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1차 실패하면 다음 기회 없다"…요로상피암 처음부터 공격적 치료 해야

2025-05-25

인터뷰 조정민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흡연자는 방광 요로상피암 발생 위험 높아

파드셉 병용요법 1차 치료 적용으로

10명 중 3명 암세포 완전히 사라져

요로상피암은 소변이 직접 접촉하는 점막 세포인 요로상피세포에 생기는 암이다. 콩팥에서 만들어진 소변은 깔때기 모양의 신우를 거쳐 방광에 저장됐다가 요도로 배출된다. 요로상피암이 소변이 지나는 과정에서 통과하는 신우·요관·방광에 생기는 이유다. 이 중 소변이 가장 오래 머무는 방광 내벽에 잘 생긴다. 실제 방광암의 90% 이상은 요로상피암으로 진단된다. 그래서 요로상피암이라고 하면 방광암을 떠올린다. 5월 방광암의 인식의 달을 계기로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조정민 교수에게 요로상피암 위험 신호, 치료법 등에 대해 들었다.

요로상피암(방광암)을 의심하는 증상은.

“소변을 볼 때 피가 섞여 나오는 육안적 혈뇨다. 투명한 노란빛이 아닌 옅은 분홍색, 선홍색, 커피색, 흑갈색 등 다양한 색으로 소변이 변한다. 혈뇨로 응어리진 핏덩어리가 나오기도 하고 첫 소변에 피가 살짝만 비치기도 한다. 혈뇨는 매번 보이지 않는다. 간헐적으로 비치는데 통증을 동반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혈뇨가 있다고 무조건 요로상피암인 것은 아니다. 감염, 염증, 결석이 있을 때도 혈뇨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육안적 혈뇨로 병의원을 찾은 사람의 13.2%는 요로상피암 등 요로계 암으로 진단됐다는 보고가 있다. 혈뇨에 ^소변을 자주 보거나 ^배뇨 시 통증이 있고 ^허리·옆구리가 아프면서 ^아랫배에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요로상피암을 의심한다. 40세 이상으로 반복적으로 혈뇨가 비쳤다면 소변검사, 방광 내시경 등으로 혈뇨의 원인을 찾는 것이 좋다.”

혈뇨가 있다 사라지면 괜찮은 것 아닌가.

“대개 한 번 피가 비치고 그다음엔 없으니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소변에 피가 나오는 정도와 요로상피암의 병기는 일치하지 않는다. 소변을 볼 때 혈뇨가 심하다고 암을 걱정할 필요도 없지만, 혈뇨가 사라졌다고 괜찮아진 것도 아니다. 특히 흡연자인데 육안적 혈뇨가 있다면 더 기민하게 살펴야 한다. 흡연은 요로상피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 인자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방광에 발생하는 요로상피암 발생 위험이 2~7배 높다는 연구도 있다. 담배의 발암물질은 폐로 들어가 여러 대사 과정을 거쳐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이 과정에서 방광의 요로상피세포를 자극해 암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한다.”

초기 요로상피암으로 수술했어도 재발률이 높던데.

“사실이다. 암세포가 방광 점막층에만 있는 초기 암인 표재성 요로상피암은 방광경으로 암세포가 있는 병변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수술한다. 방광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잔존암이 증식하면서 암 재발로 여러 번 긁어내는 수술을 받는다. 요로상피암으로 방광 내부를 10~20번 이상 긁어내는 수술을 받으며 지내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암세포가 점막층보다 아래에 위치한 근육·지방층까지 침투하면 암세포가 전신으로 퍼진 전이성 요로상피암으로 악화될 수 있다.”

전이성 요로상피암도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던데.

“파드셉 병용요법을 1차 치료로 적용했을 때다. 파드셉 병용요법은 요로상피암에서 많이 발현하는 넥틴-4를 표적으로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치료제와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면역항암제를 동시에 사용한다. 두 치료제의 상호 보완적 작용으로 암세포 공격력을 높인다. 주요 임상 연구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확인했다. 파드셉 병용요법으로 1차 치료했을 때 객관적 반응률은 약 70%다. 영상학적 검사에서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완전 관해 비율도 29.1%로 기존 치료법보다 2배가량 높다. 이런 임상 결과를 토대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암 치료 지침서인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파드셉 병용요법을 유일한 선호요법(Category 1)으로 권고한다. 간 전이 요로상피암 환자에게 파드셉 병용요법을 시도한 적이 있는데 6개월 만에 완전 관해에 도달했다. 현재 완전 관해 상태를 10개월 이상 유지하고 있다. 다만 한국은 개인이 약값을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로만 해당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어 아쉬운 상황이다. 항암 치료 1회 기준으로 치료비는 1000만원이 넘는다. 항암 치료 효과가 있으면 계속 받는데 일반 가정에서는 감당하기 힘들다. 치료비를 확인하고 울면서 호스피스로 전환한 환자도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

의료계에서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 파드셉 병용요법에 주목하는 이유는.

“더 확실하게 많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다. 전이성 요로상피암은 전체 생존 기간 중앙값이 14개월 정도로 예후가 나쁘다. 요로상피암 환자 대부분은 고령으로 요로 감염에 취약하다. 현재 국내에서 건강보험급여로 지원돼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로 주로 시도하는 항암 화학 치료는 치료 반응과 상관없이 요로 감염, 패혈증 등으로 몸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항암 치료를 받기 힘들 정도로 전신 상태가 불량해져 후속 치료로 넘어가기 힘들다. 또 암세포가 간·폐 등으로 전이된 상태에서 1차 치료에 실패하면 전신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후속 치료로 끌고 가는 것이 어렵다. 이들에게 다음 치료 기회는 없다. 또 후속 치료일수록 완전 관해 반응도 드물다. 임상적으로 1차 치료부터 가장 치료 효과가 좋은 파드셉 병용요법을 강조하는 이유다. 이미 폐암에서 1차 치료에 가장 좋은 치료법을 시도하는 것이 전체 생존율 개선에 좋다는 연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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