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봄, 타자들의 방망이는 대체로 무겁다. 시범경기를 치르고 시즌 개막을 맞지만 타자들의 실전 감각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은 시점이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KBO리그는 지난 몇 시즌간 역대급 ‘투고타저’ 시대를 지나고 있다. 2025시즌 출발선에서도 극심한 타선 침체로 고민하는 팀들이 적지 않다. 14일 현재 리그 팀 타율은 0.254에 불과하다. 지난 5시즌 내 두 번째로 늦은 페이스다.
이번 시즌에는 조금 더 침체됐다는 느낌도 준다. 초반 기세 좋게 선두로 치고 나간 LG는 리그 팀 타율 0.278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지난 시즌 비슷한 시점에서 팀 타율 1위(0.273)를 달린 KIA와는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등 하향평준화됐다. 막강 타선으로 평가받던 KIA(0.247), KT(0.238)마저도 ‘물방망이’에 고전 중이다.
박재홍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시즌 초반이고, 최근까지 너무 쌀쌀한 날씨가 지속돼 타자들에겐 조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몇 시즌 데이터를 살피면, 시즌 초반 리그 타율이 시즌 리그 평균 타율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냥 지나쳐 볼 수도 없는 요소다.
박 위원은 이같은 타선 침체 요인에 대해 “ABS존을 하향 조정하며 타자들이 아직은 적응기를 갖는 시간”이라는 시선도 더했다. 그는 “중계할 때 보면 포수들이 거의 바닥에서 캐치하는 공도 스트리아크 판정이 나올 때도 있다. 타자들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KBO는 이번 시즌부터 자동투구판정 시스템(ABS)의 스트라이크존을 하향 조정했다. 키 1m80 선수의 경우, 스트라이크존이 약 1㎝ 낮아지는 효과인데 무시할 수 없는 변화다.

위력적인 외국인 투수와 빠른 공을 던지는 신인 투수들의 등장도 타자들이 초반 감을 잡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볼 수 있다. KIA 제임스 네일(2승·평균자책 0.36)을 비롯해 KT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1승1패·평균자책 1.23) 등 기존 외국인 에이스 외에도 LG 요니 치리노스(3승·평균자책 1.80)와 두산 콜 어빈(2승1패·평균자책 2.63) 등 새 얼굴까지 예년에 비해 출중한 투수들이 많다는 평가다.
박 위원은 “이번 시즌 타자들이 고전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144경기를 치르면서 타자들은 데이터와 실전 감각, 상대 패턴 등에 적응할 시간을 필요로 한다. 보통 이 정도에 필요한 시간은 30~40경기쯤으로 본다. ABS존 등의 이슈도 있는 만큼 조금 더 지켜봐도 좋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