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냐 파리냐'기싸움 팽팽한 가운데 '아트바젤 파리' 22일 개막

2025-10-15

한주차의 런던과 파리 기싸움 전례 없이 팽팽

아트바젤 파리,41개국 206개화랑 참여 역대급

한국 화랑으론 유일하게 국제갤러리 참가

김윤신 최재은 양혜규,해외 작품 선보여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10월은 '예술과 패션의 도시' 파리 자체가 거대한 미술관이 된다. 도시 곳곳에 산재한 각양각색의 미술관과 야외전시장 등에서 연중 가장 파워풀한 전시회와 아트프로젝트가 열리는 가운데 오는 10월 22일에는 파리 그랑팔레에서 '아트바젤(Art Basel) 파리 2025'가 개막한다.

아트바젤 파리 2025는 바로 직전 주인 10월 15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프리즈 런던 2025'의 바톤을 이어 역대 가장 매머드급으로 열린다. 이 행사에 한국화랑으로는 국제갤러리(회장 이현숙)가 유일하게 참가한다.

10월 22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26일까지 파리 그랑팔레(Grand Palais)를 열기로 몰아넣을 '아트바젤 파리 2025'에는 전세계 41개국 206개의 갤러리들이 참여한다. '프리즈 런던 2025'에 46개국에서 168개 화랑이 참여하는 것에 비하면 메인 섹터에서는 아트바젤 파리의 규모가 더 크다. 그러나 프리즈의 경우는 프리즈 마스터스와 프리즈 조각이 별도로 열리는 만큼 이들을 모두 합치면 아직은 프리즈 런던이 좀더 스펙타클하다.

두 페어간 유럽에서의 기싸움이 전에 없이 팽팽한 가운데 가장 큰 관건은 어느 페어가 더 성공적으로 불황의 장을 뚫고 매출과 파급력에서 호조를 보이느냐다. 뚜껑은 열어봐야 하겠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아트바젤 파리의 향후 전망이 다소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좀 더 많다. 파리는 현대미술이 오랫동안 뒤쳐져 있다가 근래들어 비로소 정부와 파리 시당국이 바짝 고비를 조이며 활성화를 부추키는 데다, 도시 자체가 주는 복합적인 매력 때문에 더 선호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두 페어가 불과 사나흘 사이로 딱 붙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개최되는 바람에 많은 갤러리들이 내년부터는 두 페어 중 한 곳만 참가할 공산이 커졌다. 이는 아트페어 참가비가 부스대여비·장치비·운송비·여행경비의 급등으로 엄청나게 올라서 형편이 매우 좋은 몇몇 메이저 갤러리를 제외하고는 런던과 파리 중 하나만 선택해 출품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아트바젤 파리는 메인 섹터인 '갤러리즈(Galeries)'를 필두로 신흥 갤러리들과 신예 작가들의 솔로 부스를 선보이는 '이머전스(Emergence),' 기존의 미술사적 관점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작업을 소개하는 '프레미스(Premise)'까지 총 3개의 섹터로 이루어져 있다. 이와함께 도시 전체에 걸쳐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파리의 생동감 넘치는 문화예술 현장을 더욱 풍성하게 할 전망이다.

아트바젤측은 지난해부터 기존의 다소 복잡하고 과도기적이었던 명칭('Paris+par 아트바젤) 대신, '아트바젤 파리'라는 간결한 명칭으로 파리 페어를 정비했다. 게다가 파리의 명소 그랑팔레로 위치를 옮기며 2024년 버전이 열리자 전세계 갤러리들의 참가 신청이 쇄도했고, 글로벌 리딩갤러리의 비중을 늘렸다.

즉 지난 2023년까지는 파리의 유서깊은 아트페어인 'FIAC'의 종언을 불러온 것을 의식해 바젤측이 프랑스 화랑의 비중을 일정부분까지 최대한 유지하고자 했다. 그러나 2024년부터 장소를 리노베이션이 끝난 그랑팔레로 옮기게 됨에 따라 아트바젤의 특성을 살려 전세계 유력 화랑의 참가를 크게 늘린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트바젤 파리는 아시아 화랑에게는 여전히 문턱은 높아 한국에선 국제갤러리가 유일하게 참여한다.

국내의 몇몇 유력 갤러리가 이 페어에 참가하기 위해 신청서를 냈으나 계속 반려된 것으로 전해진다. 파리는 근현대미술관들이 다수 운집해있고, 패션과 미식의 도시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해 아트바젤 파리는 향후 아트바젤 바젤을 누르고 유럽 최고의 아트페어가 될 가능성이 커서 전세계 많은 갤러리가 이 페어에 참가하길 희망하고 있다. 특히 파리는 바젤에 비해 물가가 싸고, 호텔이라든가 식당 등 유관 시설도 풍부해 장기적으로는 6월의 아트바젤 바젤을 필적할 것으로 점쳐지는 중이다.

첫 해부터 한국 갤러리로는 유일하게 아트 바젤 파리에 꾸준히 참가해온 국제갤러리는 '갤러리즈' 섹터 내 부스에서 한국 여성작가 및 해외 작가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선보인다.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인 김윤신의 회화 '내 영혼의 노래 2006-145'(2006)는 자연을 관조의 대상이 아닌 '합일(合一)'의 주체로서 바라보는 작가의 예술 철학을 바탕으로, 영원한 삶의 나눔과 생명력의 본질을 자유분방한 색상, 선, 면, 그리고 특유의 재질로 표현한 작품이다.

현재 일본 교토에서 거주하며 작업 중인 현대미술가 최재은의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2024)는 작가가 길가에서 만난 들꽃들을 액자화하고 각각의 이름을 적어둔 연작 형식의 작업이다. 각 존재를 호명하는 행위를 통해 일상과 자연, 그리고 우주의 이치와 순환을 부드럽게 되새기고 있다. 작가는 올 12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함경아의 자수 회화 '부유하는 신비의 니꼴린,Detail From SMS Series 07'(2018–2019)도 국제갤러리 부스에서 만날 수 있다. 문자메시지로 의사 소통하는 현대인들의 양상을 빗댄 작가의 'SMS' 시리즈 중 하나로, 다채로운 표면 속에 영문 단어, 남한의 유행어, 케이팝 가사 등을 디자인적으로 숨긴 추상 도안을 북한 공예가들에게 전달하여 금기시된 소통을 시도한 작품이다.

현대미술가 양혜규는 편지봉투 속 보안무늬에 주목해 다양한 패턴을 추상적으로 구성한 콜라주 작업 '유선 더듬이와 양안 뷰잉 – 신용양호자 #370'(2018)을 선보인다. 양혜규는 미국 세인트루이스 현대미술관(Contemporary Art Museum St. Louis)에서 '양혜규: 의사擬似-하트랜드(Haegue Yang: Quasi-Heartland)'를, 스위스 취리히 미그로스 현대미술관(Migros Museum für Gegenwartskunst)에서 순회전 '양혜규: 윤년(Haegue Yang: Leap Year)'을 개최 중이다. 양혜규는 일본 나오시마 섬의 이에프로젝트에도 작품을 출품했다.

이밖에 박진아의 '돌과 설명서 02'(2023)는 2023년 부산시립미술관의 초대로 단체전에 참여한 당시 사전 답사를 위해 방문한 미술관에서 포착한 장면들로 구성한 작업으로, 백스테이지의 일상적 순간을 회화로 해석하는 특유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한편 국제갤러리는 아트바젤 파리에 전세계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해외 작가들의 작품도 소개한다. 미국 현대 사진의 거장이자 시대적 아이콘이었던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Lisa Lyon'(1982)은 리사 라이언의 잘 단련된 신체를 통해 힘과 미의 새로운 균형을 제시하며, 전통적인 젠더 규범을 전복하는 실험적 시선을 제시한 작품이다.

프랑스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Precious Stonewall'(2024)은 인도에서 제작된 유리벽돌로 구성되어 벽면에 설치될 예정이다. 오토니엘은 현재 프랑스 아비뇽에서 지난 30여 년간 쌓아온 시적이고 상징적인 조형세계를 보여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개인전 '오토니엘 코스모스 혹은 사랑의 유령(OTHONIEL COSMOS or the Ghosts of Love)'을 성황리에 개최 중이다.

올 12월 국제갤러리 서울점에서 개인전을 앞둔 다니엘 보이드의 신작 'Untitled (MHMLW)'(2025)도 함께 전시된다. 작가 특유의 점묘법으로 형성된 렌즈 속 '교묘한 손놀림(sleight of hand)'은 서구 중심 역사관의 이면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사물이 제작, 인식, 보존되는 역학을 규정하는 제도기관의 관행 및 분류체계를 탐구하는 갈라 포라스-김은 'Signal(MAK Center 10/19/23-01/27/24)'(2024)를 선보인다. 미술 기관에서 엄격하게 통제되는 습기를 역으로 이용한 이 작품은 전시장의 환경적 요소를 반영함과 동시에 보이지 않는 활력을 추상적으로 그려낸다. 최근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상인 2025년 맥아더 펠로십 수상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한 작가는 현재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자연 형태를 담는 조건'을 진행 중이다.

한편 아트바젤 파리는 현재 웹사이트를 통해 아트페어 입장권을 판매 중이다. 올해부터는 티켓값이 인상돼 최상위 패스인 '프리미엄 커넥션 패스'(특별 투어 제공및 기념품 등 증정)는 1300유로(한화 약 214만원), 그 아래 단계인 '프리미엄 패스'는 650유로(약 107만원)이다. VIP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베르니사쥬 데이에 입장해 샴페인 또는 음료 한잔을 제공받는 '베르니사쥬 패스'는 110유로(약 18만원)이며, 퍼블릭오픈(10월24~26일) 기간 중 하루 입장이 가능한 '데이 패스'는 45유로(약 7만4천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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