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시즌 개막을 앞두고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계약한 외국인 선수 중에서는 ‘구관’이 많았다.
재계약한 선수는 30명 중 13명이었지만 아리엘 후라도(삼성),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KT) 등 소속팀을 바꾸거나 다시 KBO리그로 돌아온 야시엘 푸이그, 루벤 카니데스(이상 키움) 등까지 합치면 ‘경력자’들은 절반을 넘긴다.
외국인 선수의 성패에는 적응력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험보다는 안정을 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몇몇 ‘구관’들이 시즌 초반부터 근심을 키우고 있다.
LG는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2경기 연속 난조를 보였다. LG는 9일 현재 13경기에서 단 2경기에서 패했는데 2경기 모두 에르난데스가 등판한 날이었다.
첫 등판인 3월 25일 한화전까지만해도 에르난데스는 7이닝 8삼진 무실점으로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 2일 KT전에서 0.2이닝 동안 5안타 1홈런 3볼넷 8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쓰더니 두번째 경기인 9일 키움전에서도 5.1이닝 동안 3개의 홈런을 얻어맞고 4개의 사사구를 내주며 4실점했다. LG는 이날 0-4로 패했다.
지난 시즌 대체 외인으로 LG 유니폼을 입은 에르난데스는 정규시즌 11경기에서 3승2패1홀드1세이브 평균자책 4.02를 기록했다. 등판한 11경기 중 2경기에서 구원 등판했던 에르난데스는 가을야구에서도 필승조로 활약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5경기 7.1이닝 10삼진 무실점으로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3.2이닝 5삼진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어 세이브를 올렸다. 팀을 위해 보직을 가리지 않아 ‘엘동원’ 별명까지 얻은 그는 최대 13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다. 특히 좌우타자 ‘편식’이 너무 심하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피안타율 0.087로 견고한 모습을 보이지만 좌타자를 상대로는 0.348로 뭇매를 맞는다. 득점권 피안타율도 0.667로 위기 관리 능력까지 사라졌다.
또 다른 외인 투수 요니 치리노스는 3경기 2승 평균자책 2.37을 기록하며 활약 중이라 더욱 비교가 된다. 대권 탈환을 노리는 LG로서는 교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NC는 지난 시즌 홈런왕을 차지한 맷 데이비슨의 방망이가 좀처럼 터지지 않아 타선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데이비슨은 지난 9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4번 1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지만 경기를 끝까지 소화하지 못했다.
1회 삼진 아웃을 당한 데이비슨은 두번째 타석인 3회에도 1사 1·3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호준 NC 감독은 3회말을 앞두고 공수교대 때 데이비슨을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이고 서호철을 1루수로 투입했다. 전날도 데이비슨은 4타수 무안타 4삼진으로 물러났다. 6타석 연속 삼진 행진이 이어지자 사령탑의 인내심도 바닥이 났다. 이날 데이비슨은 더그아웃에서 나머지 경기를 바라만봐야했다. 그는 최근 3경기 연속 무안타에 머물러 있다.
데이비슨은 지난 시즌에는 46홈런을 쏘아올리면서 장타력을 자랑했다. 이 부문 1위를 기록하며 홈런왕을 달성했다. NC는 데이비슨과 1+1년 총액 320만 달러의 조건으로 동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개막 후 두번째 경기인 3월 23일 KIA전부터 시즌 첫 홈런을 쏘아올리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4월부터는 홈런은 물론 타격감이 뚝 떨어졌다. 4월 타율은 0.111에 그치고 있다. 특별한 원인이 없기에 더 애가 탄다. NC는 최대 2년에 계약을 맺은 상태라 쉽사리 교체를 결정할 수도 없다.
롯데는 KBO리그 4년차를 맞이한 찰리 반즈의 기복이 고민을 키운다.
반즈는 9일 현재 3경기에서 무승 3패 평균자책 6.61을 기록 중이다.
KBO리그 첫 해인 2022시즌에는 12승(12패), 2023시즌에는 11승(10패)를 올린 반즈는 지난해에는 종아리 부상으로 한 달 이상 자리를 비웠음에도 9승6패로 시즌을 끝냈다. 그리고 올해에도 롯데와 동행한다.
그러나 첫 경기인 3월 22일 LG와의 개막전에서 3이닝 동안 8안타 1홈런 2볼넷 1사구 등으로 난타를 당하며 7실점하며 무너졌다. 다음 경기인 3월 28일 KT전에서는 7이닝 1실점으로 다시 살아나는 듯 했다가 4월 4일 두산전에서는 6.1이닝 6실점(4자책)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3경기 모두 패배의 책임을 졌다.
박세웅, 김진욱, 나균안 등 나머지 국내 선발 투수들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기에 반즈의 기복이 더 아쉬움을 남긴다.
반즈는 2023시즌에도 전반기에 들쑥날쑥한 피칭으로 16경기 5승6패 평균자책 4.57로 부진해 구단이 교체를 고민하기도 했다. 당시 다른 외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가 교체 대상이 됐고 자극을 받은 반즈는 후반기 14경기 6승4패 평균자책 2.05로 살아났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롯데의 기다림이 언제까지일지 알 수 없다. 가뜩이나 불펜이 불안한 팀이기에 선발 투수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반즈는 빠른 시일내에 돌파구를 찾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