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니ㆍ르펜 이어 다카이치…‘우파 스트롱우먼’ 열풍 왜

2025-10-09

일본에서 70년 자민당 역사상 첫 여성 총재가 탄생하면서 ‘우파 스트롱우먼(강한 여성지도자) 리더십’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이미 유럽에서는 극우 정당 출신 여성 지도자들이 집권에 성공하거나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하며 ‘극우 돌풍’을 이끌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8일 “보수 정당이 여성 인사를 전면에 내세우는 유럽식 정치 흐름이 일본에도 스며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집권 자민당 총재는 1955년 보수 정당 자민당이 출범한 이래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4일 총재 자리에 올랐다. 이달 하순 열릴 임시국회에서 차기 총리로 취임하면 마찬가지로 일본 정치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된다.

다카이치의 선출 배경으로 닛케이는 “‘첫 여성 총리’라는 신선함을 내세워 당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데는 2023년 말 불거진 비자금 스캔들로 인한 국민 불신이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다카이치가 “자민당의 풍경을 바꾸고 싶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개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에서는 극우 성향의 여성 리더들이 약진하고 있다. 강경우파 정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을 이끄는 조르자 멜로니는 2022년 10월 이탈리아 최초의 극우 정당 출신 여성 총리가 됐다. 유럽연합(EU) 탈퇴와 반(反)이민 등 정책을 주장해 취임 당시만 해도 ‘여자 무솔리니’라는 평가를 받았던 멜로니는 그러나 집권 후 이민자·성소수자 억압 등 극우 성향 정책을 펼치면서도 온건 실용주의 노선을 걸었다. 외국 정상으로는 드물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등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소통채널로도 역할을 넓히고 있다. 닛케이는 “멜로니는 확고한 반(反)이민 주장으로 처음엔 극우 포퓰리스트(대중 영합주의자)라는 우려를 샀지만, 집권 후에는 강경 발언을 자제해 국제사회에서도 평가가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선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이 극우 정당의 급진적인 이미지를 완화하는 전략을 통해 당을 주류 정치세력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RN의 전신으로 반공, 민족주의, 반이민, 반유럽연합 정책을 내세웠던 국민전선(FN)과는 달리 논란을 불러온 인물들을 배제하고, 반유대주의적·동성애 혐오발언을 통제하는 등의 외연 확장을 통해 올해 들어 RN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다카이치가 자민당 내에서도 강경 우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만큼 향후 그의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진보 성향인 사회민주당의 후쿠시마 미즈호 대표는 “첫 여성 총재지만 전혀 기쁘지 않다”고 말했다. 다카이치가 부부가 다른 성(姓)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선택적 부부별성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만큼, ‘여성 총리’의 등장이 곧바로 성평등 진전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또한 다카이치는 총재 선거 과정에서 “나라 공원에서 외국인이 사슴을 발로 찬다”는 발언으로 반(反)외국인 정서를 자극하기도 했다. 닛케이는 “다카이치가 총리 취임 이후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보수 정치 속에서 어떻게 활용할지는 미지수지만, 일본의 우익 민족주의에 영향을 미칠 잠재력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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