hkj7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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