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거취를 둘러싼 움직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1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자민당 총재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19일 첫 회동을 갖고 자민당 당칙에 있는 ‘리콜’ 규정에 따라 조기 총재 선거 개최 여부 검토에 들어간다. 자민당 당칙 제6조에 따르면 국회의원과 지역조직(지부연합회) 대표 과반이 총재 선거를 요청할 경우 총재 선거를 할 수 있다. 지난 2002년 도입된 이 제도에 따라 조기 총재 선거가 실시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시작될 예정인 의원들과 지역 대표들에 대한 ‘의사 확인’에 따라 총재 선거를 앞당긴다는 결정이 내려지면 이시바 정권 유지는 불가능해진다. 지난달 치러진 참의원(상원) 선거 참패에 대한 총괄보고서 마무리가 이달 말께 마무리되면 이시바 총리를 지탱해오던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간사장이 사임하는 등 이시바 총리 거취를 둘러싼 자민당 내 움직임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교도통신은 퇴임 압박 속에서도 연임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이시바 총리가 ‘외교’에 전념해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직을 이어가야 할 이유로 꼽았던 미·일 관세 협상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이달 20일부터 이어지는 외교 일정에 전념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시바 총리는 20일 요코하마에서 22일까지 열리는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 참석한다. 일본 정부가 주도해 유엔과 유엔개발계획(UNDP) 등과 함께 1993년부터 개최해온 회의로 이시바 총리는 이 자리에서 아프리카와 인도양을 잇는 물류망 정비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23일엔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5일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일본을 방문할 의사를 보이며 성사된 것으로 정권 출범 후 일본과의 첫 셔틀외교가 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앞마당을 같이 쓰는 우리의 이웃이자 경제발전에 있어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라고 지칭했다. 이시바 총리 역시 일본의 ‘종전일’이자 패전일을 맞아 추도사에서 ‘반성’을 13년 만에 언급하는 등 양국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이 밖에도 이달 말께 일본을 찾는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남을 갖는다. 일본 언론들은 인도와의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총리가 고속열차인 신칸센 신형 차량의 인도 수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표들은 이시바 총리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총리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정권 지지율에서 제1야당인 자민당 지지율을 뺀 수치가 대표적이다. 이시바 정권은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줄곧 ‘플러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닛케이가 TV도쿄와 실시한 7월 조사에서 이시바 정권 지지율은 32%로 자민당을 8% 포인트 앞섰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권 말기인 지난해 9월, 기시다 정권 지지율은 자민당 지지율보다 10% 포인트 낮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외려 이시바 정권 지지율은 상승세다. 지지통신(지난 8~11일)에선 전월 대비 6.5% 포인트 늘어난 27.3%를 기록했다. NHK 조사(지난 9~11일)에서도 전월 대비 7% 포인트 상승한 38%로 나타났다. 이시바 총리의 연임에 찬성(49%)한다는 의견은 반대(40%)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정권 지지율과 자민당 지지율을 합쳐 50%를 밑돌면 정권 퇴진으로 이어진다는 ‘아오키의 법칙’을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이시바 정권이 50% 아래로 내려선 적은 없다. 닛케이는 “총리는 자민 지지층으로부터 연임에 대한 일정 이해를 얻고 있다”면서 “당내에서 이어지는 총재 선거 논의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