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0일이 다가온다

2024-12-02

2025년 1월20일은 절기상 ‘대한(大寒)’이다. 매우 추운 날이다. 미국은 어떨까. 절기 개념은 없지만 한국처럼 북반구 중위도에 있는 이상 춥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이날 미국에서 불 찬 바람에는 동맹국을 향해 부는 정치적 의미의 ‘삭풍’이 더해질 것이다. 1월20일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2번째로 맞는 미국 대통령 취임일이다.

2017~2021년 1기 행정부 때와 지난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견지한 태도는 ‘미국 우선주의’였다. 그는 동맹국을 ‘무임승차자’로 본다. 미국 군사력에 의존해 방위비를 덜 쓰고, 관세 혜택을 받아 미국 시장에 상품을 너무 많이 파는 존재라는 인식이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체로 동맹국을 돈 거래 대상으로 보지는 않았다. 이때 한·미 동맹은 ‘가치동맹’으로 변했다. 북한 대응 중심으로 돌아가던 한·미 동맹을 타 분야로 확장했다.

가치동맹의 핵심 중 하나는 ‘기술동맹’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4월 미국 국빈방문 뒤 정부는 대국민 자료를 내놓으면서 “우주와 양자 등 첨단 분야로 협력 범위를 확장했다”고 기술동맹의 의미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방미 중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연구센터를 찾아 “한·미 동맹 영역이 지구를 넘어 우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양자기술과 관련해서는 방미 기간 중 양국이 ‘한·미 양자정보과학기술 협력 공동성명서’에 서명했다. 미국 주도 양자과학기술 협의체에 한국은 13번째 국가로도 참여했다.

그런데 기술동맹 파트너였던 바이든 대통령 임기는 앞으로 한 달 반 뒤 끝난다. 단기적이며 가시적인 실익을 중요시하는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기술동맹이 바이든 행정부 때처럼 작동할 가능성은 대단히 적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동맹은 본래 쌍방을 위한 것이지만, 더 강렬한 마음으로 동맹을 유지하고 싶은 일방이 있기 마련이다. 동맹으로 배우거나 얻을 것이 더 많은 쪽이다. 기술동맹에서는 한국이 그렇다.

일례로 한국 발사체 누리호는 지구 저궤도에 약 2t짜리 인공위성을 올릴 수 있다. 반면 미국의 웬만한 발사체는 10배인 약 20t을 올린다. 2010~2022년 양자기술과 연관된 논문 출판 건수에서 한국은 세계 16위(1210건)에 그쳤다. 미국(2위·1만2151건)은 이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이런 현실과 기술동맹의 형해화가 겹치는 상황에서 한·미 과학기술 협력을 이어가려면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주목할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때 가속화할 달 기지 건설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이다. 한국은 2021년 이 계획에 참여했지만, 뚜렷한 역할을 맡지 못하고 있다.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한국만 가진 기술을 찾아내 미국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반복적으로 제시하는 일이 시급하다. 한국이 줄 것과 받고 싶은 것을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에 뛰어든 나라는 40개국이 넘는다. 이대로 몇년을 더 보내면 한국은 트럼프가 싫어하는 ‘무임승차자’가 된다.

양자기술 협력에서도 미국이 매력을 느낄 만한 역할을 찾아야 한다. 한국이 13개국이 참여한 양자과학기술 협의체에 이름만 올려놓거나 이득만 얻으려고 한다면 환영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1월20일이 다가온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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