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고비·마운자로같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비만치료제가 국내 의약품 시장의 블록버스터로 떠오르고 있다.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점검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비만약 처방은 114만1800건이다. 이 중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가 40만건을 차지하며 전체의 3분의 1 이상을 휩쓸었다. 여기에 마운자로가 최근 참전하며 비만치료제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비만 환자가 지불해야 하는 월 수십만원에 달하는 약값은 큰 부담이다. 마운자로가 출시되며 위고비의 높은 가격과 공급 부족으로 치료를 이어가기 어려웠던 환자들에겐 새로운 대안이 생겼다. 위고비도 가격을 낮추며 대응했지만, 환자들의 체감 부담은 여전하다.
부작용 우려도 남아 있다. 허가 범위 내 사용이라 해도 오심, 구토, 설사, 변비 같은 위장관계 이상반응과 주사 부위 발진, 통증, 부기 등은 흔하다. 과민반응, 저혈당증, 급성췌장염, 담석증, 체액 감소 등 위험도 보고된다. 장기 복용에 따른 안전성 논란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런 한계 속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바이오텍은 차세대 대안으로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화이자, 노보노디스크, 바이킹 테라퓨틱스 등 글로벌 빅파마가 임상에 나섰지만 위장관계 부작용과 내약성 문제로 줄줄이 고전 중이다.
이 상황은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동제약, 한미약품, 대웅제약, 디앤디파마텍이 경구용 GLP-1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희귀 비만질환을 겨냥한 경구용 후보물질 '비바멜라곤'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국산 기업이 '경구용 비만약 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의 다음 승부처는 '먹는 비만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진짜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환자에게 더 편하고 안전한 대안을 누가 먼저 내놓느냐가 K-바이오 미래를 바꿀 것이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