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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TV=권지현 기자] NH농협은행의 영업력이 둔화하면서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기업금융, 특히 중소기업 이익 체력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농협은행은 리테일(소매금융) 기반이던 영업 전략 재편을 위해 지난해 기업고객부를 중소기업고객부와 대기업고객부로 분리하는 등 기업금융 전문성을 꾀했지만 아직까지 유의미한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취임한 강태영 은행장이 임기 첫 해 기업금융 제고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이목이 모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해 1조8070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조7805억원)보다 1.5%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다만 IBK기업은행과의 격차에선 아쉬움을 남겼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2조4463억원을 기록, 2조원대 순익 행보를 이어갔다. 농협은행과의 순익 차이는 지난 2023년 6310억원에서 작년 6393억원으로 더 벌어졌다.
총영업이익을 살펴보면 농협은행의 부진이 드러난다. 은행의 작년 4분기(10~12월) 총영업이익은 1조8529억원으로 직전 분기(1조9130억원)보다 3.1% 감소했다. 농협은행은 작년 2분기와 3분기 총영업이익 역시 전분기 대비 각각 2.2%, 5.7% 줄어든 바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중 총영업이익이 3개 분기 연속 하락한 곳은 농협은행이 유일하다.
농협은행의 총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항목의 95%가량을 차지하는 이자이익이 뒷받침되지 못한 영향이 크다. 4분기 이자이익은 1조887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농협은행의 이자이익이 작년 1~3분기 내내 직전 분기보다 하락했음을 감안하면 4분기 증가세 전환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1%대 성장률을 두고 농협은행이 이자 부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지난해 4분기 KB국민은행은 전분기보다 이자이익이 2.4% 늘었으며, 우리은행은 2.8% 더 거뒀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86.2%, 33.8% 더 크게 증가했다.
농협은행의 이자이익이 미진한 것은 대출자산과 무관치 않다. 기업대출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대출자산 증가율에서 농협은행은 대형은행 하위권이다. 작년 12월 말 기준 농협은행의 중소기업 원화대출 잔액은 88조5641억원으로 9월 말과 비교해 0.2% 줄어들었다. 연초(85조9091억원)와 비교해선 3.1% 늘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8.2% 불었으며,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6.5%, 6.2% 증가했다. 농협은행의 연초 대비 중소기업 대출자산 증가율은 지난 2022년 11.4%로 5대 은행 중 가장 높았으나 이듬해 3.1%로 뚝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도 3.1%를 기록했다.
하락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농협은행의 중소기업 거래선이 탄탄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농협은행이 더 정교한 기업금융 영업전략을 짜야 한다는 얘기다. 농협은행은 코로나19 당시 가계대출 바람을 타고 외형 확장과 수익 극대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가계대출 규제와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기업금융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기존 리테일 기반의 영업전략은 이전보다 힘을 잃게 됐다. 반면 비슷한 시기 중기금융으로 무게추를 대폭 옮긴 기업은행은 제조·도소매업 기업의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며 성장 속도를 끌어올렸고, 이는 농협은행 순익을 넘어서는 밑거름이 됐다. 12월 말 기준 농협은행의 기업금융 규모는 109조8392억원으로 5대 은행 중 가장 적다.
공은 강태영 행장으로 넘어갔다. 올해도 대형은행들 간 뜨거운 기업금융 경쟁이 예고된 만큼 농협은행 새 수장이 된 그의 중기금융 지략에 관심이 모인다. 수익성을 향한 달라진 움직임도 보인다. 강 행장은 최근 뛰어난 업무 역량을 보인 직원들에게 'NH변화선도팀'을 첫 시상, 성과 중심의 조직문화 확산을 예고했다.
강 행장은 지난달 취임 당시 은행의 미래 핵심사업으로 '기업금융'을 가장 먼저 언급,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