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숙 첫 수필집 ‘자전거 소풍 가네’

2025-10-15

  “떠났다가 돌아온 22년 사이, 나의 말은 바뀌었다. 산내의 말에 다른 말이 섞여들었고, 나중에는 다른 곳에서 들어온 말이 산내의 말을 구석으로 밀쳤다. 산내로 돌아왔으나 산내의 말로 아직 다 돌아오지 못했다. 이전의 말로 반드시 돌아와야 하는 것도 답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돌아온다면, 떠났던 22년의 말과 크고 작은 사건을 무화시키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남아야 한다. 남아야 삶의 자국이 된다.”

 ‘자전거 소풍 가네(짓다·1만8,000원)’는 1988년부터 꽃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1998년 고향인 전북 정읍 산내면 절안마을(사내리)로 귀향한 후에도 고향을 지킨 분들과 외국에서 노동이민을 온 이들과 함께 꽃 농사를 짓고 있는 시인이자 수필가인 임인숙 씨의 첫 수필집이다.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직접 겪은 점차 사라져가는 고향의 이야기와 오래전부터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아린 사연이 가득 담겨 있다. 고향을 지켜온 분들의 이야기만 담긴 것이 아니다. 멀리 라오스에서 노동이민을 온 근로자들의 아픈 사연도 담겨 있다.

 작품 속 이야기는 ‘아직 떠나지 않은 이야기’이고, 언젠가는 ‘떠날 이야기’이다. 고무신, 목화, 각설이, 도깨비불, 혼불, 젖꼭지때왈, 토란꽃, 땅꽈리, 물꼬 싸움, 방물방수에 얽힌 이야기는 21세기의 문화가 아니다. 꼬리마저 흐릿해지고 있는 문화다. 그런 문화적 사물들과 현상에 대한 기억이 아직은 남아 있을 때 기록해 두려는 것이 책을 쓴 이유라고 저자는 말한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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