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프랜차이즈는 창업의 편의성과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 보장이라는 장점으로 외식업계에서 빠르게 세를 넓혔다. 하지만 최근 더본코리아의 주요 브랜드 매출이 ‘백종원 리스크’로 20% 가까이 급감하면서, 프랜차이즈 창업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현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일부 상권에서는 가맹점주들이 프랜차이즈보다 개인 자영업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탈가맹을 선택하고 있다. 현장을 찾아 그 이유를 들었다.
#“계절 따라 바꿔야 하는데…” 본사 방침에 발목 잡혀
대학가에서 8년간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해온 전승빈 씨(63)는 지난 2월 개인 카페로 전환했다. 그의 가게 반경 100m 이내에는 이미 8곳 이상의 카페가 성업 중이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유행에 민감한 대학생 고객을 잡기 위해 계절별 신메뉴가 필수였다. 그러나 본사 방침은 이를 가로막았다. 정해진 메뉴 외 음료를 판매할 경우 벌금을 내야 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전 씨는 “학생들은 새로운 걸 좋아하는데, 정해진 메뉴만 팔아야 하니 답답했다”고 계약 해지 이유를 밝혔다.

대학가는 학기와 방학에 따른 매출 변동이 큰 대표적인 특수 상권이다. 대학가 상인들에 따르면 성수기와 비수기 매출 차이는 많게는 4배에 달한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매장은 본사 지침에 따르기에 유연하게 대응하기가 어렵다. 전 씨도 매년 4개월 이상 지속되는 방학 기간에 별다른 대응도 하지 못하고 매출 하락을 감내해야 했다.
개인 카페로 전환한 뒤 그는 고객 반응을 바로 반영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잘 팔리지 않던 음료는 과감히 없애고 새로운 메뉴를 도입했다. 매출은 이전의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방학 시즌엔 할인 메뉴를 도입해 수요를 유지할 계획이다. 전 씨는 “인테리어 비용이 추가로 들긴 했지만, 매출이 늘어나는 걸 보면 전혀 아깝지 않다”고 했다.
#브랜드보다 입맛…단골 많은 동네엔 개인 자영업이 유리
서울 노원구에서 프랜차이즈 고깃집을 운영하다 개인 식당으로 전환한 김하진 씨(46·가명)도 비슷한 이유를 들었다. 그의 식당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베드타운에 위치하며, 주요 고객층은 50~60대 가족 단위 손님이다.

이 연령대의 손님들은 식당을 선택할 때 브랜드보다는 가격과 메뉴 구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김 씨는 “브랜드보다 손님 입맛에 맞게 바꾸는 게 매출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프랜차이즈 시절 제공하던 계란찜 대신 강된장을 내놨고, 아이들을 위한 아이스크림 기계도 들였다. 할인 행사도 수시로 진행한다. 고객 반응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50~60대 손님들은 새로운 식당보다는 익숙한 곳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결제 기록을 분석한 결과, 김 씨의 식당은 재방문율이 약 20%에 달했고, 가족 구성원이 돌아가며 결제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실제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단골이 많다 보니 브랜드 인지도는 별 의미 없었다”고 덧붙였다. 고깃집 특성상 배달 비중이 낮은 것도 브랜드 의존도를 낮춘 원인이다.
#브랜드 정체성도 좋지만 업주 자율성 보장해야
단체 주문이 잦은 상권에서도 프랜차이즈보다 개인 자영업이 적합한 경우가 많다. 서울 한 지하철역 인근에서 10년간 B 김밥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다 개인 김밥집으로 전환한 김태현 씨(52·가명)는 “위치는 그대로인데,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그의 주요 고객은 인근 교회나 병원, 여행객 단체 등이다. 이들은 단체 주문을 많이 하고, 식당 위치와 음식 가격을 꼼꼼히 따진다. 김 씨는 “행사나 모임이 있을 때 수십 줄씩 김밥을 주문해 가는데, 접근성이 좋아 선택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개인 자영업자가 된 후 그는 김밥 가격을 5년째 동결했다. 일부 메뉴는 오히려 가격을 낮췄다. 이유는 간단하다. 프랜차이즈 시절에는 본사에서 재료를 비싸게 공급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직접 구매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초기엔 본사 도움을 받는 게 좋았지만, 운영이 익숙해진 후에는 고정비 부담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는 외식 경험이 없는 예비 창업자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30만 1885개로 전년 대비 5.2% 증가했으며, 종사자 수도 1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 프랜차이즈의 폐점률은 14.9%에 달했다. 10곳 중 1곳 이상이 문을 닫은 셈이다.
업계에선 프랜차이즈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가지려면 본사의 운영 방침을 일률적으로 강요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윤선 세종사이버대학교 외식창업프랜차이즈학과 교수는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상권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가맹점주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상생위원회 운영 등 소통 창구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은서 인턴 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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