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에 빠진 아이들
핸드폰 / 김○○
핸드폰을 하면
엄마 아빠가 눈이 나빠진다지만
차라리 나빠지고
더 하고 싶다.(2021.5.6.)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 덕(?)에 이젠 어른이든 아이든 스마트폰 세계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오죽하면 눈이 나빠진다고 해도 더 하고 싶다고 했을까.
<장면 1>
- 엄마: 야, 벌써 너 지금 네 시간째야.
- 아이: 아, 엄마, 10분만 더 하고.
금세 10분이 지났다.
- 엄마: 10분 지났는데.
- 아이: 딱 10분만.
스마트폰 쓰는 시간 문제로 가정에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더 심각한 집은 아이와 부모 사이에 관계 균열이 생겨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는 거다. 나름 규칙을 정한다고 해도 쉽게 지켜지지 않고, 결국 감정싸움으로 치닫게 된다.
<장면 2>
학 수업 시간, 잘 알아듣지 못하고 재미없어하던 대용이는 책상 밑에 몰폰(몰래하는 휴대폰 사용)을 하다가 선생님에게 걸렸다. 하지만 어쩌라는 식으로 당당하기만 하다. 이런 일은 가끔 일어나는 일이어서 아이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스마트폰 사용 문제로 많은 학교에서도 애를 먹고 있다. 그 대척점에는 학생 인권과 학교 학습권이 자리 잡고 있다. 학생 스마트폰을 제재하는 것이 학생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리와 수업 시간만큼은 학습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 의미 있는 결정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4년부터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등교 때 걷었다가 하교 때 돌려주는 진정 약 300건에 대해 일관되게 인권침해라고 판단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10월에 전원위원회(전원위)를 열고, 휴대 전화 일괄 수거 관련 진정 사건을 기각했다. 참석한 인권위원 10명 중 8명이 인권침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결정을 뒤집은 근거는 지난해 7월 유네스코가 발표한 글로벌 교육 모니터 보고서가 한몫했다. 보고서는 “디지털 기술의 긍정성이 과대평가 된 측면이 있다.”며 “정서 혼란과 학습 부진, 사이버 괴롭힘을 막기 위해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시대가 바뀌고, 인권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긍정의 측면이 많았다. 하지만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으로 오히려 아이들 정신건강이 나빠졌음을 유네스코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정한 것이다.
세계 각국도 이런 흐름에 발을 맞추고 있다. 호주는 14세 미만의 아이에게 SNS(인스타그램, 틱톡 등)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또 스웨덴은 아동·청소년의 스크린(화면)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새로운 권고안을 발표했는데 공중보건청의 새로운 권고에 따라 2세 미만은 TV·스마트폰 등 디지털 미디어에 노출하면 안 되고, 10대도 최대 3시간으로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프랑스는 2024년 9월 학기부터 중학교 200곳을 시범 선정해 스마트폰 사용을 물리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또 벨기에의 프랑스어권 학교 수백 곳도 교내에서 스마트폰을 전면 금지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루이지애나 등 11주에서도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거나 막는 법을 정해 시행하고 있다.
■ 함께 의미를 찾는 공부
지난 12월 장승초 학부모·교사 다모임에서 의미 있는 이야기가 오갔다. 우선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세대』라는 책을 교사들이 먼저 읽고, 다모임에서 교장샘이 그 책을 내용으로 발제를 했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아이들에게 현실 세계는 과잉보호를 하고, 사이버(가상) 세계에는 과소보호를 하고 있다는 내용을 서구 여러 나라의 통계자료를 근거로 설명하였다. 더불어 정신건강(우울증, 자살률, 불안 등)과 행복지수가 스마트폰이 등장한 2012년 전후로 급격하고 나빠지고 있다는 자료도 공유하였다.
저자는 현실 세계와 교류가 적어지는 사회적 박탈, 불빛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수면 박탈, 끝없는 알림으로 주의 분산,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중독의 네 가지 스마트폰 나쁜 점을 이야기하였다. 또한 어른이 간섭하지 않는 자유 놀이가 사라지는 점도 안타까워했다. 생각해 보면 지금 어른들이 어린 시절, 마음껏 땅을 밟으며 어른 간섭 없이 뛰어놀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 혼자 심부름도 갈 수 없는 안타깝고 위험한 현실이 되었다. 지나친 학원, 학업 스트레스와 간섭으로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틈도 없어졌다. 오죽하면 친구를 만나기 위해 학원에 간다는 이야기가 나왔을까.
■ 작은학교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제안
장승초 아이들은 주마다 금요일 7, 8교시에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학교 둘레 용마봉에 오르기도 하고, 세동천에서 놀기도 한다. 또 운동장에서 공을 차기도 하고, 강당에서 어울려 놀기도 한다. 다만 휴대폰을 쓸 수 없다. 장승초를 방문하는 선생님들이 자유시간에 많이 놀라워 한다. 혹시 그 시간에 사고라도 나면 어쩌냐는 거다. 험악하고 흉흉한 사회 분위기를 대변하는 반응이다.
그날 교장샘은 학부모들에게 두 가지 제안을 했다. 첫째 장승초 재학 중,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는다. 두 번째 현실 세계에서 아이 자율성과 독립성, 공동체성을 넓히기 위해 체험학습을 갈 때 스마트폰 없이 온전히 체험학습에 집중한다.
발제와 토론으로 이어지는 시간에 이게 과연 가능할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번 기회에 함께 마음을 모으면 가능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며칠이 지나고 학년별로 저학년부터 장승초를 졸업할 때까지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겠다는 학부모 결의가 이어졌다. 학교도 실천을 위한 실험을 했다. 12월에 있었던 1박 2일 무주 스키캠프에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가져오지 않도록 가정에 안내했고, 실험은 놀랍게도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미리 안내한 덕에 아이들은 보드게임을 챙겨와 저녁에 어울려 놀았다. 더불어 스마트폰이 없으니 친구들과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런 결과에 구성원 모두 아주 만족했다.
큰 학교야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여러 이야기가 설왕설래할 수도 있겠지만 장승초처럼 작은학교에서는 교육공동체가 뜻만 모은다면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스마트폰 없는 학교, 자유롭게 노는 아이들, 우리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만큼 모르는 척하지 않고, 아이들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고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야 하지 않을까?
윤일호 장승초 교사
저작권자 © 전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