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구속시킨 형사에게…김호중은 뜻밖의 말 꺼냈다

2025-12-01

현직 형사과장의 ‘크라임 노트’

지난 이야기

경기도 외곽을 지나는 국도를 달렸다.

교도소로 향하는 길이었다.

내가 직접 구속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처음 그를 본 건 한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서였다. 젊은 남자 가수들이 어르신들의 전유물로 여기던 트로트 경연을 펼치던 무대를 나는 유심히 지켜봤다. 경연을 통해 성숙해지고, 진정한 트로트 가수로 다시 태어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신선했다.

그는 그중에서도 유난히 시선을 붙잡은 이였다. 성악의 기품과 트로트의 서정을 노래에 담아 부르던 남자. 김호중.

짧지만 굵게 내뱉는 중저음은 묵직했다. 때로는 사람의 한 세월을 관통하듯 깊었다. 젊은 목소리 속에 불현듯 깃들어 있는 중년의 울림. 그에게 매혹된 건 나 하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그를, 내 수사 기록 속 피의자의 이름으로 마주하게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는데….

‘트바로티’의 추락, 뒤늦게 도착한 진실(하)

2025년 10월 23일. 소망교도소.

면회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교도소의 면회 절차는 철저했다. 가장 먼저 인적사항을 확인한다. 보안을 위해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의 반입은 금지다. 면회자는 로비에 마련된 개인 사물함에 소지품을 모두 맡겨야 한다. 형사는 늘 휴대전화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언제든 연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걸 맡겨 놓고 빈 손으로 나서니 마치 세상과 차단되는 느낌이었다.

지정된 면회실로 들어섰다. 그는 이미 먼저 나와 있었다.

흰 피부에 짧은 검은 머리, 말끔히 면도한 얼굴.

30대 초반의 또래 청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다만 파란 수의, 수형번호와 이름이 적힌 명찰이 지금의 처지를 말해주었다.

그는 나를 보자 잠시 놀란 듯하더니 곧 미소를 띠고 허리를 깊이 숙였다.

양방향 스피커를 통해 전해지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깊고 차분했다. 무대 위에서 ‘할무니’를 부르던 때와 다르지 않은 음색이었다. 다만 그를 둘러싼 배경은 화려한 조명이 아니라 회색 벽이었다.

내 손으로 구속 시킨 이를 앞에 두고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까.

유리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짧은 침묵이 흘렀다.

먼저 입을 연 것은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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