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대구 달성군 방천리에 위치한 대단위 쓰레기 매립장에는 작은 공장이 있다. 이 공장에서는 국내 과학자들이 음식물 쓰레기나 가축 분뇨와 같은 유기성 폐자원이 내뿜는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실험에 한창이다. 과학자들이 더러운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기체를 모으는 이유는 비행기 연료로 쓰일 지속가능항공유(SAF)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연구를 이끄는 이윤조 탄소자원화 플랫폼화합물 연구단 단장(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SAF의 핵심은 원료 확보인데 가축 분뇨나 음식물 쓰레기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원료보다도 확보가 쉽다”며 연구 취지를 설명했다.

최근 SAF 원료 개발에 대한 과학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SAF는 말 그대로 다양한 친환경 원료를 활용해 제조된 항공유다. 일반 항공유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80%까지 줄일 수 있어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SAF 혼합 비율을 2%로 의무화했으며 한국 역시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대해 SAF를 1% 혼합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미국·일본·영국 등도 SAF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항공유 산업이 SAF로 재편되면서 항공·정유 업계는 원료 수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원료는 폐식용유인데 가정과 기업 등에서 쓰고 남은 폐식용유를 활용해야 하는 만큼 원료 확보가 쉽지 않다. 한국의 경우 연간 필요한 폐식용유가 70만 톤 정도지만 수거되는 양은 20만~30만 톤에 불과하다. 이미 중국 폐식용유 시장을 유럽 기업이 선점해버려 수입도 어려운 상황이다. 과학계는 이런 이유로 최근 다양한 대체 가능한 원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꼬시래기와 같은 해조류를 원료로 바이오 항공유의 전 단계 물질을 생산하는 연구를 선보였으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목재 등 식물 원료를 사용해 석유 항공유와 유사한 성분을 지니는 SAF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단장이 이끄는 ‘탄소자원화 플랫폼 화합물 연구단’은 그중 가축 분뇨와 도시의 음식물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바이오 가스’에 대한 가능성에 주목한다. 2022년 출범한 연구단은 화학연을 중심으로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LG화학 등 22개 산학연이 뭉쳐 초기 시장 단계인 탄소포집·활용(CCU) 기술의 상용화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협업하고 있다. 연구단은 유기성 폐자원에서 발생하는 바이오 가스를 포집해 일산화탄소(CO)와 수소(H2)를 결합한 합성가스를 만든다. 그리고 여기에 액체연료를 합성해 지속 가능한 바이오 항공유를 생산한다.

일반 항공유에 비해 세 배 이상 비싼 SAF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대구의 대규모 쓰레기 매립지에 통합 공정 플랜트도 구축했다. 기존 화석연료(석탄 등)에서 합성유를 제조하는 공정은 제조 단가를 낮추기 위해 대규모로 생산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가축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 등은 넓은 지역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모두 한곳으로 이동시키는 데 큰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소규모 생산에 특화된 기술이 별도로 필요하다. 이에 따라 연구단은 소규모 원료 전환에 적합한 콤팩트 모듈형 반응기 기술을 개발했다. 이 반응기는 기존 반응기 대비 부피를 90% 이상 줄일 수 있고 모듈화가 가능해 다양한 생산 규모에 적용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 단장은 “현재 많은 기업이 폐식용유를 활용한 SAF 생산을 진행 중이지만 수급 문제로 시장이 확대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연구단은) 올 4월부터 실증 플랜트에서 하루 100㎏의 SAF를 생산하는 연구를 진행해 점차 대량생산의 가능성을 확인,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