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편집일 10th 10월, 2025, 1:33 오후
내년 지방선거를 9개월 앞둔 시점에서 드러난 제주의 추석 민심으로 지역 정가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현직’ 오영훈 도지사의 지지도와 주요 현안에 대한 평가가 급락한 가운데, 도지사 후보군 지지도에서는 ‘출마 의사가 없는’ 김한규 의원이 1위를 기록하는 결과가 나왔다. KBS제주(이재홍 총국장)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9~30일 도민 800명을 대상으로 추석 민심 여론조사를 실시해 연휴 기간인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해당 내용을 보도했다(https://jeju.kbs.co.kr).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5%p, 응답률은 13.2%로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➀ 여론조사 결과 : 어떤 후보도 20% 못 넘어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도지사 후보군 지지도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이 19%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현직인 오영훈 지사의 지지도는 11%에 그치며 오차 범위를 벗어났다. 이어 고기철 국민의힘 도당위원장이 8%, 민주당 소속인 문대림 제주시갑 국회의원과 위성곤 서귀포시 국회의원이 각각 7%, 송재호 전 국회의원이 3%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소속 문성유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과 김승욱 제주시을 당협위원장은 각각 3%와 2% 순으로 나왔다. 20%를 넘긴 후보가 부재한 가운데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는 응답과 ‘모름·무응답’도 각각 33%와 7%로, 여전히 부동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➁ 오영훈 지사 평가 : 부정적 항목 다수
사실상 오 지사의 재선 도전이 현실이 된 만큼, 이번 첫 여론조사 결과를 지역 정가는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조사 결과가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먼저 도정 수행 평가에서 ‘잘 못한다’는 부정평가가 48%로, ‘잘한다’는 긍정평가 35%를 앞질렀다. 행정체제 개편 논란을 비롯해 상장기업 육성과 15분 도시 조성, 대중교통 개편 등 도정의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 속에, 특히 12·3 비상계엄 대응은 오 지사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비상계엄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응답이 49%로, ‘적절했다’ 37%보다 크게 높아 위기 대응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한 응답자가 많았다. 민주당 내부 평가에서 부정적 여론이 더 높았던 점은 향후 후보 선출 과정에서 더 많은 시련이 기다리고 있음을 예고한 셈이 되어 버렸다.

행정체제 개편 무산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도민 공감대 부족’이 46%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도정-국회의원 간 소통 부족(18%), 도정 리더십 부족(12%), 정부 지원 부족(11%)보다 훨씬 높아 사실상 지사의 책임론이 직접 지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수치는 오 지사에게 현직 프리미엄이 사실상 사라지고, 재선을 향한 향후 정치 일정에서도 난관이 적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➂ 김한규 의원 떠오른 이유 :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
출마 의사가 없는 김한규 국회의원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 조사의 가장 극적이며 역설적 장면이다.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은 현직 도정에 대한 불만의 반사효과를 꼽는다. 민주당 지지층 상당수가 오영훈 지사에 대한 피로감을 표출하며 대안적 선택지로 김 의원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오 지사가 지난 달 정책 추진 궤도를 수정한 행정체제개편 논란과 관련해 그동안 대척점에 서 있던 인물이 바로 김 의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의원이 불출마를 재차 확인하면서, 해당 지지층은 결국 민주당 다른 후보군으로 흡수되거나 분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김한규 1위’는 실제 선거 구도가 아니라, 현직에 대한 불만과 대안 부재의 상징으로 읽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김 의원 쪽에서 이를 전략적 카드로 활용하며 경선 과정 등에서 적극 개입할 가능성은 상존한다는 평가도 있다.

➃ 여론조사의 함의와 평가
이번 조사 결과 후보 대부분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지지 후보 없음’과 ‘모름·무응답’을 합쳐 40%에 달해 민심이 뚜렷한 선택지를 잡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기적으로 현 도정에 대한 심판적 여론이 결집되는 측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도민 사회에 깔려 있는 부정적 기류가 단순한 과장이 아닌 정서적 기류라는 점 역시 확실해지는 양상이다.
A 도의원은 “행정체제 개편 논란 프레임이 먹힌 것 같다. 전체적 민심은 오영훈 도정에 대한 부정평가와 새로운 인물에 대한 갈망이 나타난 결과”라고 해석했다. 그는 국민의힘 고기철 후보의 8% 지지율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B 도의원은 “부정평가가 나타나리라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민심의 이탈이 빠른 것 같다”고 놀라움을 전했다. C 도의원은 “호불호를 떠나 도정 정책이 도민 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현상에 안타까움이 있다”며 “주요 정책 방향의 타이밍을 놓친 것은 물론 정무적 역할이 부족했다고 본다”고 쓴소리를 덧붙였다. D 도의원은 “대안을 찾는 민주당 지지층과 중도세력이 김한규 의원쪽으로 집결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며 “당이나 도민사회에서도 대안을 탐색하는 기간인 만큼 설 연휴까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➄ 향후 지방정가 전망 : 표류하는 민심, 격전 예고
추석 민심 여론조사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제주 정치권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특히나 현직 오영훈 지사에게는 ▲위기 대응 리더십 강화 ▲도민 공감대 회복이라는 숙제가 주어졌다. 불출마 의지를 밝히기는 했지만 김한규 국회의원의 역할도 관심이다. 나머지 민주당 후보군은 치열한 경선을 거쳐야 하고, 국민의힘 후보들은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정책·비전 경쟁에 집중해야 한다.
결국 이번 조사는 ‘표류하는’ 민심을 재확인시켰다. 누구도 뚜렷한 선두를 점하지 못한 가운데, 부동층과 갈등 현안까지 복합적으로 얽히며 내년 선거판을 앞둔 정치권의 발걸음은 더욱 복잡하고 분주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