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이 보이스피싱의 ‘자금세탁’ 창구로 악용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도 ‘출금지연제도’를 재개하기로 했다. 가상자산 외부 출금을 일정 시간 제한해 범죄 피해금이 가상자산으로 유출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과 가상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가상자산 출금지연제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부터 출금지연제도가 중단됐던 빗썸, 코인원, 코빗 3사는 약관 개정과 전산시스템 정비를 거쳐 이번달부터 출금지연제도가 재개된다.
출금지연제도는 거래소 이용자가 매수한 가상자산을 외부로 출금하는 것을 일정시간 제한하는 제도다. 가상자산의 경우 자금 추적이 힘들다는 점을 노려 보이스피싱 총책들은 피해자가 피해금(원화)을 거래소 내 계좌에 입급하도록 한뒤 이를 가상자산으로 전환해 외부거래소 등으로 출금해 피해금을 편취하는 방식을 사용해왔다. 업비트, 빗썸 등 5개 원화 가상자산거래소는 이처럼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이 가상자산을 통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제도를 자율 실시해왔다.
거래소 3사는 지난해 3분기 중 이용자 불편 완화 등을 이유로 출금지연제도를 중단했는데, 이후 보이스피싱 피해금 이체 사례가 급증하면서 가상자산이 범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실제로 제도 중단 전 월평균 13건에 그쳤던 빗썸의 보이스피싱 피해금 이체 건수는 제도 중단 이후 평균 402건으로 389건 늘었다. 이 때문에 당국도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치에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은 “표준약관 제정 등을 통해 출금지연제도가 안정적, 일관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