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나왔다가 집으로 가는 전철을 타기 위해 역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오래된 역사 안에 이런저런 물건들을 파는 작은 매장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모습이 정겨워 잠시 구경할 겸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작은 빵집 앞에 이르렀습니다. 어린 시절에 먹던 옛날 빵들이 많아 이것저것 골라 담는데, 문득 식빵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탕종’이란 큰 글씨가 쓰여 있는 식빵이었죠. 이 작은 빵집에서도 탕종을 보게 되다니 그만큼 탕종이 요즘 인기가 많기는 많나 봅니다.
사실 탕종(湯種)이란 빵의 종류라기 보다는 빵을 만드는 한 가지 방식입니다. 뜨거운 물을 사용해 60도 이상에서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 하루 정도 숙성시킨 후, 여기에 밀가루, 물, 효모를 추가하여 본 반죽을 만드는 방식을 말하죠. 한자로 탕(湯)은 뜨거운 물을 의미하고, 종(種)은 씨앗을 의미하는데, 뜨거운 물로 만든 반죽을 마치 씨앗처럼 본 반죽에 심어 키워나간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탕종을 만드는 이유는 빵의 쫄깃한 식감을 더 강화시키기 위함입니다.
밀가루의 80% 정도는 전분이라 불리는 탄수화물, 그리고 나머지는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밀가루의 단백질은 글루텐이라 불리는 것인데, 물을 넣어 반죽하면 찰기가 생기는 특징이 있습니다. 빵의 쫄깃한 식감은 주로 이 글루텐 단백질에서 기인합니다.
그런데 전분의 경우도 물을 흡수하고 가열하면 호화라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또한 찰기가 생겨납니다. 예를 들어 쌀가루로 만든 떡이 쫄깃쫄깃한 이유는, 떡을 찌는 과정에서 전분의 호화가 충분히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빵의 경우는 그렇지 않죠. 오븐에서 굽는 방식으로는 수분의 공급이 충분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탕종의 경우에는 조금 번거롭기는 하지만, 뜨거운 물로 반죽하고 숙성하는 전 단계를 두어 호화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도록 합니다. 빵을 굽는 데 떡을 찌는 원리를 도입한 것입니다. 그러면 일반적인 빵들보다 훨씬 더 쫄깃한 식감을 얻을 수 있죠. 게다가 다량의 수분이 안정적으로 분포하여 오래 보관해도 빵이 푸석해지는 현상도 지연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탕종법이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서양식 빵들이 소개되면서 이보다는 더 쫄깃한 빵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중국과 일본에서 독립적으로 발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 유행하기 시작했죠.
사실 이와 비슷한 반죽법은 예전부터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탕종처럼 뜨거운 물을 사용한 반죽을 ‘익반죽’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꽤 다양한 용도가 있습니다. 찹쌀이 아니라 멥쌀을 사용하는 한국의 송편도 그 대표적인 예인데, 멥쌀은 아무래도 찰기가 적어 송편의 모양을 유지하려면 익반죽으로 최대한 찰기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고구마 전분으로 만드는 당면도 익반죽을 한 후 압출 방식으로 뽑아내면 밀가루 면 못지않은 쫄깃함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만약 밀가루 면에 이 방식을 적용하면 극강의 쫄깃함을 자랑하는 쫄면이 되죠. 얇으면서도 잘 찢어지지 않는 만두피도 이 익반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