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전화’로 다시 돌아간 미국 부모들…왜?

2025-10-17

미국에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대신 ‘집전화’를 쥐여주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SNS와 게임 알림, 유튜브 영상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시대에, 아이가 친구와 통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만 남겨두려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틴캔(Tin Can)’이라는 유선 전화 상품도 출시됐다. 미국 포털사이트 야후 라이프가 이 제품을 주모했다.

1980년대만 해도 친구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잔뜩 긴장을 한 후 “안녕하세요. 저는 OO이 친구 OOO입니다”라며 몇 번이나 시뮬레이션을 한 후 집 전화기를 집어들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었다.

친구 부모에게 먼저 인사하고, 전화를 바꿔주길 기다리던 어색한 순간도 추억의 일부였다. 미국에서 20년 동안 꾸준히 줄어들던 집전화가 다시 부활하고 있는 이유는 아이의 정신 건강과 디지털 과몰입에 대한 부모의 우려 때문이다.

야후에 소개된 제품 기획 계기에 따르면 시애틀의 세 아이 아버지이자 기업가인 체트 키틀슨(Chet Kittleson)은 바로 이런 고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아이의 친구 약속과 통화를 모두 부모가 대신 관리해야 하는 현실이 힘들었다”며 “우리가 어릴 때 첫 번째 사회생활 도구는 집전화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틴캔(Tin Can)’이다.

틴캔은 와이파이로 작동하는 어린이 전용 랜드라인으로, 형형색색의 디자인이 특징이다. 별도의 전화선이 필요 없고, 부모가 전용 앱으로 ‘조용한 시간(quiet hours)’을 설정하거나 통화 가능한 연락처를 관리할 수 있다. 등록된 가족·친구와만 통화할 수 있고, 스팸전화는 완전히 차단된다. 틴캔 사용자끼리의 통화는 무료이며, 월 9.99달러를 내면 일반 전화번호와도 연결할 수 있는 ‘파티라인(Party Line)’ 기능을 쓸 수 있다.

놀랍게도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키틀슨은 “처음 시제품을 설치했을 때 아이들이 전화기를 보고 신기해하며 직접 수화기를 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7세와 10세 자녀를 둔 첼시 밀러는 “아이들에게 아직 스마트폰을 주고 싶지 않다”며 “이 전화 덕분에 친구나 할머니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고, 매번 부모의 휴대폰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6세와 9세 자녀를 둔 또 다른 부모 메건 티머만은 “아이들이 집전화가 울리면 게임을 멈추고 달려온다”며 “화면 없이 대화에 집중하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큰 변화”라고 전했다.

틴캔의 가장 큰 장점은 ‘목소리의 복귀(Bringing voice back)’다. 문자 대신 통화를, 화면 대신 대화를 회복하게 한다는 점이다. 키틀슨은 “아이들이 직접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고, 피자집에 전화를 걸어 주문하는 등 작은 자율성과 자신감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세대에게 ‘집전화’는 낯선 물건이지만, 틴캔은 그것을 새롭게 정의했다. SNS 대신 통화, 화면 대신 목소리로 연결되는 세상. 아날로그 감성을 품은 이 신세대 랜드라인이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 새로운 대화의 다리를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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