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떨어진 백화점…리뉴얼·기후변화 TF로 ‘손님’ 잡는다

2025-02-19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국내 백화점들이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침체에도 대형점 위주의 차별화 콘텐츠 전략이 성과를 내며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하반기 비우호적인 날씨에 팔려야 할 의류들이 팔리지 못하며 매출이 부진했습니다. 4분기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수익성 부진을 만회할 기회마저 놓쳤습니다.

날씨나 일회성 비용은 백화점 입장에서는 일종의 변수입니다. 사업 전략을 수립할 때 모든 변수를 전부 예측하고 대비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얼마나 철저하고 세밀하게 준비하느냐가 한 해 실적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백화점은 올해 점포 리뉴얼과 식품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기후변화 전략팀까지 꾸려 변수에 대응합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하며 3사 중 실적이 가장 저조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3조3193억원으로 전년 대비 0.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000억원으로 17.8% 감소했습니다. 이중 국내 백화점 매출이 3조2036억원, 영업이익은 406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 19.9%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신세계는 매출이 2.8% 증가한 7조243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이 4055억원으로 7.8% 줄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매출이 2조4346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하고 영업이익도 3589억원으로 0.8% 증가하며 3사 중 유일하게 외형 성장과 실속을 모두 챙겼지만 신장률이 0~1%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습니다.

투자 대비 아쉬운 실적을 기록한 백화점이지만 대형점 중심의 성장세를 이어가며 면치레를 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타임빌라스 쇼핑몰 사업을 시작했고 본점, 인천점 등 핵심점포 리뉴얼을 단행했습니다. 잠실점은 2022년 연매출 2조원을 넘은 지 2년 만에 매출 3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신세계는 지난해 2월 강남점 스위트파크 오픈을 시작으로 하우스 오브 신세계, 본점 신세계스퀘어 등을 새로운 공간을 선보이는 동시에 패션 전문관 리뉴얼로 트렌드를 접목하는 시도를 했습니다. 그 결과 강남점은 2년 연속 거래액 3조원을 달성했으며 센텀시티점은 지역 점포 최초로 전국 백화점 순위 3위에 올랐습니다. 백화점 매출은 코로나 19 이후 매년 최대 기록을 작성 중입니다.

이 같은 대형점들의 활약에도 백화점들이 부진했던 이유로는 더운 날씨가 꼽힙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 고온 현상이 여름을 지나 지난해 9월까지 지속되면서 패션 트렌드가 둔화했습니다. 추석 당일(9월 19일)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을 정도였습니다. 폭염에 패션 수요가 정체됐고 매출이 떨어졌습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백화점 3사의 영업이익은 롯데 707억원, 신세계 883억원, 현대 71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0%, 4.8%, 11.0% 감소했습니다. 식품과 리빙 카테고리 매출이 신장하고 주얼리, 워치 등 명품 수요가 증가했지만 고온에 패딩, 코트 등 F/W(가을·겨울) 의류 수요가 뚝 떨어지면서 실적을 뒷받침해주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추정 부담금이 4분기 실적에 반영되며 갈 길 바쁜 백화점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11년 만에 종전 판례를 변경해 재직 여부나 근무 일수 조건이 붙은 임금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기존 통상임금에서 제외됐던 퇴직금, 명절 상여금 등이 새롭게 포함됐습니다.

인건비가 증가하면서 롯데백화점은 192억원, 현대백화점은 122억원의 일시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신세계역시 100억원 이상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백화점들은 통상임금 등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롯데백화점 국내 사업은 일회성 비용을 제외해도 영업이익이 4577억원으로 9.8% 감소했습니다.

올해 백화점은 점포 리뉴얼과 핵심 카테고리 경쟁력 강화에 집중합니다. 명품 입점과 인기 라인업 확장에도 속도를 냅니다. 고물가와 잇따른 가격 인상에도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연매출은 전년 대비 6.2% 줄었지만 백화점 명품 매출(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해 7월 이후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신세계는 지난해 디저트 수요를 확인한 만큼 강남점 식품관 리뉴얼에 힘을 실을 예정입니다.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는 오픈 2년 만에 누적 방문객 수가 12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같은 기간 강남점 디저트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으며 식품 전체 매출에서 디저트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15%에서 30%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신세계 강남점은 올해 국내 최대 규모인 1만9835㎡(6000평)의 식품 전문관을 완성해 독보적인 F&B 경쟁력을 갖춘다는 구상입니다. 오는 3월 푸드마켓(슈퍼마켓) 오픈에 이어 8월 델리(즉석식품), 카페와 건강관 새 단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또 신세계 본점 헤리티지(옛 제일은행 본점) 건물을 포함해 본점, 대구 등 주요 점포를 리뉴얼할 계획입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청주 고속버스터미널에 특화 도심형 복합쇼핑몰 ‘커넥트현대 청주’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앞서 지난해 오픈한 ‘커넥트현대 부산’은 MZ세대를 겨냥한 맛집과 K패션 브랜드로 점포를 구성해 젊은 층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회사는 신규 출점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영 모델 구축을 위한 광역시 5대 거점 유통망을 확보한다는 방침입니다.

사업 경쟁력 제고의 일환으로 협력사와 판매 전략 수립에도 나섭니다. 업계 최초로 주요 패션 협력사 15개사와 손잡고 ‘기후변화 테스크포스(TF)’를 출범한 게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지난해부터 유독 예측 불가능한 날씨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패션업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전략입니다. 20여명 규모의 TF를 올해부터 본격 운영합니다.

해당 팀은 길어진 여름 대응 방안을 마련, 간절기 상품 특별 세일 추가 진행, 계절에 맞는 신제품 출고일 변경 여부 등 전방위적인 판매 전략 점검에 돌입합니다. 구체적으로 초여름부터 늦여름까지 장기화한 여름 시즌을 세분화해 시점별 날씨에 맞는 아이템의 생산‧판로‧프로모션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 "협력사가 냉감 소재를 적용한 기능성 아이템이나 겹쳐 입기 편한 간절기 아이템 등 주력 아이템 물량을 늘리면 현대백화점은 프로모션 및 마진 할인, 대형 행사 전개를 지원할 계획"이라며 "여름 정기 세일 외에도 간절기 세일 등 시즌 특화 프로모션을 8~9월에 추가 진행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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