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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통신 음영지역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저방사 유리(Low-E 글라스)' 안테나 기술이 국내 개발됐다. 저방사 유리의 뛰어난 단열 성능을 유지하면서 고질적 문제였던 무선통신 신호 차단 문제가 해결될 지 눈길이 쏠린다.
크리모는 3일 저방사 유리 안테나 기술 '웨이브존'을 개발하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CW)에 공개 시연한다고 밝혔다.
저방사 유리는 유리 표면에 금속 또는 금속 산화물의 얇은 층을 코팅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가시광선은 투과시키고 적외선(열)은 반사하는 특성을 갖는다. 이를 강점으로 상업용 빌딩, 주택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현저히 낮아지는 무선전파 투과율이다. 무선신호 강도는 야외에서 -70~80데시벨 밀리와트(dBm)인데 저방사 유리를 거치면서 20~30dBm이 감소한다. 롱텀에벌루션(LTE), 5G, 와이파이, 사물인터넷(IoT) 등 모든 무선통신이 영향을 받는다.
회사 관계자는 “30dBm 감소는 실제 신호강도가 1000배 가량 약해진다는 의미”라며 “웨이브존 기술을 적용하면 일반 유리의 99.9% 수준의 투과율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모는 유리 표면을 코팅한 뒤 일부 영역에 안테나 역할을 하는 특정 패턴으로 그려넣어 무선전파 투과율을 높였다. 유리의 에너지 효율성을 크게 저하하지 않으면서도 통신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저방사 유리 제조 과정부터 적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 설치된 저방사 유리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크리모는 자사 웨이브존 기술 적용하면 건물주가 무선전파 수신 장애 극복을 위해 실내에 추가적으로 설치해야 하던 중계기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계 단말 비용, 설치 비용, 전기료 등을 절감해 탄소 배출 줄인 친환경 건축물을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방사 유리 안테나 기술은 향후 6세대(6G) 이동통신에서 더욱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높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함에 따라 전파의 직진성이 강해지고 장애물에 의한 감쇠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저방사 유리 안테나 기술은 일부 해외 특수 유리 제조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크리모는 국산화한 웨이브존 기술을 앞세워 국내외 협력사들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 국내외 정보통신 기술 표준화단체와 협력해 저방사 유리 안테나 기술 표준을 만들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웨이브존은 건축업계뿐만 아니라 통신업계에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실적에 대한 혜택을 제공하는 기술”이라며 “국내외에서 폭넓게 기술이 채택될 수 있도록 협력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