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맥스그룹의 창업자 박대연 회장이 티맥스데이터의 지분을 잃어버렸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티맥스소프트와 티맥스티베로 등 티맥스그룹의 알짜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티맥스데이터 측에 따르면, 박 회장과 그의 가족들은 보유하고 있던 지분 22.4% 전량을 스틱·캑터스 컨소시엄(이하 컨소시엄)에 무상 증여했다. 컨소시엄은 앞서 티맥스데이터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하면서 72%의 지분을 확보한 바 있다. 이에 이번에 22.4%를 증여받으면서 94.4%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박 회장이 티맥스데이터의 지분을 포기한 건 티맥스에이앤씨를 지키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티맥스데이터 측은 티맥스에이앤씨에 대한 질권을 설정해 두고 있었는데, 박 회장이 티맥스데이터 지분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질권을 해제했다.
티맥스에이앤씨는 현재 직원들의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외부 투자가 시급한데 이 질권이 투자 유치에 방해가 됐다고 한다. 이에 박 회장은 티맥스데이터의 지분을 포기하더라도 티맥스에이앤씨를 살려보기로 마음 먹은 것으로 전해진다. 티맥스에이앤씨는 박 회장과 특수 관계인들이 98.8%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티맥스데이터는 티맥스소프트와 티맥스티베로라는 알짜 소프트웨어 기업을 보유한 회사다. 티맥스소프트는 지난해 매출1561억원에 영업이익 650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이 42.6%에 달한다. 티맥스티베로는 작년 747억원의 매출에 28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37.5%의 영업이익률이다.
반면 티맥스에이앤씨는 지난해 매출 38억원에 영업손실 535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1067억원, 총부채와 유동부채가 총자산보다 각각 1654원, 1570억원 초과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질권이 해제됐다고 하더라도 박 회장이 티맥스에이앤씨를 살릴 수 있을 지 업계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이 티맥스에이앤씨에 대한 투자 약속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티맥스데이터의 지분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질권만 해제하면 티맥스에이앤씨에 막대한 투자를 하겠다는 투자자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회장은 티맥스에이앤씨을 통해 ‘슈퍼앱’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시스템·데이터·앱·AI가 하나로 통합된 노코드 플랫폼인 슈퍼앱’을 만들면 매출 100조원의 회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하지만 아직 티맥스에이앤씨가 보여준 것은 전무하다. 손실이 큰 건 둘째치더라도 매출 자체가 거의 없다. 사용자를 많이 모은 후 광고 등의 수익모델을 붙이는 플랫폼 비즈니스와 달리, 티맥스에이앤씨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회사다. 소프트웨어 기업의 매출이 거의 없다는 것은 고객 자체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프트웨어 업계 한 관계자는 “그 동안 티맥스를 지켜보면서 박 회장이 가상세계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과 전략을 세우다 보니, 결국 자신이 만들고 키워온 회사까지 잃어버렸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