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장원재 메리츠증권 각자 대표가 부동산금융 사업 구조를 털어내고 전통 기업금융(IB)과 취약했던 리테일(소매금융)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 직격타를 맞자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증권업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22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슈퍼365 계좌 전체 예탁 자산은 3조9800억원으로 집계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메리츠증권은 슈퍼365계좌를 통한 수수료 파격 정책을 선보였다. 국내외 주식 거래와 달러 환전 수수료를 2026년까지 전면 무료화하는 획기적인 이벤트를 내세우면서 시작 후 불과 25일 만에 1조원 규모의 예탁자산을 유치, 약 3개월 만에 4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파격적인 리테일 정책과 함께 인재 영입을 통한 전통 IB 강화에도 나선다. 올 들어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BMK투자증권 출신의 전문 인력을 영입한 후 지난 17일 정영채 NH투자증권 전 사장을 IB 상임 고문으로 영입했다. 1988년 대우증권 입사를 시작으로 업계에 발을 들인 정영채 전 사장은 2005년 대우증권 IB2담당 상무, 우리투자증권 IB 사업부 부장·대표를 거쳐, 2018년부터 2024년까지 6년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전통 IB맨이다.
이 배경에는 김종민·장원재 각자 대표의 의도가 담겨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김종민 메리츠금융지주 겸 메리츠화재 부사장을 메리츠증권 IB 관리 대표에 신규 선임하면서 장원재 단독 대표에서 김종민 IB 담당, 장원재 세일즈앤트레이딩(S&T)·리테일 담당 각자 대표로 전환했다.
전환 후 이들은 즉각 조직 개편에 나섰다. 핵심은 리테일 강화로 작년 연말 조직 개편에서 리테일본부를 부문으로 격상하고 신임 리테일부문장으로 이경수 전 리서치센터장을 임명했다. 또한 리테일부문 산하에 초고액자산가 공략을 위한 프라이빗투자은행(PIB)센터와 리테일전략담당을 신규 설치했으며, 이 전무는 PIB센터장도 겸직한다.
최근에는 종합금융본부 및 산하에 인수금융팀, 프라이빗에쿼티(PE)팀을 신설했다. BNK투자증권에서 영입한 IB금융본부 관련 인력을 모두 배치해 기업금융 부문 투자 역량을 확대하고 나아가 전통 IB 영역인 채권발행시장(DCM)·주식발행시장(ECM)까지 영향력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공격적인 조직 개편은 부동산금융 비즈니스 사업구조에서 벗어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수익성 제고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IB 강자로 불리는 증권사로, 그동안 부동산 금융 위주의 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왔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최근 3년 평균(2021~2023년) 평균 영업순수익 기준 시장점유율 7.7%, 2024년 3분기 누적 시장점유율은 7.2%다. 영업순수익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는 IB 부문의 시장점유율은 장기간 두 자릿수를 유지, 부동산금융에 특화된 사업기반과 조직을 갖추고 있다. 반면 투자중개 및 자산관리 부문은 2% 내외다.
이 같은 구조는 IB 부문에서 뛰어난 이익 창출력을 가져다주었지만, 코로나 19 이후 부동산 업황이 위축되자 되려 부메랑이 됐다. IB부문의 부동산 의존도가 높은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3분기 기준 IB 사업부문 영업이익은 21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5% 하락했다. 최근 3년간 ▲2022년 말 8469억원 ▲2023년 말 4863억원으로 지속 감소세를 보였다.
다만 비부동산 IB 부문과 비 IB부문 등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 노력에 3분기 투자 중개 및 위탁매매 수수료는 각각 1052억원, 2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5%, 134% 급증했다.
메리츠증권은 향후에도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수수료 무료 전략과 새로운 수수료 플랫폼 개발에 나서고 있고, 한쪽에서는 상반기 중 PIB 고액자산가를 타겟으로 한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조직을 구성하고 준비 중에 있다"며 "또한, 중장기적으로 ECM, DCM 전통 IB 진출과 함께 리테일과 비부동산 IB 강화를 위한 차세대 플랫폼을 개발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