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돈, 수입할 곳이 마땅치 않다

2025-02-25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종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수입 종돈시장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북미지역에서 다국적 기업이 아닌 경우 종돈을 공급해줄 현지 농장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절반 이상이 캐나다산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수입된 종돈 가운데 70% 정도가 미국, 캐나다 등 북미산이었다. 특히 캐나다산 종돈은 매년 전체 수입 물량의 절반을 넘어설 정도로 압도적이다. 지난해 수입 종돈 1천780두 가운데 52.2%인 930두가 캐나다산이었다.

하지만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북미지역 종돈산업의 구조 조정이 가속화 되면서 농장간 직접 교역이 가능한 종돈장들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만 해도 현지 종돈장들의 연합체로서 국내 종돈업계의 수입선이 돼 왔던 캐나다 얼라이언스가 붕괴, 지난 2022년부터는 더 이상 수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제네티포크, 패스트 제네틱스도 다국적 기업 등에 차례로 매각됐다.

제네수스, 작년 7월 법정관리도

최근에는 한국에 가장 많은 종돈을 공급하고 있는 제네수스사 마저 흔들리며 국내 종돈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팬데믹 사태와 현지 양돈산업 침체 등으로 인해 경영난을 겪어왔던 제네수스사가 지난해 7월 법정관리에 들어선 이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확한 사실 확인이 어려운 국내 종돈장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제네수스사가 중국계 현지 투자사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협력 농장들이 대거 이탈, 생산기반이 일부 무너진데다 질병 발생 등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니 물량 확보는 물론 종돈 품질 마저 믿을수 없게 됐다는 게 그 주요 내용이다.

올초에는 기존의 국내 독점 계약사가 아닌, 다른 수입 업체들이 일부 종돈장을 대상으로 제네수스 종돈에 대한 수요 파악에 나선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제네수스 종돈을 사용하고 있는 국내 한 종돈농가는 “지난해 제네수스 종돈 수입이 지연되는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앞으로는 돈을 지불하고도, 종돈을 못받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국내 공급사 “종돈 수입 차질없어”

제네수스사의 국내 독점 계약사는 대부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하고 있다.

해당업체 관계자는 “법정관리와 투자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제네수스 테크놀로지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소유주가 달라진 건 아니다. 기존의 제네수스 경영진은 그대로 유지, 농장관리도 차질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생산기반 일부를 미국으로 옮겼다고는 하나 워낙 규모가 큰 농장인 만큼 수입물량 확보나 종돈 품질도 전혀 문제 될게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달에도 국내 종돈장의 현지 선발이 이뤄지고 있다. 현지 농장이나 경영에 문제가 있다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캐나다에서 발생한 부루셀라병으로 인해 검역상 어려움이 생기면서 국내 수입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제네수스 자체적인 질병 리스크에 따른 원인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미국도 한,두개 농장 불과

이처럼 캐나다 종돈수입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종돈 수입선을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 돌리는 것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미국 역시 개별적인 수입이 가능한 종돈장이 극소수인데다 덴마크와 프랑스 등 유럽산 종돈의 경우 증식을 통한 판매 용도로 수입할 때는 막대한 로열티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종돈산업의 흐름 등을 감안할 때 우수 유전자 도입을 통한 개량은 물론 단순 증식용 종돈수입도 갈수록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다국적 기업에 의한 유전자 속국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수입 돼지고기와 차별화는 물론 해외 질병 유입 가능성의 차단을 위해서라도 유전자독립을 위한 정부와 범업계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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