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 개인회사인 티맥스에이앤씨
AI·클라우드·슈퍼앱 등 미래기술 개발
티맥스소프트·티베로 등 알짜회사 담보로
매년 약 1000억원씩 R&D에 투자했지만
티맥스에이앤씨 매출은 30~40억원대 그쳐
박 회장측, 조직 슬림화·VC자금 유치 추진
티맥스에이앤씨 실적개선이 재도약의 키
매출 늘리지 못하면 IT업계 돈키호테로 전락
박대연 티맥스그룹 회장이 슈퍼앱·AI·클라우드 개발사업에만 최대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외부 펀딩을 수차례 받으면서 결국 티맥스그룹의 핵심 사업회사인 티맥스소프트(국내 미들웨어 1위 기업), 티맥스티베로(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 공공조달 1위 업체) 등 알짜회사 경영권을 모두 사모펀드에게 넘겨줬다.
박 회장이 아직 경영권을 쥐고 있는 티맥스에이앤씨(티맥스A&C)는 현재 각 종속회사별로 펀딩을 유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로 VC(벤처캐피털)에 접촉하고 있는데, 티맥스에이앤씨가 적자 기업인 탓에 펀딩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티맥스에이앤씨는 여러 자회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자금유치에 나서고 있다.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티맥스에이앤씨 아래엔 티맥스클라우드, 티맥스가이아(슈퍼앱 개발사), 티맥스메타버스 등 13곳의 자회사가 있다. EY한영이 티맥스에이앤씨 투자유치 관련 자문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티맥스에이앤씨는 박 회장이 지난 2015년 설립한 회사다.
IT업계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일념하에서 그동안 박 회장은 매년 약 1000억원에 가까운 운용자금(R&D포함)을 티맥스에이앤씨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선 누적 투자금액만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투자자금은 사모펀드에게서 그동안 조달했다. ‘린드먼아시아 → 메리츠증권 → 스카이레이크 → 캑터스·스틱 컨소시엄’ 순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티맥스소프트, 티맥스티베로 등 알짜회사를 담보로 잡았었는데, 결국 이번에 캑터스·스틱 컨소시엄에 티맥스데이터(티맥스소프트·티맥스티베로 지배회사) 경영권을 넘기면서, 박 회장에겐 티맥스에이앤씨만 남게 됐다. 티맥스소프트와 티맥스티베로, 두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900~1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티맥스에이앤씨의 향후 투자유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티맥스에이앤씨와 티맥스데이터 간에 설정됐었던 질권도 해제된 상황이다. 티맥스그룹의 실질적인 주인이 캑터스·스틱 컨소시엄, 즉 사모펀드에게로 넘어간 것이다.
문제는 티맥스에이앤씨가 적자 기업이라는 것이다.
티맥스에이앤씨의 2022년과 2023년 매출액은 각각 43억원과 38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2023년 영업손실을 535억원에 달했다. 총부채는 총자산보다 1654억원 많아 현재 티맥스에이앤씨는 자본잠식 상황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수천억원 이상의 돈을 누적해서 투자했지만, 티맥스에이앤씨가 실적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현재 기업가치도 1조원이 채 안 된다”라며 “그동안 공격적인 R&D를 통해 기술력을 끌어올린 건 맞지만 실적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티맥스에이앤씨 투자유치에 사모펀드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 때문에 티맥스에이앤씨는 주로 VC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물밑 접촉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티맥스에이앤씨는 ‘조직 슬림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1200여명에 달하던 티맥스에이앤씨 직원 수는 9월부터 임금체불을 겪게 됐고 전 직원 대상 권고사직을 진행하며 3개월 만에 500명대로 급감했다. 지난 10월부터 전 직원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한 결과다.
티맥스에이앤씨측은 그동안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있었던 슈퍼앱 개발에 올인하기보다는 AI와 클라우드·메타버스 사업 등을 통해서 실적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투자업계 신뢰를 얻기 위해선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티맥스에이앤씨의 지분 중 79%를 박 회장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티맥스에이앤씨는 박 회장 개인회사다. 만일 VC 자금 수백억원 이상을 유치할 수 있게 되면, 조직 슬림화로 운용경비도 줄어든 만큼 최소 1~2년을 더 버틸 수 있게 된다. 해당 기간 실적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킨다면, 한국의 오라클 신화를 썼던 박 회장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박 회장은 1975년 광주상고를 졸업하고 30대에 미국으로 유학가 컴퓨터학을 전공한 후 카이스트 전기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입지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향후 티맥스에이앤씨가 실적을 내지 못하게 되면 박 회장은 풍차를 향해 돌진한 돈키호테가 된다. IT업계 관계자는 “알짜회사 경영권마저 잃어가면서 미래 기술개발에 몰두했던 것이 그동안의 박 회장”이라며 “경영자이기 이전에 그는 대표적인 이상가다. 다만 챗GPT를 포함해 미국 빅테크 회사들이 AI 사업을 독식하는 구조여서 박 회장의 슈퍼앱 등 게임체인저 기술 개발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