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상품권 스캔들’로 궁지에 몰렸던 지난 14일. 오전 관저 도어스태핑에서 “초선 의원들에게 상품권을 건넨 것은 정치적 활동으로서의 기부가 아니다”라며 ‘내 돈 내 산’ 선물임을 강조하던 그는 잠시 후 관저를 예방한 LA다저스 사사키 로키(佐々木朗希)로부터 사인이 담긴 모자를 건네받아 쓰곤 환하게 웃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팀의 주역인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와 야마모토 요시노부(山本由伸)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연일 일본 언론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총리가 예방을 받는 장면은 위화감이 느껴졌다. ‘갑자기 취소할 순 없었겠다’ 싶지만, 한국이었다면 “지금이 그러고 있을 때인가!” 비난 세례가 쏟아졌을 것이다. 이시바 총리가 자신도 비판했을 법한 일을 저질러 놓곤 여태 그렇게들 해왔다는 식으로 배짱을 부렸으니 도덕성에도 타격이 가해져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번 스캔들을 두고 연일 야당을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지만, 법적 문제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어쨌거나 일본 정치에선 ‘정의 구현’보다는 ‘안정감의 실현’이 더 크게 작용한다.

다저스 예방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시바 총리에겐 다행일 수도 있다. 일본 국민은 LA 다저스를 마치 자신들의 팀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오타니 선수가 버티고 있는 데다 일본 최고의 투수라는 야마모토는 오타니와 함께 입단 첫해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가져갔다. 차세대 일본 에이스라는 사사키마저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만약 오타니가 본업인 ‘이도류’로 복귀해 마운드에 선다면 다저스의 선발 라인업에 일본 투수가 3명이나 포함된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런 다저스가 도쿄를 방문해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펼치니, 도쿄 곳곳에서 경기에 대한 열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 주말 양일간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스를 상대로 한 친선경기에서 오타니는 팬들 기대에 보답하듯 투런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스타다운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18일 열릴 메이저리그 도쿄시리즈 개막전에서 맞붙는 시카고 컵스와 LA다저스는 양 팀 합쳐 일본 선수가 5명이다. 개막전 티켓은 한화 1000만원이 넘어가는 고가의 암표까지 등장해 기승을 부린다. 상황이 이러하니 이시바가 자민당 초선의원들의 가족들이 겪었을 고초를 생각해 건넸다는 10만 엔 백화점 상품권은 아무래도 타격감이 줄어들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