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도 이겼다...유니클로·탑텐, 매출 신기록 행진

2024-12-12

유니클로, 매출 1조 돌파...수익성도 회복세

탑텐, 올해 매출 9700억 달성 전망...매출 1조 눈앞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패션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유니클로, 탑텐 등 SPA 브랜드들은 매출 신기록을 써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다.

'노재팬(NO JAPAN)' 여파로 타격을 입었던 유니클로는 6년 만에 매출 '1조 클럽'에 재입성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토종 SPA 브랜드인 탑텐도 외형 성장에 성공하며 매출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유니클로, 매출 1조 클럽 재입성

1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2024년 회계연도(2023년 9월 1일~2024년 8월 31일) 매출은 1조60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회계연도와 비교하면 15%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48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3% 증가했다.

유니클로는 지난 2019년 '보이콧 재팬' 영향으로 불거진 불매운동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유니클로의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의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에프알엘코리아는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의 합작사다. 두 회사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실제 에프알엘코리아의 2018년 회계연도(2017년 9월 1일부터 2018년 8월 31일)부터 2년 연속을 1조3000억원 이상의 매출고를 올렸다. 그러나 불매운동 직후인 2020년 회계연도엔 매출이 6298억원을 기록하며 반토막 났다. 이후 불매운동이 점차 사그라지자 매출은 ▲2022년 7043억원 ▲지난해 9219억원을 기록하더니 올해 6년 만에 '매출 1조원'이란 신기록을 쓴 것이다.

영업이익도 매출과 비슷한 그래프를 그렸다. 2019년 199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던 유니클로는 이듬해인 2020년에 88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1년 뒤인 2021년에 곧 바로 5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2년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7% 급증하며 빠르게 수익성을 회복했다.

유니클로가 눈부신 실적을 낸 것은 히트텍을 비롯해 니트, UT, 브라탑 등 주요 제품 판매가 호조세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여기에 더해 국내를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서 점포망을 확대한 것도 매출 성장에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유니클로의 글로벌 매장 수는 2495개 점포에 달한다. 1년 전 2434개점에 비해 61개(2.5%) 증가한 수치다. 국내 매장 수는 이달 현재 기준 133개로 조사됐다. 국내에서도 올해 잠실 최대 규모 매장을 선보인 데 이어 동대문점, 상봉점 등 10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해 몸집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주요 제품의 판매 호조와 함께 전략적인 재고 관리 및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통해 좋은 성과를 기록했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면서 매출 1조원을 넘어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탑텐도 '매출 1조' 목전...올해 9700억 전망

신성통상이 전개하는 탑텐의 올해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탑텐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7.8% 증가한 97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 7800억원을 기록한 탑텐의 매출은 지난해 900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보여온 만큼 올해 9700억원의 매출고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업체 측 추정이다.

시그니처 아이템인 발열 내의가 전체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역할을 톡톡히 했다. 탑텐의 발열 내의 '온에어' 매출 신장률은 올해 1월부터 지난달 10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11%에 달했다.

이렇듯 탑텐이 올해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점포 확대에 집중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낸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 2020년 400개 수준에 그쳤던 탑텐의 매장 수는 현재 730개까지 늘어났다. 4년 만에 200개 넘게 몸집을 키운 것이다.

또 고품질의 가성비 높은 상품도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탑텐은 전(全) 연령을 타깃으로 한 기본 의류 아이템 비중을 높이는 '에이지리스(Ageless)'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프리미엄 화인메리노, 수피마 등 고급 소재를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하며 마니아 층이 두꺼워지고 있다.

이처럼 유니클로와 탑텐의 전략이 통한 것도 있으나 업계에서는 고물가 속에서 실용성을 중시한 소비 행태가 SPA 브랜드의 호황을 이끌었다고 평가한다.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서 실용 소비를 중시하는 요노(YONO·You Only Need One)가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것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요노는 '필요한 것 하나만 있으면 된다'를 모토로, 과시성 소비를 지양하고 실용성을 중시한다. SPA 브랜드 역시 기획,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 등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아 생산·유통 비용을 절감해 비교적 좋은 품질의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물가 장기화 여파로 소비자들이 지갑이 얇아지자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이는 품목이 의류"라면서 "이러한 세태를 반영해 실용성을 중시하는 요노족(族)이 늘면서 가성비 높고 로고가 없어 여러 아이템을 매치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SPA 브랜드들이 각광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nr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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