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4배로 불려줘도…청년 셋 중 하나는 中企 퇴사

2024-10-08

정부가 중소기업 취업 청년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만든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한 이들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만기 직후나 그 전에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일채움공제는 만기 전이라도 매칭 형태의 정부 지원금은 수령이 가능해 예산 집행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서울경제신문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입수한 ‘2024년 중소기업 지원사업 성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자의 2년 이상 고용 유지율이 64.6%에 그쳤다. 뒤집어보면 35.4%는 만기 2년 시점이나 이전에 회사를 그만둔 셈이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청년이 2년간 300만 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단계별로 600만 원, 사업장에서 300만 원을 지원해줘 만기 시 1200만 원의 목돈을 모을 수 있게 해준다.

정부 안팎에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지원책은 한계가 뚜렷하다고 보고 있다. 내일채움공제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시범 사업을 거친 뒤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7년부터 본격 시행됐다. 2020년에는 신규 지원 인원이 13만 2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신규 가입자 수는 4066명에 그쳤다. 목표치인 2만 명의 20.3%에 불과하다. 이는 어떤 식으로든 대기업 취업을 선호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MZ세대들은 평생 직장 개념이 희박하고 이직이 많아 한 직장에 오래 붙들어두려는 식의 정책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자 중 이직과 같은 사유로 일자리를 바꾼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동률)은 2022년 기준 22.1%로 전년(20.9%)보다 1.2%포인트 증가했다.

만기금이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내일채움공제는 2021년 만기금을 기존 1600만 원에서 1200만 원으로 축소한 바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이직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이 변화하고 만기 공제금도 줄어들면서 고용 유지 효과가 감소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정부 직접 지원을 통한 청년층의 중소기업 취업 유도는 앞으로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도 내일채움공제를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해는 지원 대상을 모든 업종에서 50인 미만 제조·건설업으로 줄였고 올해부터는 신규 가입자를 받지 않고 있다. 내년도 사업 예산은 올해 2395억 원에서 294억 원으로 대폭 줄였다. 대신 중소기업 재직자 우대 저축 공제를 통한 금리 우대 등의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노민선 중기연 연구위원은 “특정 사업체에서의 장기 재직을 전제로 하는 공제 사업은 청년층의 달라진 성향을 완벽히 반영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기업의 부담을 줄이되 지원 대상은 확대하는 쪽으로 노동계·사측·공공기관 간 협업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해석했다.

한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결국 정부가 돈으로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려고 했던 것인데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돈을 더 얹어준다고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겠느냐”며 “직접 지원보다는 근무 여건이나 환경, 적절한 보상 체계를 만드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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