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2030 젊은층도 ‘혈당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이렇게 하면 혈당이 오른다’ ‘혈당 관리하는 꿀팁’ 등 다양한 속설이 공유되고 있다. 세간에 떠도는 혈당에 관한 속설이 맞는지 기자가 직접 혈당측정기로 측정한 혈당변화를 통해 살펴보고 혈당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카페에서 근무하는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근 이상한 요청을 하는 손님이 많아졌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요청 내용은 아이스라테에 시나몬가루를 많이 뿌려달라는 것. A씨는 “나만 모르는 새로운 유행인 것인가”라며 궁금해했다.
A씨의 질문에 평소 시나몬가루를 애용한다는 사람들의 답변은 3가지 정도로 나뉘었다. 먼저 시나몬가루가 들어가는 카푸치노를 대다수의 카페에서 따뜻한 음료로만 판매해, 이를 차갑게 즐기고 싶을 때 아이스라테에 시나몬가루를 넣어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또 “그냥 맛있어서 시나몬가루를 넣어 먹는다”는 의견과 “시나몬가루를 넣으면 혈당이 갑자기 오르는 ‘혈당 스파이크’가 방지된다고 들었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시나몬가루 넣은 커피, 직접 마셔보니=정말 시나몬가루를 넣으면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는 것이 방지될까.
대다수에게 친숙한 ‘커피믹스’에 시나몬가루를 넣어 마셨을 때 혈당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실험은 ‘커피믹스를 마셨을 때’와 ‘시나몬가루를 넣은 커피믹스를 마셨을 때’로 나눠 혈당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시나몬가루는 1티스푼을 넣었을 때와 2티스푼을 넣었을 때로 나눠 각각 혈당을 측정했다.
혈당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변수를 최대한 없애기 위해 ▲12시간 공복 후 오전 6시에 커피 섭취 ▲6개의 소주잔에 나눈 커피를 20초마다 섭취(음용 속도에 따른 차이 배제) 조건을 지켰다.
혈당은 공복일 때와 커피를 마신 후 3분, 5분, 10분, 20분, 30분, 1시간이 지났을 때 ‘채혈식 혈당측정기’로 쟀다.
먼저 커피믹스를 마셨을 때는 ‘88→88→91→96→114→115→80’으로, 커피를 마신 후 30분 지났을 때가 115로 가장 높았다. 시나몬가루를 1티스푼 넣은 커피믹스를 마셨을 때는 ‘88→88→95→104→114→115→80’으로 나타났다. 최고 혈당은 커피믹스만 마셨을 때와 동일하게 ‘30분 후, 115’였지만, 10분 후에 104까지 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나몬가루를 2티스푼 넣었을 때는 ‘88→97→100→109→126→122→79’의 변화를 보였다. 커피를 마신 후 3분 만에 혈당이 97까지 오른 뒤 20분 후에는 126까지 치솟는 모습이었다.
◆시럽·설탕과 섞여 더 오르는 혈당…시나몬 제대로 먹으려면=‘실론 계피’로 분류되는 시나몬은 혈당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나몬에 함유된 칼륨이 수분을 배출해 붓기를 방지하고, 신남탄닌 B1이 인슐린 흡수를 활성화해 ‘혈당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오히려 시나몬가루를 넣었을 때 혈당이 더 빠르고 높게 올라갔을까.
시나몬가루는 그 자체로 단맛을 가지고 있다. 라테에 들어가는 시럽이나 커피믹스에 있는 설탕 대신 시나몬가루를 넣었다면 적정한 단맛과 함께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겠지만, 기존의 당류에 시나몬가루가 더해지면서 오히려 당도가 높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나몬이 혈당을 낮춰준다’는 표현보다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지적했다. 김소형 한의학박사는 “일부 연구에 따르면 시나몬은 공복 혈당 수치를 낮추고 결과적으로 인슐린 민감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복용량이나 계피의 종류, 개인의 체질에 따른 차이 등으로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럽이나 설탕이 많이 든 음료에 시나몬가루를 조금 넣는다고 해도 ‘당류’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혈당 조절을 위해서는 ‘시럽’ 양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또 당뇨 등으로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은 체질에 따라 시나몬이 맞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섭취 전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개인마다 효과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일부 연구를 통해 시나몬이 공복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UCLA 데이비드 게펜 의과대학 연구팀이 과체중 또는 비만인 18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4주간 실험을 진행한 결과, 시나몬 보충제를 섭취한 집단이 가짜 약을 복용한 집단보다 혈당 평균 수치와 최고 수치가 모두 낮아졌다. 연구팀은 “시나몬에 함유된 폴리페놀, 쿠마린 등 성분이 인슐린에 대한 몸의 반응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시나몬을 제대로 섭취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시나몬을 가루보다는 차로 우려내 마시는 것을 추천했다. 김소형 박사는 “물 1ℓ에 시나몬 한두 조각 정도 넣고 10분 정도 끓이거나 뜨거운 물에 30분 이상 우려서 마시는 것이 좋다”며 “가루로 섭취한다면 하루 3g 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 ‘혈당의 진실’ 시리즈를 통해 진행한 실험은 SNS 등에서 제기된 궁금증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기자가 직접 체험한 것으로, 개인의 체질이나 나이·성별·기저질환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권나연 기자 kny0621@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