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처음 ‘기근’ 발표…5개 지역으로 확산
내전 양측, 기근 조사에 반발·구호 활동도 방해
내전이 20개월 넘게 이어지며 수만 명이 숨진 수단에서 기근마저 확산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제사회가 ‘두 개의 전쟁’에 관심을 빼앗겨 개입을 꺼리는 사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유엔은 68쪽 분량의 기아감시시스템 통합식량안보단계(IPC) 보고서를 통해 수단 내 5개 지역에서 기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전체 인구의 절반 수준인 2460만명이 긴급 식량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근은 유엔이 정한 식량위기 5단계 중 가장 높은 단계다.
보고서는 “내전이 길어지면서 대량 이주와 경제 붕괴가 발생했다”며 위협을 느낀 농부들이 경작지를 버리고 떠나면서 식량 불안정성이 더욱 커졌다고 전했다.
수단의 식량 위기는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유엔은 지난 8월 처음으로 수단 서부의 최대 난민촌인 잠잠 캠프에서 기근이 발생했다고 밝혔는데, 약 4개월 사이에 기근은 더 많은 지역으로 확산했다. 내년까지 내전이 계속된다면 기근 발생 지역은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인권단체들은 기근이 수단 내전에 대한 국제사회 대응이 늦어진 결과라고 비판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수단 책임자인 메리 루폴은 “기근이 확대된 건 국제사회가 충분한 규모와 시급성을 가지고 대응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세계 시스템의 실패를 보여줬다”며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더 많은 어린이가 희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기근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내전 양측의 방해가 커졌고, 이 때문에 현지 구호활동이 어려워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내전을 벌이는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의 범위와 규모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방해 행위를 했다는 지적이다. 양측은 구호 단체 활동가들의 비자 승인을 지연시키거나, 진입을 통제하는 식으로 식량과 의약품 전달을 차단했다고 한다.
다만 정부와 RSF는 구호 방해를 서로의 탓으로 돌리면서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 식량 지원을 받았다고 답한 주민은 10%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단 정부는 IPC 시스템 탈퇴까지 선언해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정부는 보고서 발표 전날 농업부 장관 명의로 발표된 서한에서 “IPC가 수단의 주권과 존엄성을 훼손하는 신뢰할 수 없는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한 비정부기구 관계자는 “IPC 시스템 탈퇴는 국제사회가 수단의 기근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나침반을 빼앗기는 격”이라며 “독립적 분석이 없으면 식량 불안정이라는 폭풍 속에 눈을 가린 상태로 진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