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원고들에게 각 500만원 지급하라”
확정 땐 국가·이명박·원세훈이 함께 배상해야

이명박 정부 당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피해를 본 문화 예술계 인사들이 국가와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2심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2심은 1심과 달리 국가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27-2부(재판장 서승렬)는 17일 배우 문성근씨와 방송인 김미화씨 등 36명이 이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이 전 대통령, 원 전 국장과 공동해 원고들에게 각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별로 받아야 할 금액은 1심과 같다고 봤지만 국가의 책임을 추가로 인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문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청구는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국가와 이 전 대통령, 원 전 원장 등 세 피고가 함께 배상해야 한다.
문씨 등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특정 문화 예술계 인사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해 작성·관리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봤다며 2017년 11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들이 요구한 손해배상액은 원고 1인당 500만원으로 배상 총액은 약 1억8000만원이다.
국정원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17년 9월 이명박 정부가 ‘좌파 연예인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반정부 성향 문화예술계 인사 총 82명을 관리했다는 내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블랙리스트는 이 TF에서 국정원이 특정 문화 예술계 인사들 활동을 제약하기 위해 작성한 명단을 뜻한다. TF는 당시 명단에 올린 정부 비판 성향 연예인들을 배제·퇴출하기 위해 소속사 세무조사, 프로그램 편성 관계자 인사조치 유도 등 압박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2023년 11월 “정부가 표방하는 것과 다른 정치적 견해나 이념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문화예술인들의 신상정보가 기재된 명단을 조직적으로 작성·배포·관리한 행위는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행위”라며 “원고들의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 불법행위로 그 불법성 정도가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블랙리스트는 2010년 11월까지 작성됐으나 소는 2017년 11월 제기해 국가배상법 등에서 정한 소멸시효 5년이 지났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