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의 소지’ 알고도 강행한 SSG···‘구단주 보좌’와 함께, 다시 파문 속으로

2025-01-01

SSG는 지난 12월27일 추신수를 구단주 보좌 겸 육성총괄로 선임했다. 한화가 구단 역사의 레전드인 한용덕, 김태균에게 ‘단장보좌’ 직함을 준 적은 있지만 ‘구단주 보좌’는 SSG가 최초다. 실제 무슨 업무를 하는지 감도 안 잡히는 보직을 구단주와 막역하다고 알려진 추신수를 위해 만들었다.

그로부터 나흘 뒤 박정태 전 코치를 퓨처스 감독으로 선임했다. 2012년 롯데 타격코치를 끝으로 프로야구 지도자 경력 단절 상태인 박정태는 추신수의 외삼촌이다. SSG는 지난 10월24일 손시헌 퓨처스 감독을 1군 수비코치로 이동시켰다. 이후 두 달 넘게 비어 있던 퓨처스 감독으로, 추신수 구단주보좌 겸 육성총괄 선임 나흘 만에 박정태를 선임한 것이다.

‘관계’로 인해, SSG가 정당한 기준을 갖고 객관적인 평가로 선임했는지에 1차적으로 물음표가 붙었다. SSG는 “2군 감독 선임은 대표이사와 단장이 진행했고 추신수가 관여할 시간은 없었다”고 했다. 2군 감독 선임은 오래 진행해왔고 최근 급물살을 탔을뿐 박정태 신임 감독은 항상 후보군에 있었으며 추신수가 ‘직접’ 선임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음주운전 전력이다. 박정태 신임 감독은 2019년 1월 만취 상태에서 도로에 주차한 채로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리다 시내버스기사와 시비 끝에 버스로 올라타 싸웠고, 버스 기사가 차량을 출발하자 운전대를 잡고 운전을 방해하는 위험한 행위로 입건됐다. 당시에는 ‘전 롯데 코치’로 KBO리그 내 소속이 없었고 KBO의 음주사고 철폐 룰이 생기기 전이라 리그 차원의 징계가 없었다. 그러나 레전드의 추태로 큰 충격을 안긴 해당 사건 이후 지도자로서 경력은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상태였다.

KBO리그는 지금 음주운전으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혈중알콜농도 기준으로 면허취소 상태면 1년 자격정지 하는 등 음주운전 적발시 중징계를 규정화했다. 그러나 LG 1군 타격보조코치였던 최승준, 롯데 투수 김도규, LG 투수 이상영, LG 내야수 김유민까지 2024년에만 음주운전 적발 사례가 줄을 이어 KBO리그 징계 시스템도 무용지물이라는 염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SSG는 음주 사건 전력으로 물의를 빚은 지도자를 2군 감독으로 당당하게 선임한 뒤 해명을 해주고 있다. 박정태 신임 감독은 2019년 당시 사건으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의혹과 논란이 불보듯 뻔하다는 사실을 구단 스스로 잘 알면서 선임했다는 사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SSG 구단은 박정태 2군 감독 선임 발표 뒤 문의하는 취재진에게 미리 준비한 해명자료를 전했다. A4지 2장 반 분량의 자료는 박정태 신임 감독이 2019년 사건 이후 반성했고 봉사했으며 야구재단 설립 등 공익활동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과거 본인의 언론 인터뷰 내용들로 거의 채워져 있다. 하지만 ‘2019년 이슈에 대한 반성’이라면서, 당시 버스기사가 먼저 자극한 것이 주요원인 중 하나라는 판결문 일부분과 해당 버스기사와 지금은 형동생 사이로 지낸다는 과거 인터뷰를 강조했다. 억울하면 개인이 알아서 해명하면 될 일을 구단이 영입하자고 문서까지 만들어 해명해주는 모습도 매우 어색하다.

구단의 해명자료는 “추신수 삼촌이라는 이유로 조심스러웠으나 오해 소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명확한 선임 기준과 절차, 공정한 평가를 거쳐 선임했다”고 시작되지만, 과거에 대한 변명만 담겨 있다. ‘오해의 불씨’를 감수하면서까지 구단이 그를 선택하게 된 판단 기준과 명확한 평가 등 정작 중요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담지 않았다.

2년 전을 떠올리게 한다. 2022년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SSG는 단장 교체 과정에서 ‘비선실세’ 파문을 겪었다. 야구단과 관계 없는 정용진 구단주의 지인이 구단 업무에 관여하고 결국 그 입김으로 새 단장을 내정해놓고 기존 우승 단장을 경질했다는 내용이었다. 언론은 물론 야구계와 팬들의 비판이 일제히 쏟아졌지만 SSG는 꿈쩍도 하지 않고 문제의 내정자를 단장으로 선임했다.

당시 SSG의 고집은 대실패로 끝났다. 선임된 김성용 단장은 업무 과정에서 온갖 구설을 일으키고 1년 만에 물러났다. 구단이 R&D 센터장으로 이동시켰으나 나흘 만에 사임했다. 당시 R&D 센터장도 김성용 전 단장을 위해 만들었던 자리로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만능파워 같은 직함 ‘구단주 보좌’를 만든 SSG는 미리 해명자료까지 작성할 정도로 박정태 2군 감독 선임에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알고 있다. 알고도 강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역시 야구단 차원이 아닌 그 위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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