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4월 4일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IT 기업 중 하나로서 눈부신 성공을 이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룩한 성공, 눈부신 업적은 많다. 사실 오늘날 전세계인이 사용하는 PC의 대부분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이며, 세계 기업 근무자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업무 도구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다. 지구 상 모든 사람의 집 책상에 윈도우 데스크톱 PC 한대씩 두게 한다는 창업자 빌 게이츠의 목표는 확실히 이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창업 후 10년 주기로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1975년 코드 인터프리터와 컴파일러로 창업해 MS-DOS로 PC 시장 운영체제를 공략하기 시작해 1985년 첫번째 윈도우를 선보였다. 그리고 1995년 PC 시장을 마이크로소프트 천하로 만들어준 윈도우95가 출시됐다. 2005년엔 엑스박스(XBOX)360을 출시해 게임 콘솔 시장에 진출했는데, 한편으로 클라우드 전환을 시작했다. 2015년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의 지휘 하에 새로운 미션을 수립한 후 윈도우10을 내놨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실 성공만큼이나 실패도 많은 기업이다. 실수도 많았다. 지난 50년 사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저질렀던 실수들, 전략적 실패를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1. 인터넷 익스플로러(IE)
인터넷익스플로러(IE)는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짧은 성공과 긴 실패를 안겨준 제품이다. 1995년 윈도우95에 탑재되며 등장한 IE 웹브라우저는 당시 막 떠오르기 시작한 인터넷 시장에서 선두주자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를 꺾으려 나온 회심의 카드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수한 모자이크 브라우저를 개조해 IE로 만들었고, OS에 기본 탑재함으로써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렸다. 결국 2002년에 이르러 IE는 전세계 웹브라우저 시장 95%를 차지하며 세계를 제패했다.
6년의 대성공을 이룬 IE는 마이크로소프트 역사에 가장 뼈아픈 결과로 이어진다. 바로 창업자 빌 게이츠의 퇴진이다.

IE를 윈도우OS에 포함시켜 판매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은 경쟁사의 반발과 미국과 유럽 독점규제기관의 대응을 초래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IE를 끼워팔기한다는 비난이 강하게 있었고, 미국 법무부와 20개 주 정부가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2000년 1심에서 미국 법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독점법 위반을 판결했다. 법원은 IE의 끼워팔기를 인정했고, 마이크로소프트에게 OS 사업과 다른 사업을 분할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2001년 항소심에서 회사 분할 명령은 철홰됐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법무부는 윈도우에서 타사 브라우저를 숨기지 않기로 합의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5년 간 법원의 감독을 받게 됐다.
EU 경쟁당국도 2004년 윈도우에 윈도우미디어플레이어를 끼워팔기했다는 이유로 벌금을 부과했으며, 2007년 윈도우에 IE를 끼워팔기 했다는 이유로 추가 벌금을 부과했다.

법무부와 합의 과정에서 빌 게이츠는 반 강제로 회사 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빌 게이츠는 당시 부인이었던 멀린다 게이츠와 사회공헌사업에 집중하려 사임한다고 공식적인 이유를 밝혔다. 이로써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개발자면서 가장 뛰어난 사업가, 냉철한 전략가인 빌 게이츠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빌 게이츠는 2025년 4월 4일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초반에 정부와 관계에 소홀했던 것을 최대 실수로 꼽았다.
IE는 빌 게이츠를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에서 손떼게 했을 뿐 아니라 인터넷 시장에서 실패하게 만든 핵심으로 작용했다.
기술적으로 IE는 웹페이지에서 전용 코드를 따로 작성하게 해 ‘IE 트라우마’란 말까지 만들었다. IE가 액티브X나 다이렉트X 등의 문제로 웹 표준에서 멀어지는 사이 대안을 찾는 사용자가 늘었다.
IE가 전성기를 달리던 2004년 모질라재단이 오픈소스 브라우저인 파이어폭스를 선보였다. 구글은 2008년 크롬 브라우저를 출시했다. 파이어폭스와 크롬은 가볍고 빨랐으며, 뛰어난 개발 도구를 제공해 전세계 사용자와 개발자의 사랑을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뒤늦게 IE7과 IE8으로 경쟁사에 대응하려 했지만 이미 브라우저 시장 주도권은 구글 크롬으로 넘어가 있었다. 어느새 IE는 구식이며 느리고, 불안정하며 보안을 위협하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후 2015년 IE를 대체하는 차세대 브라우저 ‘엣지’를 내놨지만, 의미있게 보급되지 못했다. 결국 2010년 자체 브라우저엔진을 포기하고, 크로미움 엔진 기반의 ‘엣지’를 내놓으면서 브라우저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그사이 IE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폐기처분됐다.
IE는 PC에서 인터넷으로 넘어가던 시기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많은 것을 안겨줄 듯 했지만, 구글의 독점을 부추기고 인터넷 서비스 세계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위상을 바닥까지 떨어뜨린 실패작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네트워크(MSN)에서 빙으로 이어진 마이크로소프트의 웹 서비스 시도는 이후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고, 2022년 오픈AI와 협력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빙 코파일럿’도 눈에 띄는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2. 윈도우 모바일(윈도우폰)
마이크로소프트는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데스크톱에서 모바일로 시장 흐름이 넘어갈 것이란 점을.
빌 게이츠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맡은 스티브 발머는 모바일 시장에 대응해야 했다. 아이패드보다 한참 앞서 펜을 사용하는 태블릿 PC 콘셉트를 1990년대에 만들었다. 2002년 윈도우XP 태블릿 PC 에디션이 출시됐다.
모바일에 대한 준비는 그에 앞서 마련됐다. 윈도우폰의 전신은 포켓PC 2000, 즉 윈도우CE다. PDA나 휴대폰용 OS에 활용된 윈도우CE는 1996년부터 ‘페가수스’란 프로젝트로 만들어졌다. 윈도우CE는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 2002년 윈도우CE 4.0부터 웹브라우저(IE)와 미디어플레이어, 메신저 등을 탑재했다.
윈도우CE는 2003년부터 윈도우모바일로 불렸다. 임베디드 기기에서 나름의 세를 구축한 윈도우모바일이었지만 2007년 애플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중대 기로에 놓인다.

윈도우모바일은 데스크톱 윈도우의 인터페이스를 작은 화면에 맞게 축소한 수준이었다. 터치스크린은 스타일러스 펜 위주 사용에 치중했다. 애플리케이션 설치도 불편했다. 휴대폰 하드웨어 제조 파트너들은 스마트폰 OS로서 윈도우모바일을 가져다 플래그십 제품으로 한번도 출시하지 않았고 보급형 제품으로 내놨다.
윈도우모바일은 스마트폰 시대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외면당했다. 휴대폰 제조 파트너는 결국 구글 안드로이드 OS로 몰려갔다. 메트로UI라는 독특한 디자인과 콘셉트를 가진 ‘윈도우폰7’을 내놨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후의 모바일 하드웨어 파트너였던 노키아 휴대폰사업부를 2013년 인수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노키아 인수 직후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이어받은 사티아 나델라는 노키아를 실패로 규정하고 모든 사업을 포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노키아 인수는 전세계 기업 M&A 역사상 최악의 사례로 꼽힌다.
윈도우폰은 8버전에 이르러 커널을 데스크톱 OS와 동일한 NT커널로 바꿨다. 이후 나온 윈도우폰8도 윈도우폰8.1도 윈도우10모바일도 큰 호응을 얻지 못한 채 쓸쓸히 사라졌다. 윈도우폰에서 사용할 만한 앱을 소프트웨어 개발사에서 거의 만들지 않았다. 구글 서비스 연동도 부실했다. 유일한 사용의 이유인 ‘오피스’는 모바일에서 사용하기 불편했다.
윈도우모바일은 또 하나의 뼈저린 실패로 이어진다. 애플 아이패드를 정면으로 겨냥한 ‘서피스RT’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2년 윈도우8을 출시하면서 태블릿 전용 인터페이스를 갖춘 ‘윈도욲RT’란 OS와 ‘서피스RT’란 하드웨어를 선보였다. 서피스RT는 Arm 아키텍처의 CPU를 탑재하고, 새로운 UI를 탑재했다. 그러나 쓸 만한 앱을 구하지 못했고, 하드웨어도 좋지 않았다.
기술적으로 윈도우폰은 아직 데스크톱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했던 당시 하드웨어에 데스크톱 수준의 소프트웨어를 억지로 끼워맞췄다. API는 제한적이었고, UI도 모바일과 맞지 않았다. 애플 앱스토어 같은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서툴렀다. 타이밍도 좋지 않았다. 약 10년 간 데스크톱에서 모바일로 도도한 흐름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대응은 항상 한발짝 느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까지 몰렸다. 2015년 사티아 나델라 시대를 만나고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완전히 넘어감으로써 모바일에서 실패를 ‘상쇄하는 중’이다.
모바일과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 아이팟을 겨냥한 MP3 재생기기로 ‘준(June)’을 2006년 출시했다. 준 기기는 윈도우CE 6.0 버전을 탑재했다. 준 기기는 수백만대 이상 판매됐지만, 경쟁작인 애플의 아이팟 시리즈가 워낙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한 탓에 실패로 여겨진다. 마이크로소프트 준 MP3 기기는 영화 가디언즈오브갤럭시 2편과 3편에서 레트로 기기로 등장한다.
태블릿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는 너무 시대를 앞서가 실패를 맛봤다. 2001년 빌 게이츠가 컴덱스에서 직접 윈도우 기반의 각종 태블릿 PC를 소개했다. 당시에 노트북 화면을 180도 꺾어 닫아 태블릿처럼 쓰게 한다든지, 별도 키보드와 스타일러스 펜을 태블릿 PC에 연결한다든지의 콘셉트가 나왔다.
또한 듀얼터치스크린 태블릿인 ‘마이크로소프트 쿠리에(Curier)’는 프로토타입만 제작됐음에도 엄청난 기대를 모았다. 쿠리어는 결국 출시되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6년 울트라모바일PC(UMPC)란 콘셉트도 발표했다. ‘오리가미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등장한 UMPC는 윈도우XP를 구동하는 노트북과 PDA 중간 개념의 기기로 소개됐다. 8인치 이하의 화면을 가진 초소형 컴퓨터와 화면을 위로 밀어올리는 슬라이드형 컴퓨터 등으로 나왔다.
3. 윈도우XP, 윈도우 비스타
윈도우XP는 마이크로소프트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윈도우로 꼽힌다. 그러나 너무 장수한 탓에 이후 윈도우 후속작의 성공을 가로막은 그림자였다.
2001년 출시된 후 장장 10년동안 현역으로 활약했다. 전작 윈도우2000, 윈도우ME에서 받았던 악평을 이름마저 야심찬 ‘뉴테크놀로지(NT)커널’을 앞세워 대성공을 거뒀다.
윈도우XP는 윈도우95때부터 악명높았던 불안정성과 성능문제를 해결한 버전이었으며 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원래 윈도우XP 기술지원을 2005년 종료할 예정이었지만, 세 차례의 서비스팩 업그레이드를 내놓으며 생명을 연장했고, 2014년에서야 기술지원을 종료했다. 임베디드 기기 연장 지원까지 합치면 윈도XP는 2019년까지 살아남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7년부터 7년이나 윈도우XP 기술지원 종료를 홍보했다.

윈도우XP가 장수하는 사이 윈도우OS는 3개의 버전 업그레이드를 거쳤다. 윈도우비스타와 윈도우7, 윈도우8 등이다.
윈도우XP가 너무 안정적이었던 탓에 사용자는 새로운 윈도우 버전을 구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특히 윈도우XP의 후속작인 윈도우비스타는 PC 교체 수요를 거의 일으키지 못했다. 윈도우 비스타는 마이크로소프트 역사 속에서 ‘불운의 실패작’으로 통한다.
윈도우 비스타는 ‘롱혼 프로젝트(Longhorn)’로 불렸다. 2006년말과 2007년초 출시됐다. 원래 2004년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두 차례 출시가 연기됐다.
윈도우 비스타는 당시 엄청난 수의 버그와 저성능, 비효율성 등으로 맹렬한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XP의 성공을 잇는 후속작답게 야심차게 새로운 도전을 많이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너무 많은 도전이 실패를 초래했다.
윈도우 비스타는 UI부터 새로웠다. 투명창, 그림자효과, 플립 효과 등 시각적으로 화려함을 추구했다. 보안에서 관리자권한 접근을 제한하게 함으로써 위협 노출을 줄이려 했다. 검색 기능도 강화했고, 사용자 폴더 체계도 직관적으로 바꿨다.

그러나 윈도우비스타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새로운 기능을 포함하게 되면서 비대해졌다. 윈도우XP보다 방대해진 코드와 화려한 UX는 당시 보급되던 하드웨어로 감당하기 힘들었다. 윈도우XP 기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호환성도 나빴다. 보안 강화 조치는 사용자에게 ‘이 작업을 하시겠습니까?’ 창을 너무 자주 띄워 짜증유발요소로 여겨졌다.
윈도우비스타가 불운의 실패작인 이유는 때를 잘못 만난 탓이다. 윈도우비스타에 도입된 여러 개념과 기능은 이후 윈도우7을 거쳐 윈도우11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고성능 하드웨어를 요구했던 UI의 화려함은 이후 컴퓨터 사양의 발달과 함께 자연스러워졌다. 윈도우비스타에서 검색 기능과 NT커널 구조의 개선은 윈도우 OS의 새로운 기반을 이뤘다.
4. 윈도우8 모던UI
윈도우XP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OS에서 헛발질은 윈도우8 출시에서 정점을 이룬다. 윈도우비스타의 혹평을 윈도우7 조기 출시로 성공리에 무마한 마이크로소프트는 2012년 윈도우8을 내놓으며 모바일 시대 대응의 첨병으로 삼았다.
윈도우8은 ‘모던UI’란 것을 도입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갖춨는데, 그 과정에서 작업표시줄 왼쪽 구석에 있던 ‘시작메뉴’ 버튼이 사라졌다.
터치 인터페이스에 최적화한다는 모토로 만들어진 모던UI는 여러 크기의 직사각형 타일을 조합해 화면을 채우게 했으며, 제스처나 스와이프 같은 UX도 도입했다. 타일의 크기가 컸으므로 태블릿 같은 기기에서 손가락으로 터치하기엔 용이했다.
하지만 마우스와 키보드 위주의 데스크톱과 노트북에서 모던UI는 불편하고 쓸모없었다. 과하게 화면을 차지하고, 시스템 자원도 많이 소모했다.

시작메뉴 버튼이 사라지자 윈도우 사용자들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컴퓨터를 끄는 곳도 찾지 못하겠다는 사용자도 많았다.
모던UI는 개발자에게도 큰 변화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95때부터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제공했던 ‘Win32’ API를 모던UI 앱에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개발자는 기존의 윈도우 애플리케이션을 윈도우8용으로 새로 개발해야 했다. 이는 윈도우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Win32 기반 데스크톱 앱과 모던 UI 기반 앱으로 분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모던UI 앱은 활발히 개발되지 않았고, 기존 데스크톱 앱은 과거에 남아 윈도우XP와 윈도우7의 수명만 연장시켰다. 모던UI 앱은 또한 윈도우8에서 처음 생겼던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스토어’를 통해서만 설치할 수 있었기에 기존 사용자도 불편을 겪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8.1을 2013년 내놓으면서 없앴던 시작메뉴를 되살렸다. 이후 윈도우10에서 시작메뉴가 완전히 돌아왔다.
5. 마이크로소프트 밥(Bob)과 코타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실패 중 최악의 사례라면 ‘마이크로소프트 밥’이다.
1995년 3월 공개된 마이크로소프트 밥은 윈도우3.1과 윈도우 95용으로 나온 사용자 인터페이스다. 바탕화면을 만화 속 집처럼 구성한다. 각 방은 기능을 나타내고, 가구나 물건을 클릭하면 기능을 실행할 수 있게 했다. 방을 사용자가 꾸미기도 하고 작동마다 애니메이션도 나온다. 도우미 캐릭터가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강아지 모양의 ‘로버(rober)’가 있었다. 이 로버는 윈도우XP의 파일 검색 도우미로 재활용된다.
마이크로소프트 밥은 MS-DOS에서 그래픽 기반의 윈도우로 넘어가던 과도기에 등장한 괴작이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도 컴퓨터를 쉽게 이용하게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 밥은 너무 귀여웠다. 지나친 감성은 최악의 결과였다. 쉬운 사용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화면 속에 없는 나머지 모든 것을 쓰기 불편했다. 그리고 8메가바이트(MB)란 당시로선 엄청난 크기의 RAM을 요구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밥은 빌 게이츠의 당시 연인이었던 멀린다 프랜치(후의 멀린다 게이츠)가 프로덕트매니저(PM)를 맡았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밥은 출시 1년만에 단종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마존 알렉사, 애플 시리 등 개인용 AI 음성 비서 열풍이 분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란 가상비서를 윈도우8.1에서 선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독점게임인 ‘헤일로’ 시리즈에서 마스터치프를 돕는 AI 캐릭터인 그 ‘코타나’에서 이름을 따왔다.
코타나는 윈도우8.1 시작메뉴 옆 검색 아이콘과 함께 배치됐다. 코타나 아이콘을 누르고 일정이나 메일을 알려달라고 말하면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웹 검색과 위치 기반 알림도 가능했다. 윈도우10에 이르러 OS에 완전히 통합돼 PC 제어도 할 수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는 너무 늦게 시장에 나왔다. 애플과 구글이 이미 선점하고 있었던 시장이었다. 애플 시리나 구글어시스턴트가 모바일 사용자를 위주로 하고, 아마존 알렉사가 홈 가전을 지향했던데 비해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는 PC 사용자가 타깃이었다. PC 사용자는 음성 명령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음성 인식률이나 자연스러움도 경쟁작에 비해 뒤처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 모바일용 코타나 앱을 폐기했다. 2023년엔 윈도우11에서도 코타나가 사라졌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는 첫 등장 후 사라질 때까지 결국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아 한국에선 사용할 수도 없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