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푹 빠졌다" 콧대 높은 루이뷔통도 뛰어든 '시속 350km 마케팅'

2025-10-16

지난 5일 저녁 수천 개의 조명이 대낮처럼 불을 밝힌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 스트리트 서킷(순환도로).

프랑스 명품 기업인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 로고가 새겨진 전광판 아래서 레이싱카 18대가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5개의 빨간색 신호등이 동시에 꺼지자 차량들이 일제히 불꽃을 일으키며 도로를 내달렸다. 지난 2008년 포뮬러1(F1) 최초로 야간 레이스를 개최한 싱가포르 그랑프리의 올해 결승 경기가 시작된 것이다. 싱가포르 도심에 설치된 4.94㎞의 서킷을 62바퀴 도는 경주다.

올해부터 10년 간 F1을 후원하는 LVMH의 여러 브랜드들이 출발선은 물론이고 도로 곳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차량들이 정비를 위해 잠시 피트레인에 들어왔다가 다시 서킷으로 빠져나갈 때마다 LVMH의 시계 브랜드인 태그호이어가 적힌 전광판이 노출됐다. LVMH 소속 브랜드 중 태그호이어(1992~2003년)와 모엣샹동(1960~1997년)이 각각 F1의 공식 타임키퍼와 샴페인 공급사로 활동한 적은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스포츠 마케팅에 뛰어든 건 이례적이다.

지난해 명품 업계의 매출이 부진한 원인으로 젊은 세대의 이탈이 지적되자 콧대 높은 LVMH도 F1 마케팅에 눈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 출생)의 명품 소비는 전년 대비 7%(약 8조원) 감소해 전세대 중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F1을 다룬 영화 ‘F1 더 무비’, 시즌 7까지 제작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본능의 질주’ 시리즈가 전세계적으로 흥행을 거두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모터스포츠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지 LVMH 관계자는 “과거 F1의 주력 관객층이었던 40~50대 남성들은 F1을 스포츠로만 봤지만, 새로 유입된 젊은 세대들은 굿즈를 활용해 개성을 뽐내는 등 패션과 트렌드에 민감한 모습을 보인다”고 전했다.

결승 경기 직전 싱가포르 도심에 위치한 쇼핑몰인 래플스시티에서 만난 김누리(32)씨도 영화 ‘F1 더 무비’를 보고 F1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처음 F1 경기를 관람한다는 김씨는 서킷 인근에 위치한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의 쇼핑몰에서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팀의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도 미리 구입했다. 김씨는 “F1이 ‘귀족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있어서인지 굿즈에서도 세련된 브랜드나 디자인을 선호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F1의 최고급 VIP라운지인패독클럽에서 만난 시빌 슈레르 모엣샹동 최고경영자(CEO)은 “F1은 열정적인 팬 층을 가진 스포츠”라며 “최근에는 남녀 구분 없이 전세계 젊은 세대가 이 스포츠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그랑프리를 상징하는 파란색의 태그호이어 F1 시리즈 시계를 착용하고 나타난 앙투앙 판 태그호이어 글로벌 CEO도 “F1은 다양한 마케팅 시도를 할 수 있는 거대한 무대”라고 말했다.

이날 약 90분간에 걸친 경주 끝에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팀의 조지 러셀이 1위로 레이스를 마치자 거대한 폭죽이 터지며 밤하늘을 수놓았다. 러셀은 시상대에서 모엣샹동의 대형 샴페인을 터뜨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시상대 오른편에 자리한 승리를 상징하는 V가 새겨진 루이비통의 거대한 맞춤형 트로피 케이스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14일 LVMH 발표에 따르면 그룹의 3분기 실적은 회복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LVMH는 3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1, 2분기에 각각 -11%, -6% 등 감소세가 이어졌던 것과는 대비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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