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이해진, 또 한번의 승부수…스테이블코인까지 노린다

2025-11-26

네이버와 두나무의 '빅딜'에는 위기 때마다 대형 인수합병(M&A)으로 활로를 모색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의 승부수가 바탕에 깔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의장은 지난 26년간 네이버를 이끌면서 한게임커뮤니케이션, 서치솔루션, 라인야후 합작 등 대형 인수합병과 구조 개편을 주도했다. 이번 합병으로 네이버의 핀테크 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글로벌 커머스·결제 사업을 확장할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의장이 다른 기업과의 인수합병으로 위기를 돌파하던 승부사 기질이 다시 발휘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의장은 1999년 네이버컴 창립 이후 한게임과 합병을 주도했다. 이후 네이버는 국내 대표 포털로 자리잡았다. 이 의장은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를 공동 설립하 일본 인터넷 시장에 안착했다. 이번 '빅딜' 또한 이 의장이 직접 움직이면서 네이버의 핀테크 경쟁력을 강화하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네이버는 검색 엔진이 핵심 사업이었던 시절 한게임과 합병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큰 변화를 가져왔다”면서 “네이버가 모바일로 전환하던 시기에는 내부를 '아메바' 조직 형태로 바꾸고 라인 팀을 만들어 글로벌 도전을 했었는데, 이번 건도 또 한 번 비슷한 도전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페이는 이번 합병으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확장한다. 커머스·콘텐츠·투자·결제를 아우르는 초개인화 금융 생태계가 구축될 전망이다.

네이버페이는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금융 매출 비중이 낮은 한계가 있다. 제휴 중심의 간편결제 사업 모델로는 금융 비즈니스 확장에 어려움이 크다. 보험·대출·투자 등 주요 금융 카테고리에서도 경쟁사 대비 차별점을 만들지 못했다.

가입자가 3000만명에도 불구하고 네이버페이 애플리케이션(앱)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300만명 안팎에 머무르고 있는 점이 이러한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사용자 체류 시간이 짧아 전환율이 낮고, 자체 금융사 부재로 서비스 기획·수익화의 속도도 제한적이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합병이 이러한 제약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전환점으로 본다. 두나무가 보유한 지갑·블록체인·지급결제·토큰화 기술이 네이버 생태계에 결합하면서 '결제 강자'였던 네이버페이가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재편된다.

가장 먼저 슈퍼 앱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MAU·체류 시간·금융 서비스 등 네이버페이의 약점이 개선될 전망이다. 업비트는 국내 플랫폼 중 가장 높은 체류 시간과 충성 사용자 기반을 보유하고 있어, 네이버페이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 금융사와의 제휴 모델에서는 확보할 수 없던 고정적·충성도 높은 금융 이용자 집단을 한 번에 흡수하는 셈이다.

네이버페이는 이번 합병으로 자체 금융 인프라를 가지게 된다. 전통 금융 규제에 기반한 사업 확장 대신, 블록체인 지갑·디지털자산 기반으로 한 금융으로 우회하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은행·보험·증권을 직접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휴를 통해 금융 서비스를 확장해 왔지만, 두나무와 결합은 지갑·토큰·결제·정산이 자체 생태계에서 돌아가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 인프라를 제공한다.

특히 업계는 이번 합병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주도권을 네이버로 이동시키는 결정적 사건으로 해석한다. 간편결제 1위 네이버페이와 가상자산 시장 1위 업비트가 결합하면, '충전-결제-정산'을 하나로 묶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이 가능해진다.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화폐에 가장 근접한 기술로, 유통망 확보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이다. 네이버는 쇼핑·콘텐츠·오프라인 결제·포인트 기반 리워드 등 방대한 온·오프라인 생태계를 갖추고 있어, 스테이블코인의 실사용 유통을 가장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꼽힌다.

또한 '인공지능(AI)-커머스-블록체인' 세 축을 갖춘 네이버는 결제·투자·지출·적립을 하나의 지갑에서 관리하는 초개인화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도 구현할 수 있다. 검색·쇼핑 데이터 기반의 AI 추천에 두나무의 지갑·자산 데이터가 결합하면, 기존 금융사나 핀테크가 따라오기 어려운 개인화 자산관리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한편 이 의장은 27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에서 송치형 두나무 회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 맞교환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다. 두나무 합병 이유와 향후 사업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이사회 의장에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질의응답이 오가는 공식 기자간담회를 개최할 전망이다. 그만큼 두나무 합병이 네이버의 향후 사업을 결정지을 핵심 경영 사안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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