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쥐어짜서 빚을 갚아나가도 원리금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지쳐갑니다. 마치 밑 빠진 독에 한없이 물을 붓는 느낌입니다.”
아내,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오모(35) 씨는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고 있다. 과소비를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빚 갚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오씨 부부의 월 소득은 합산해 약 460만원이고 월 생활비 지출은 약 250만원이다.
지출 항목은 세금 및 공과금 납부에 80만 원, 생활비 120만원, 차량 유지비(할부금 포함) 30만원, 경조사비 20만원 등이었다.
문제는 빚이었다.
집을 살 때 생긴 상환원리금 160만원에 마이너스대출 이자 30만원, 정기적금 40만원이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며 매달 마이너스 생활이 반복되고 있었다.
고물가와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도내 가계 대출 연체율이 치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도내 원화대출금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0.65%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평균인 0.53%와 비교해 0.12%나 높은 수준으로 제주(1.04%), 대구(0.71%), 광주(0.70%)에 이어 전국에서 네 번째로 높았다.
8월 기준 도내 원화대출금 규모는 36조800억원으로 올 들어 가장 컸다.
특히, 가계대출 연체율의 경우 0.74%로 제주(1.00%)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경기침체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연체율 상승을 재촉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한계에 부딪힌 서민들이 빚을 빚으로 돌려막는 경우까지 다다른 것이다.
중소기업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8월 도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65%로 6월(0.52%), 7월(0.56%)에 이어 3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이처럼 빚을 못 갚는 가계와 중소기업들의 연체율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자칫 사회 안전망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도내 경제계 관계자는 “연체율이 급등하면 경제위기는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악순환의 연쇄고리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가계의 대출 증가 속도를 완만하게 유지하도록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병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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