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이 어렵다 해도 디즈니의 명성이 건재한 이유는 그들이 보유한 막강한 IP(지식재산) 덕분이다. 1994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은 20세기 디즈니랜드의 성벽을 공고히 하는 데 일조한 대표작 중 하나다. ‘라이온 킹’의 개봉 30주년을 기념해 디즈니에서 새롭게 선보인 ‘무파사 : 라이온 킹’은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와 심바의 삼촌이자 극 중 악당이었던 스카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영화는 왕으로서의 자격에 대한 주제를 공유하지만 시대의 변화를 수용한 ‘무파사 : 라이온 킹’은 원작의 가부장적 색채를 퇴색하는 작업을 잊지 않는다. 그 작업은 왕족 수컷 사자로서의 운명 대신 태도와 자질을 강조하는 것이다. 물론 과격하고 전복적인 방식 대신 디즈니다운 온화한 방식으로 구시대적 태도를 수정해간다.
영화는 어린 무파사가 대홍수로 가족과 헤어지는 사건에서부터 시작된다. 한순간 떠돌이가 된 무파사를 구해준 건 비슷한 또래의 타카(스카)다. 타카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이 될 몸이다. 타카의 아버지는 아들을 위협할지도 모를 무파사를 경계하지만, 타카의 어머니는 무파사에게 생존의 법칙을 친절히 가르친다. 무엇보다 타카는 새로운 형제가 생겨 기쁘다. 그러나 이들의 평화는 키로스를 필두로 한 포악한 백사자 무리의 등장으로 깨진다. 키로스의 공격으로 가족과 보금자리를 잃은 무파사와 타카는 꿈속의 낙원으로 불리는 ‘밀레레’로 향한다. 그 길에서 암사자 사라비, 코뿔새 자주, 개코원숭이 라피키를 만난다. 이들은 모두 떠돌이 신세다. ‘길을 잃어야 길을 찾는다’는 극 중 대사처럼, 가족을 잃고 혼자가 된 이들은 서로에게 의지해 빛으로 가득한 낙원을 찾아나선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비겁한 선택을 하고 누군가는 용감하고 정의로운 선택을 한다. 무파사와 타카에게만 적용되는 얘기가 아니다. 개코원숭이 라피키와 백사자들의 우두머리 키로스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무리에서 배척당했다. 라피키는 자신만의 길이 있음을 믿었지만 키로스는 악한 마음을 키워 세계를 정복하려 한다. 결국 왕과 리더와 현자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친구를 믿고, 선한 마음의 힘을 믿고, 꿈과 희망을 좇다보면 빛나는 미래를 마주하게 된다는 디즈니식 긍정 화법은 복잡하고 우울한 현실과 대비되기 일쑤지만 그럼에도 ‘하쿠나 마타타’(아무 문제없다는 뜻의 스와힐리어)라는 주문의 효력은 새해에도 유효하길 바란다.
이주현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