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10%p 깎는데 4500억불…"대미투자 90% 美가 가져가"

2025-07-31

정부가 상호관세 10% 포인트를 내리기 위해 미국 측에 약속한 금액은 대미 투자펀드 3500억 달러, 액화천연가스(LNG) 등 미국산 에너지 수입확대 1000억 달러를 합쳐 4500억 달러(약 625조원)에 이른다. 이는 유럽연합(EU)이나 일본(5500억달러)보다는 낮지만 올해 우리나라 본예산(673조원)과 맞먹을 정도로 큰 금액이다. 특히 투자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90%를 미국에 유보(retain)한다는 조건까지 포함돼 향후 투자 조건과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이번 투자 펀드는 전체 금액을 한꺼번에 납입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돈을 조달하는 ‘캐피탈콜(capital call)’ 형태로 구성된다. 미국이 유망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해 한국 측에 제시하면 한국이 여기에 응하는 조건이다. 이때 미국은 투자기업에 대해 구매보증을 서주는 형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직접 지분 투자를 5% 미만으로 묶기로 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펀드 구조가 짜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수익 유보 조항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협상 타결 후 엑스(X)에 올린 글에서 "한국이 투자한 3500억달러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간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이미 일본에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90% 수익 유보가 무슨 뜻인지 많은 연구를 했다"며 “일종의 재투자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펀드에서 수익이 나더라도 이를 다시 한국으로 가져가지 않고 재투자 하는 조건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대 정부 펀드이기 때문에 민간 펀드와는 다소 성격이 다른것 같다”며 “향후 문구 해석을 두고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협상에서 또 하나의 핵심은 미국산 LNG 수입이다. 한국은 앞으로 3년 반에 걸쳐 1000억 달러(139조) 규모의 LNG를 미국에서 수입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LNG 수입액인 400억 달러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EU가 같은 기간 7500억 달러의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약속했고, 일본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춘 가운데 한국은 직접적인 수입 확대 방식으로 대응했다.

미국산 LNG 수입 확대가 현실화할 경우 계약 조건에 따라 국내 가스 도입단가가 평균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존 카타르·호주산 장기계약에 더해 미국산까지 수입 다변화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단기간에 가격 충격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산 LNG는 대부분 자유화된 계약 구조로 목적지 제한이 없어 유연성은 높지만 그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단기 가격 변동폭이 클 수 있다는 점이 약점이다. 또 미국산 LNG가 대규모로 도입될 경우 기존 중동·아시아 수입선과의 계약 조정도 불가피해해 위약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어 정부는 다음주 구체적으로 대미 투자펀드 조성 방식, LNG 수입 조건, 산업별 파급효과 등에 대해 국민들에게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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