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떡 가게, 피자 맛집 됐다” 21세기 중국 테크판 인해전술

202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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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초봉 4억원? 천재 소년 키웠다

때릴수록 강해진 차이나 테크, 왜

지난달 29일 중국 관영방송 CC-TV에서 방영한 춘제(중국 설) 특집 갈라쇼. 세계적 거장 장이머우 감독 기획하에 꾸려진 이 무대에 오른 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16대였다. 숙련된 인간 무용수처럼 전통 무용 동작을 매끄럽게 선보였다. 손수건을 허공에 던졌다 받아내는 고난도 동작까지 민첩하게 해내는데, 고작 석 달의 인공지능(AI) 기반 훈련이 필요했다고. 이 로봇들은 1990년생 왕싱싱(王興興)이 창업한 중국 스타트업 유니트리(Unitree)의 ‘H1’ 모델이다. 이 회사가 지난해 내놓은 업그레이드 버전 ‘G1’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휴머노이드 시대를 열겠다”며 개발한 ‘옵티머스’와 비슷한 사양이다. 하지만 가격은 옵티머스(예상가)의 절반 수준.

로봇뿐 아니라 AI·전기차·전자상거래 등 요즘 핫하다는 테크 산업에서 ‘가성비’는 늘 화제다. 가격 경쟁력은 기본, 더 놀라운 건 예상을 뛰어넘는 성능이다. 한때 ‘대륙의 실수’로 불렸지만, 이젠 ‘대륙의 기본기’가 됐다. 가만, 미국이 지난 10년 사이 열심히 중국을 견제하지 않았나? 언제 이렇게 컸지? 싼 게 비지떡=빛 좋은 개살구=메이드 인 차이나. 아직도 이 공식에 익숙하다면 이번 리포트에 주목. 14억 인구 가운데 키워낸 ‘천재 소년’들부터, 중국 테크 기업의 인해전술 전략까지 싹 담았다.

1. 21세기 중국의 테크판 ‘인해전술’

우후죽순 생겨난 업체: 14억2000만 명. 예나 지금이나 중국의 힘은 전 세계 17%를 차지하는 인구에서 나온다. 내수 시장 자체가 글로벌 경쟁 환경. 치열한 생존게임을 거쳐 살아남아야 한다. 지난해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언급한 AI 기업 개수만 4700개 이상. 다른 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기준 월 5000대 이상 전기차를 생산하는 회사는 50군데가 넘는다. 지난달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CES 기조연설에서 소개한 14개 로봇 중 6개가 중국산이었다.(한국은 0) 중국에 등록된 로봇 관련 기업만 71만 곳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나라’에서 살아남는 법: 몇백, 몇천, 몇만 개 기업 중에 살아남기 위해 결국 다른 기업과 차별화해야 한다. 바로 가성비다. 중국 출신 경제전문가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장은 “초창기 자본 누적을 위해 가성비를 높이는 것은 전략이라기보다 기업 생존의 문제”라고 짚었다.

step ① 최저가로 침투한다

중국 업체들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가격을 내리거나 성능을 올리거나. 대부분 전자를 택해 왔다. 안 원장은 “중국은 휴대전화 제조업체만 몇십 군데다. 이렇게 내부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자칫 머뭇거리다가 아예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을 강타한 C커머스 3대장 알테쉬(알리·테무·쉬인)는 대량 생산으로 단위당 생산 비용을 낮추거나 유통 및 공급망 관리, 낮은 마진 설정 등을 통한 초저가 상품으로 업계를 흔들었다.

step ② 비지떡을 피자로

가격 허들을 낮춰 소비자 손 닿는 거리에 안착했지만, 형편없는 성능으로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에 부딪히기도 했다. 웨어러블(입는) 로봇 기업을 창업한 공경철 KAIST 교수는 “해외 로봇 전시회 등을 나가면, 휴머노이드(인간형)와 다족형 로봇은 지금은 중국이 압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다”며 “처음에는 싼 게 비지떡이었더라도, 그 비지떡을 계속 만들어서 팔다 보니 맛있는 피자가 됐다”고 비유했다. “학습할수록 똑똑해지는 AI처럼 지금은 경험 기반 공학의 시대다. 완벽한 성능을 갖춰 시장에 나가기보다, 일정 수준으로 고객과 빨리 만나 피드백도 듣고 수정하고 노하우를 쌓아가는 것이 재산”이라고 강조했다.

2010년 샤오미≠2025년 샤오미: 제조업 위주에서 IT·인터넷·로봇 등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중국 기업들 가성비 접근에도 변화가 생겼다. 성능에 해당하는 기술 혁신을 공격적으로 노리기 시작한 것.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10년 전 샤오미는 잊어야 한다. 싸구려 전자제품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AI 기반 사물인터넷(AIoT)과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라면서 “최근 샤오미가 출시 첫날 전기차를 9만 대 이상 팔았는데, 가격 경쟁력은 기본이고 퀄리티(성능)도 갖춘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2. 중국몽(夢) 일깨운 건?

중국이 혁신의 중요성을 깨달은 건 기술력이 중요해지는 산업의 흐름을 읽어서만은 아니다. 안유화 원장은 “사실 그동안 혁신은 미국이 하고, 우리는 ‘모방과 응용’, 즉 열심히 따라가기만 해도 된다는 사회 분위기가 중국을 지배했다. 그것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그 믿음은 깨졌다”고 말했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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