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사자 간 갈등이 있는 규제 해결을 위해서, 이해관계자와 국민, 전문가 모두가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을 거쳐 협의안을 만드는 국민 배심원제를 해보자”
서정모 국민통합위원회(통합위) 소속 기업성장을돕는 특위 위원장은 27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특위 활동 경과 보고’에서 스타트업과 기존 산업 간 규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민 배심원제’를 제안했다. 이날 특위 경과 보고는 ‘중소기업, 자생적 성장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스타트업이 신규 기술이나 새로운 모델을 시장에 들고 나왔을 때, 높은 확률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한다. 기존 규제나 제도가 이익을 더 많이 담보해주는 현재의 시장 참여자가 있어서다. 대표적인 사례로 택시 업계와 마찰이 컸던 모빌리티 스타트업 타다가 있다. 지금도 의료나 법을 다루려는 스타트업은 각 영역의 최대 이익단체인 의사협회나 변호사협회와 다투는 중이다.
서 위원장은 “기존 시장 참여자와의 갈등이 심화돼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 있다”고 현실을 짚으면서 “정부 차원에서 갈등 해결을 위해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반대하는 집단이 있으면 단호히 어느 한쪽을 지원하기 쉽지 않다”고 국민 배심원제 제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배심원제의 목적은 “문제를 공론화해 다수의 합의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통합위원회에서는 국민배심원제 적용을 규제 자체의 문제가 아닌 갈등에 기인한 규제 혁신 지연의 사례로 국한해 제안한다. 사회적 갈등이 큰 아젠다를 선별, 숙의 단계를 거쳐 배심원을 선발하고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자는 것.
만약, 타다와 같은 갈등을 국민 배심원제를 통해 결정했다면 그 결과가 어땠을까? 리얼미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승용차 호출 서비스 ‘타다’를 혁신이라고 인식한 응답자는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9.1%였다. 타다를 불법이라 정의, 공정 경쟁을 위협한다고 보는 이는 25.7%로 현저히 적었다.
원소연 특위위원은 “최근에는 기술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보다 특정 이익집단의 반대로 규제혁신 지연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배심원 합의 결과가) 법적 구속력은 지니지 않더라도,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다수 국민이 찬성할 경우 부처가 특정 집단의 의견만을 반영해 개선을 지속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위는 또 기업 성장 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일환으로, ‘성과보상형 지원 체계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서정모 위원장은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기업 스스로 성과를 내고 보다 큰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려는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중소기업 지원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고 발언했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예산 15조2000억원 중 중소, 벤처, 스타트업에 할당된 지원 예산은 약. 조7000억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유관부처와 지자체 예산을 더한다면 규모는 더 커진다. 그러나 이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의 기준은 획일적이라 잠재력이나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 평가만 통과하면 모두 균등하게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기업이 거둔 매출이나 수출과 같이 성과가 실질적으로 있는 기업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자는 것이 성과보상형 지원체계 도입 제안의 골자다.
최성진 특위 위원은 “현재도 기업 성장을 돕는 지원 정책이 많이 있지만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자생력을 가지고 성장하기 위해선 민간 주도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민간의 자율과 활력을 키워 성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지원책과 제도를 전환할 것을 정부에 제안하는 내용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