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부터 시작하는 경우 있지만
12~13세엔 독서 능력 엇비슷해져
부모가 읽어주는 것으론 한계 있어
미국에서 명문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 공부도 잘해야 하고 과외 활동과 봉사 활동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모든 활동에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독서다. 단순히 책을 잘 읽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럼 독서는 언제부터 해야 하는 것일까. 다음 회에는 독해 이해력을 높이는 전략을 소개한다.
학부모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교실이나 운동장이나 어디서나 항상 끊임없이 논의되는 질문이 바로 자녀에게 언제부터 독서를 시켜야 효과가 좋으냐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6세나 7세, 즉 1학년이나 2학년이 되면 읽는 법을 배우고, 일부 아이들은 훨씬 일찍 읽는 법을 배운다고 말한다. 그러나 독서를 일찍 시작했다고 해서 자녀가 학교를 다니면서 남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독서 능력은 나중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12~13세가 되면 엇비슷한 능력을 갖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방 교육부의 독서 프로그램에서는 어린이들이 8세, 즉 초등학교 3학년에 독서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권장한다. 독서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그 후 바로 다른 과목을 배우기 위한 독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개인적인 노력이 결과를 다르게 한다.
◆언제 독서를 배워야 할까?
읽는 법을 배우는 첫 번째 단계는 글자나 글자 조합을 식별하고, 글자를 소리에 연결하는 것이다. 읽기의 기본은 언어이기 때문에 읽기를 배우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아기 시절에 시작되는 기술이다.
연구에 따르면 9개월 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아동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공식적인 독서 교육도 일찍 시작된다. 저소득 가정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방 정부 프로그램인 헤드 스타트나 프리스쿨은 알파벳 이름과 소리와 같은 사전 독서 기술을 가르친다. 그래서 요즘 킨더가튼의 독해 능력은 일반적인 것이 됐다.
결론은 독서를 배워야 하는 특정한 연령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찍 시작하는 것이 어린이의 학업 성공을 위해 아주 의미 있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초등생의 독서 능력 향상 정도
독서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과정이며, 다양한 발달 과정이 있다. 독서 전문가들은 연령 별로 다음과 같이 나눈다.
(1)유아 시절에는 책 읽는 흉내를 내고, 종이 보드로 만들어진 책의 페이지를 넘기고,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을 구해달라고 요구한다.
(2)프리스쿨 초기에는 알파벳 송을 부르고, 혼자서 책을 찾아보며 자기 이름의 첫 글자를 알아 보기도 한다.
(3)프리스쿨 후기에는 일부 알파벳을 소리에 맞추고, 음절에 대한 인식까지 알게 되고, 글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읽는다는 것을 이해한다.
(4)킨더가튼에서는 말과 글의 단어를 일치시키고, 간단한 한 단어를 읽어 보거나 인쇄된 단어에서 익숙한 단어를 인식할 수 있다.
(5)1학년이나 2학년 때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발음하거나 해석하고, 실수했을 때는 스스로 수정하고, 큰 소리로 읽을 수 있다. 마침표 같은 구두점과 대문자 사용을 이해하게 된다.
(6)2학년이나 3학년이 되면 혼자서 긴 책을 읽고, 올바른 강조와 표현을 사용해 큰소리로 읽고, 구두점의 개념을 이해하게 된다.
◆독서는 어떻게 가르치는가
한국어의 경우, 대부분 한글과 한국어가 일치하기 때문에 별도로 독서 지도를 하지 않는다. 한글에서 자음 접변, 두음 법칙, 연음조화 같은 것은 중학생이나 되어서야 배운다. 굳이 독서 지도를 한다는 것이 독후감을 쓰게 하는데 이것 조차도 훈련이 부족한 일선 교사들의 외면으로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교사 자체가 독서를 위한 독서 보다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시험 성적에 초점을 두고 책을 읽었기 때문에 독서 지도는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된다. 이렇게 한국어 교육이 부실한 탓에 공영방송의 뉴스 앵커가 두음법칙과 자음접변이 동시에 적용되는 고위층 이름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한다.
영어를 가르치는 미국 학교에서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한국어와 달리 많이 공부한 학생이 쓰는 영어는 그렇지 않은 사람의 영어와 확연히 다르다.
미국에서 독서를 가르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단어 인식을 강조하고 어린이에게 단어의 사용 방식에 따라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두번째, 음성학을 통해 문자가 나타내는 소리를 배우는 것이다. 음성학은 단어를 해석(디코딩)하거나 발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많은 교사가 이런 방법을 조합하여 가르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어린이가 독서를 배울 때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이론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번째 이론은 독서가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이다. 교사가 어린 학생들을 책으로 둘러싼다면, 학생은 결국 책 읽는 법을 배울 것이라는 이론이 있다. 또 다른 이론은 독서가 본질적으로 맥락(context)에 기반한 일련의 전략적인 추측이며, 어린이들은 추측 전략을 배운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독서는 본질적으로 특정 소리를 내는 특정 문자 조합을 나타내는 문자 코드를 이해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그 코드를 해독하는 법을 가르치면 단어를 읽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래서 초등생 독해 교육은 문자, 소리, 음소 인식, 단어 발음, 철자, 구두 독해 유창성 등의 디코딩과 독해 이해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독해 이해(reading comprehesion)에는 구두 언어(oral language), 어휘, 읽은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전략이 포함된다.
궁극적으로, 연구에 따르면 음성학을 마스터하지 못하는 어린이는 독서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교사가 학생들을 문자와 소리의 특정 시퀀스로 이끄는 음성학에 대한 확실한 지도를 주장한다.
◆부모가 독서를 가르치는 방법
글말 게임을 하고 글자 소리와 이름을 가르치는 것은 부모가 자녀에게 독서를 가르칠 때 맡을 수 있는 중요한 작업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자녀가 스스로 읽을 수 있게 된 후에도 부모는 자녀에게 계속해서 책을 읽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부모는 자녀에게 음소 인식, 즉 말에서 개별 소리를 인식하고 사용하는 능력을 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dog'라는 단어를 듣지만 개별 소리는 듣지 못할 수 있다.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아이들은 이러한 소리를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글말 게임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영어 발음이 익숙하지 않은 한인 학부모들에게는 무척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부모가 읽어 주는 것보다 아이가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책의 내용과 문장 속 어휘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는데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학부모가 읽어줘서 구축되는 음성학적인 능력만으로 독서 능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오히려 스스로 많은 시간을 읽어서 얻어지는 어휘력과 내용 지식이 음성학적 능력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모든 기술이 함께 작용하여 학생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복잡한 텍스트를 읽을 수 있는 독서 능력이 구축되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오해하기 쉬운 것이 독서 능력이 그저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당장의 표준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려서부터 차근차근 독서능력을 키워주면 특별한 시험 준비가 없어도 높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수학을 잘하면 논리적이듯이 독서를 잘하면 심층적인 사고가 가능하게 머리가 좋아지는 것은 물론, 나중에 생각다운 생각을 할 수 있는 성인이 될 수 있다.
또한 독서의 즐거움이라는 것도 어려서부터 읽은 학생들에게나 가능한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지식 향상이나 올바른 생각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어려서 책을 읽혀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다.
장병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