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용구사

“다른 사람의 운명을 자기 운명과 연결 짓는 사회 정의의 심원한 원칙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
-주디스 루이스 허먼(Judith Lewis Herman), 최현정 옮김, ‘사람의 집’, 2022, ‘트라우마’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정신분석학 입문’ 서문 어딘가에 “당신은 지금 이 책을 덮으려 하고 있다.”라는 문장에 화들짝 놀라며 ‘이건 안 읽을 수 없잖아!’하며(이해는 못 했지만) 읽었던 기억으로 주디스 루이스 허먼의 ‘트라우마’를 읽어보았습니다.
심리학과 정신 의학 분야의 전문용어였던 ‘트라우마(Trauma, 서양에서는 정신적 상처를 psychological trauma, 육체적 상처를 physical trauma라고 부르며 구분하여 사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정신적 상처의 의미로 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라는 용어가 어느 사이에 일반 단어처럼 사회 전반에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연각 호텔 화재, 서해 페리호 침몰,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말줄임표가 아닌 마침표로 끝나야 하는 참사들이 피해 당사자 및 우리 국민 모두에게 트라우마란 단어를 일반 사회 용어로 만들어 버렸네요. 그러고 보니 벌써 1년이 지났고 아직 진행 중인 ‘계엄’이라는 트라우마가 우리 국민들에게(어느 진영에게나 마찬가지겠지요.) 추가되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저도 한 마디 얹어보겠습니다.
자신의 재능, 꿈, 끼, 삶의 방향은 알지 못한 채 성공했을 때, 소위 사회적이고 물질적 성공만을 추구한 존재들이 스스로 권력층이자 사회 지도층이라 여길 때, 평생 한 가지 일만 할 줄 알아왔으면서 그것이 다른 일도 잘 할 것이라고 맹신할 때, 타인의 지시, 명령, 방향 제시에 길들여져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며 인생의 나침반을 읽고 ‘이단 종교, 무속, 주술, 사주, 점, 관상’ 등 비이성적인 것에 의지해 바넘효과(Barnum effect: 일반적이고 모호해서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것을 자신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빠져 꼭두각시의 삶을 살아갈 때, 이런 인간들이 얽혀 만들어내는 사회적 참사가 발생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보면 하나같이 귀하지 않은 자식들이 없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어떻게든 사람 구실하게 하려고 가르치며 수많은 통과의례들을 거쳐 성인으로 길러 놓으면 끝인가 싶지만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스스로 무엇을 정하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모색하고 도전하는 소위 ‘감당(또는 극복) 할 수 있는 실패’를 겪어보지 못한 온실 속 화초처럼 겉보기에만 예쁘고 고운 이놈의 자식들은 계속 ‘주관’도 ‘신념’도 ‘이성’도 없이 계속 무언가 의지하고 방향을 제시해 주길 끝없이 원하고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을 위해 최대한 애쓰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주관’, ‘신념’, ‘이성’을 갖추지 못한 채 편향되고 편협한 성인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다시 처음 시작했던 글로 돌아가 봅니다.
우리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시대의 아픔들 속의 운명들에 대해 자기 운명과 연결 지어 공감하고 사회 정의를 이루어가는 우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학교에서 모든 것을 다 가르쳐 줄 수는 없습니다. 우리 삶의 모든 순간마다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고, 반성하고, 연대해 나갈 때에만 우리의 트라우마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강우의 무지(無智) 무득(無得)]피일시 차일시(彼一時 此一時)](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3/10/05/news-p.v1.20231005.babbd738f0eb45a08c3965fde6fe2c37_P1.jpg)

![[신간] "말 한마디가 팀을 바꾼다"… 문성후 박사의 '리더의 말 연습'](https://img.newspim.com/news/2025/12/04/2512041552392490.jpg)

![[백태명의 고전 성독] 노수신-중세 선조에 대한 재인식(2)](https://www.usjournal.kr/news/data/20251205/p1065543218789451_212_thum.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