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도미니카 공화국 국적을 가진 멜 로하스 주니어(35·KT)는 유독 여름에 강하다.
2017년 시즌 중 KT에 입단한 로하스는 2018년 타율이 0.305였다. 스포츠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 기록에 따르면, 그해 기온이 30도 이상이었던 경기에서 로하스의 타율은 0.384로 솟구쳤다. 2019년에도 마찬가지다. 시즌 타율 0.322였던 그해, 30도 이상 무더위 속에 나선 경기에서 로하스의 타율은 0.377로 훨씬 높았다. 타 리그로 떠났다 돌아온 뒤에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KT로 돌아와 시즌 타율 0.329를 기록한 로하스는 역시 30도 이상 무더위 속에서 0.361로 더 좋은 경기력을 뽐냈다.
7월, 역대급 무더위와 함께 ‘여름 사나이’ 로하스가 돌아왔다.
로하스는 6월까지 73경기에 나서 타율 0.251, 홈런 9개로 부진했다. 6월 한 달은 15경기 타율 0.217, 홈런 1개에 그쳤다. 이강철 KT 감독은 6월21일 로하스를 2군으로 내려보내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지난 1일, 열흘 만에 1군으로 돌아온 로하스는 당일 복귀전에서 4타수 2안타 1홈런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3일에는 통산 175호 홈런을 치며 외인 타자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고, 9일 인천 SSG전에서는 석 달 만에 멀티 홈런을 기록, 팀의 10-3 대승을 견인했다. 7월 출전한 8경기 타율은 0.321, 홈런은 벌써 4개나 때렸다.
로하스는 9일 경기를 마치고 “날씨가 더워지면 잘 한다는 생각을 잘 안 하려고 했는데, 지금 보니까 맞는 것 같긴 하다”고 웃으며 “날씨가 더워지고 2군에 다녀온 뒤로 조금씩 페이스가 올라왔다. 오늘도 좋은 감이 유지되면서 좋은 경기를 보여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KT에서만 6시즌째 뛰는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출신 로하스는 그 공을 신인왕 후보인 안현민(22·KT)에게 돌린다. 로하스는 “최근 홈런을 많이 치고 타격감이 올라오는 데 안현민이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안현민이 먼저 와서 같이 훈련하자고 얘기해줘서 같이 훈련했다”며 “안현민이 맥도날드도 같이 가자고 했다. 더 이상의 훈련 내용은 영업 비밀”이라며 웃었다.
주축 타자들의 줄부상으로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KT에 외인 에이스의 부활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지난 5월27일 주루 중 오른쪽 인대 파열로 이탈한 간판 타자 강백호는 이달 말은 돼야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5월29일에는 타격감이 최고조였던 황재균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다. 황재균은 지난 6일 복귀했지만 아직 3경기 2안타로 기량을 회복하진 못하고 있다.
KT는 로하스의 복귀로 안현민-장성우-로하스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완성했다. 최근 투수들이 안현민에게 볼넷을 내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후속 타자 로하스에겐 나쁘지 않다. 뜨거운 태양과 함께 기다렸다는 듯 타격을 회복하고 있는 로하스는 오히려 안현민과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로하스는 “안현민이 없었을 때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타격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보니 어떻게든 타점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지금은 투수들이 안현민을 견제하며 쉽게 누상에 내보내니까 그 뒤 타석에서 조금 더 편하게 타격을 한다. 투수들 입장에서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강타자가 나오면 경기를 풀어가기 어려워지고 실수할 확률도 높아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