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의 평범한 일상도 겹치고 쌓이면 찬란해진다…영화 '퍼펙트 데이즈'

2024-07-02

새로운 것 없이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 속 현대인들은 점점 권태에 지쳐만 간다. 의미 없는 일과 속 자신이 누구인지, 인생 본연의 가치를 잃어만 가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 히라야마도 겉보기에는 그래 보인다. 영화는 도쿄에서 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는 히라야마의 반복되는 일상을 비슷한 구조로 반복해 보여준다. 아침 일찍 출근해 업무를 마친 뒤 퇴근하고 저녁을 먹은 뒤 책을 보다 잠드는 일상이 어떤 큰 재미가 있을까. 더구나 대부분의 사람에게 좋지 않은 시선으로 비춰지고 무시당하기 일쑤인 화장실 청소부가 아닌가.

그러나 히라야마에게 이 모든 순간들은 매 순간이 소중하기 그지없는 순간이다. 그는 언제나 밝은 표정으로 나와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고 올드팝을 듣고, 쉬는 시간에는 숲 속에서 햇살을 찍는다. 단골 식당에서 소소한 일상의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오늘 윌리엄 포크너를 읽은 그는 내일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를 읽을 것이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이라 할 수 있는 화장실이 그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남들이 만지기도 싫어하고 지켜보기도 껄끄러워하는 그 곳의 가장 낮은 부분, 보이지도 않는 부분까지 히라야마는 정성스레 어루만진다. 세상의 모든 더러움이 마지막으로 모여드는 이 곳을 그는 꺠끗하게 만든다. 오히려 가장 낮은 곳에 존재하기에 가장 넓은 시선을 가지고 가장 높은 곳까지 전부 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는 서열화와 비교, 남에 대한 무시가 당연해져 버린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다.

이 영화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일본의 국민 배우 야쿠쇼 코지의 연기는 경이롭다. 그는 주인공 히라야마 그 자체가 되어 작품의 메시지 그 자체를 온 몸으로 전달한다. 영화 마지막의 클로즈업 신에서 보여주는 표정과 눈빛 연기는 역대급이다.

‘베를린 천사의 시’ ‘파리, 텍사스’를 연출한 거장 빔 벤더스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그는 자신이 큰 영향을 받은 일본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에 대한 존경을 작품 곳곳에서 내보인다. 야스지로 특유의 촬영 구도와 ‘동경이야기’ ‘꽁치의 맛’과 같은 대표작들에 대한 오마주가 엿보인다.

1960~70년대의 넘버들로 구성된 OST도 작품의 감성을 더한다. 서양인이 일본에서 찍은 영화라는 점에서 나올 수 있는 위화감이 서구와 동양의 감성을 이어주면서 상쇄된다. 영화 속 흘러나오는 루 리드의 ‘퍼펙트 데이’의 “그저 완벽한 날, 공원에서 상그리아를 마시고, 날이 어두워지면 집으로 가요. 뿌린 대로 거둘 거에요"라는 가사는 우리에게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영화를 본 하루를 정말로 ‘퍼펙트 데이’로 만들어 준다. 애니멀스의 ‘더 하우스 오브 더 라이징 선’,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페일 블루 아이즈’와 같은 곡은 알 수 없는 향수를 가져다 준다. 3일 개봉. 1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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