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쌀, 원가 절반에 가공업체 공급…“국산 값 하락 부추길라”

2025-04-13

정부가 2023∼2024년 국내에 가공용으로 들여온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의 의무수입 쌀을 도입 원가보다 할인해 시장에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영무역 방식으로 TRQ 쌀을 들여오는데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이를 대행한다. 최근 농협 미래전략연구소가 작성한 ‘국내 유입 TRQ 물량 쌀 유통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aT는 2023∼2024년 TRQ 중·단립종(미국·호주·중국산) 쌀을 특별공급가격인 1㎏당 591원으로 식품가공업체에 공급했다. 2023∼2024년 평균 도입 단가(1154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 기간 국산 산지 쌀값은 1㎏당 평균 2343원이었다. 중국산을 놓고 보면 TRQ 도입 단가가 1㎏당 1169원이었는데, 여기에 50% 가까이 할인해 국산 쌀값의 25% 수준으로 정부가 가공업체에 외국산 쌀을 공급한 것이다. 베트남·태국산 장립종 쌀은 1㎏당 521원에 시장에 풀려 국산 쌀과의 가격 차가 더 컸다.

TRQ 물량 중 가공용은 즉석밥·떡·제과 등의 용도로 공급된다. 2019∼2023년엔 매년 들어오는 TRQ 쌀 40만8700t 중 63.8%가 가공용으로 공급됐다. 최근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즉석밥·냉동밥의 수요가 늘고 있지만 상당수 제품에 TRQ 쌀이 공급되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같은 물량이 할인 공급됐을 가능성이 커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2023년 11월 이후 밥쌀용은 시장에 풀지 않고 있다. 2023년 기준 밥쌀용 물량은 전체 TRQ 물량의 10% 수준인 4만4000t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매년 외국산 쌀을 일정량 의무수입 하고 있는 일본은 엄격한 TRQ 물량 관리로 자국산 밥쌀용·가공용과 경합을 최소화하고 있어 대비된다.

일본은 매년 외국산 TRQ 쌀을 76만7000t 수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TRQ 쌀 대부분을 사료용으로 활용해 자국 식용 쌀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2023년 기준 일본 TRQ 쌀 중 사료용이 86.6%, 가공용이 11%, 원조용이 1.2%였다. 주식용은 1.2%에 불과했다. 이 비율을 적용하면 사료용으로 공급되는 수입 쌀 물량은 연간 66만t에 달한다.

보고서는 “정부가 도입 단가 이하로 식품 가공업체에 TRQ 쌀을 공급할 경우 즉석밥·냉동밥 등 쌀 가공식품이 국산 쌀과 직간접적인 대체관계에 있어 국산 쌀 가격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며 “가공용 수입 쌀을 국산으로 점진적으로 대체한다면 국내 쌀 공급과잉 문제를 완화해 수급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성·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국산 쌀로 전환이 가능하므로, 국산 사용 시 세제 혜택 등의 유인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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